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강력한 지진과 해일, 그리고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는 일본 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큰 감동을 받았다. 생사가 엇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남을 배려하는 이재민들의 모습에서 일본은 실로 대단한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굶주림과 갈증에 지친 상태에서도 늑장 대응하는 당국에 항의도 하지 않고, 구호 물품을 받고자 길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의 질서의식, 자기 차례가 되어 식품과 식수를 받을 때에도 더 달라는 욕심도 내지 않고 주는 대로 조용히 받아가는 그들의 세련된 모습, 담요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디면서도 그 담요를 떨고 있는 옆 사람에게 절반을 갈라주는 그 따뜻한 배려, 라면을 먹다가 대피령이 내려 피해갔다가 되돌아와서 라면 값을 지불하는 그들의 맑은 심성, 고속도로에 수백대의 대피 차량이 밀려도 새치기 없는 그들의 도덕성, 자기보다 심한 부상자에게 응급처치의 순서를 양보하는 너그러운 마음가짐, 진실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국가이미지 높인 품격
이번 재난에서 나타난 일본인 특유의 이런 모습이 지난 2010년 1월에 일어난 아이티 지진에서 보여준 그 나라의 약탈과 절도와 아귀다툼에 비교되어 일본의 품격, 즉 <국가 브랜드 가치>는 이번 재앙을 통해 더욱 치솟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높아진 <브랜드 가치>는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이번에 입은 천문학적 경제손실을 상쇄하고도 몇 천배의 국가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리하여 일본열도는 흔들렸지만 일본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국가 이미지>를 높였다. 사람의 성품이나 인격은 평상시에는 분간하기 어렵지만 큰일이 닥치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본성이 나타난다. 나라의 품격도 마찬가지로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확연히 들어난다. 우리가 흔히 섬나라라며 대단치 않게 여기던 일본의 품격도 3월 11일의 대재앙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참사에서 특히 감동 준 것은 폐허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다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에 유족들이 보여준 자제력과 냉철한 이성이다. 그들은 애타게 찾던 가족의 시신 앞에서 몸부림치거나 울부짖지 않고 조용히 흐느끼기만 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09년 11월 부산의 어느 실내 사격연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 일본 관광객 10여명이 희생된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그때 일본에서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울부짖거나 업주에 욕설도 하지 않고 조용히 흐느끼다가 오히려 “뒷처리를 잘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갔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의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정교육에서 비롯된 높은 도덕성
그들이 보여준 높은 도덕성은 가정교육을 통해서 쌓여졌다고 한다. 그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을 치마폭으로 감싸며 무조건 1등 하라고 당부하기보다 <질서(준반順番)를 지키라>, <남에게 폐(메이와꾸迷惑)를 끼치지 말라>, <손해 봐도 정직(쇼지끼正直)하라>고 당부한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의 재앙 현장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인류문화를 새롭게 복원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이들의 놀라운 시민의식에 찬사까지 보냈다고 한다.  
일본은 애증(愛憎)이 교차되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그러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직도 냉전시대의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은 우리의 통일을 위해 미국과 더불어 손잡아야 할 우방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일본에 대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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