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귀농교육 현장을 가다

<경기도 남양주시 지금동 소재 ‘창조농원’을 방문한 탈북자 귀농교육생들이 농장주 이순영 씨로부터 농장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농촌진흥청·경기지방경찰청, 북한이탈주민 귀농교육

탈북자들 “농촌경험으로 진로선택 폭 넓어져”
농진청·경기경찰청 “효과 분석 후 전국 확대”

2010년 11월 현재 우리나라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의 수는 2만여명. 대부분의 북한 이탈주민들은 이념과 문화적 차이로 우리 사회에 적응이 어렵고, 생계를 위한 직업 선택의 폭도 좁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직업선택의 기회와 농촌정착에 필요한 귀농정보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귀농을 유도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귀농교육이 농촌진흥청과 경기지방경찰청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8~9일 농진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와 한국농수산대학 내 농기계전시장, 경기도 남양주 관내 농가맛집과 배빵 가공사업장, 쌈채 재배농가 등에서 진행된 이번 탈북자 귀농교육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여성 위해 소규모 창업장 방문
이번 교육을 위해 경기지방경찰청(보안과)은 경기도내 북한이탈주민 4천900여명을 대상으로 귀농교육 희망 신청을 받았고, 우선 농촌진흥청이 소재한 수원지역 거주민 27명이 교육에 참가했다.
교육은 영농정착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제도 등 강의 및 이론교육과 농촌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한 현장교육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이번 교육은 참가자의 78%가 여성인 점을 감안, 재배와 생산중심의 교육보다는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소재 농가맛집인 ‘구암모꼬지터’에서의 전통음식(맥적) 만들기 체험과 여성 소규모창업 사업장인 ‘배리하우스’(배빵 생산판매장) 방문, 유기농 쌈채농가인 창조농원 견학 등을 통해 여성들이 쉽게 적용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소재 농가맛집인 ‘구암모꼬지터’에서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교육생들.>

<화도읍 금남리의 배빵 생산업체인 ‘배리하우스’에서 제빵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탈북 귀농교육생들.>

 

“능력있는 농촌총각과 결혼하고 파”
교육에 참가한 54세의 탈북여성은 “탈북 후 중국의 농가에서 10년간 감자와 고추, 벼, 옥수수 등을 재배한 경험이 있다”며 “건강상의 문제로 취업도 쉽지 않아 농사경험을 살려 귀농해 고추농사를 지어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농을 염두에 둔 아내의 권유로 부부가 함께 교육에 참석한 36세의 탈북 남성도 “처가 식구들도 탈북자로 현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방에서 다양한 농사를 짓고 있다”며 “나는 현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적정한 시기에 귀농을 고려하고 있어 한국의 농업·농촌의 현실을 경험하고자 이번 교육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미혼의 39세의 탈북여성은 “탈북한 친구가 강원도 산골의 농부와 결혼을 했는데, 농사여건이나 주거조건이 녹녹치 않지만 남편이 좋아 시골에 산다”며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 등에 지친 탈북여성들이 농촌총각과 결혼해 안정적인 삶을 꾸려갈 수만 있다면 나도 기꺼이 귀농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일손부족 농촌에 보탬 될 것”
이틀간의 교육에서 탈북자들은 정부와 지자체, 농업관련 기관의 귀농 지원정책과 농업시설 설치비, 토지구입 등에 관심을 갖고 많은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남한의 성공한 농업인들도 수십년간의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귀농결심에 망설임과 신중함을 함께 보였다.
한편, 농진청과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번 교육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경기도내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귀농교육을 확대하고 좀 더 심화된 교육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한 농진청 이금옥 지도개발과장은 “교육 참가자 대부분이 고졸 이상의 30~40대로, 이중 절반 이상이 귀농에 관심이 많고 실제 농사를 경험한 사람들도 다수”라며 “이들이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농촌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경기지방경찰청 보안과 김종식 계장도 “탈북자 귀농교육은 산업현장 부적응 및 경제적 궁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계장은 “특히 고령화와 일손이 부족한 우리농촌에 탈북자가 유입됨으로써 농촌안정과 정착지원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여할 좋은 시책으로서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미니인터뷰 - 농촌진흥청 이금옥 지도개발과장

“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도 적극 관심 가져야”

고령화·인력부족 농촌에 새활력 될 수도 있어

이번에 북한이탈주민 귀농교육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의의는?
-범정부적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생활안정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농촌진흥청은 농업과 농촌진흥이라는 목표를 살려 북한이탈주민들이 농촌생활을 이해하고 농업기초기술을 익혀 농촌정착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는 취지에서 교육을 계획했다.

이번 귀농교육 프로그램 구성의 주안점은 무엇인지?
-우선 교육대상자 중 젊은 여성들이 많다는 점과 현장교육을 좋아한다는 점이 경찰청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됐기 때문에 이론과 현장교육을 병행해 기획했다. 이론교육은 농업인의 개념 범주에 90일간 농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 농산물 판매소득이 120만원 이상 등 기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식량의 기본이 되는 벼·보리·밀 등의 기초식량 생산기술과 채소·과수·화훼 등 원예작물 기초에 중점을 뒀다.

교육생 반응과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1박2일, 14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열고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하고 내심 염려도 했다. 그런데 농진청의 유명한 뮤지션을 초청해 30분의 짧은 공연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 닫혀있던 그들의 마음이 확 열리는 것을 느꼈다.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으나 강사들이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농업용어도 생경했을 터라  탈북자들이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교육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정부기관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영농교육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처음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이었는데 교육생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반응했다는 게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구암모꼬지터에서 맥적(돼지고기를 된장 등 갖은 양념으로 발라 구운 것) 만들기 실습에 적극 참여하고, 먹골배를 40% 넣어 만든 배빵 생산업체에서는 연간소득과 창업에 필요한 자금, 제빵기술 등을 집중 질문하는 등 현장교육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언론의 반응도 많았음을 볼 때 향후 교육의 확대도 고려해볼만하다.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해당지역의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이들에 대한 귀농교육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교육을 통해 주민과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면, 같은 민족으로서 그들이 농촌생활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게 훨씬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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