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 철 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그 주범이 식품가격의 상승인데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매달 집계하는 세계 식품가격 변동지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여 2004년에 비해 3.4배 증가했고 설탕의 원료로 쓰이는 원당과 밀, 옥수수 등 주요곡물의 국제가격이 1년사이에 50% 이상 뛰었다.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야기되는 대규모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 농업생산이 크게 타격받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의 생산이 증가하여 가용한 식량이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더욱 악화될 것이며 설상가상으로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이들 25억 인구가 우리처럼 동물성식품을 먹기 시작하면 세계 곡물시장에 나오는 사료곡물을 싹쓸이 해갈 것으로 보여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형편은 어떠한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60%에 달하던 곡물자급률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기간과 WTO 체제 이후에도 계속 떨어져 곡물자급률이 27%이하로 떨어져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와같이 취약한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늘고 쌀의 소비가 급속히 줄면서 년 450만톤 생산되는 쌀이 남아돌고 있으나 년 800만톤의 옥수수, 300만톤의 밀, 100만톤의 콩을 수입해 가축사료와 식품가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식량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쌀이 남아도는 것을 전체식량이 아주 풍족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식량증산이나 소비절약을 게을리 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처하려면 유휴지의 경작과 이모작을 실천하여 식량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농업생산만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식량의 낭비를 줄이고 식습관을 경제적으로 바꾸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우리국민의 30%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에 기름진 음식으로 폭식하고 아침을 거르는 습관을 바꾸면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남아도는 쌀 문제가 해결되고 식량자급률 3%를 올릴 수 있다. 음식이 귀한 줄 모르고 마구 버리는 습관이 젊은 세대에 만연되어 전체 공급되는 식량의 30%를 음식쓰레기로 버린다는 보고가 있다.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식량자급률을 15% 높일 수 있다.
식량의 낭비는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 식당의 잔반, 식품업체에서 유통기간이 경과한 폐기식품 등 다양하게 발생하며 여기에는 유통기한에 대한 오해로 버려지는 식품의 양이 적지 않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실제 가식기간의 70%에서 설정된다. 즉 10일간 저장하여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유통기한은 제조 후 7일로 정해지며 나머지 3일은 소비자가 구입하여 소비하는 기간으로 여유기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세계의 식량사정과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문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올바른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www. foodsecurity.or.kr)이 설립되었으며 지난 3월부터 식량자급실천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식량부족의 걱정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을 찾아 행동하기를 촉구하고 아래와 같은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1)식량을 아끼고 낭비를 부끄럽게 여기는 일을 생활화 한다. (2) 식량을 생산 공급하는 사람의 고마움을 아는 건정한 음식문화를 만든다. (3)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4) 식량자원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5) 농어촌을 삶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국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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