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전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부원장

박 영 일
전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부원장
본지 칼럼니스트

 

걸그룹 ‘소녀시대’의 공연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미끈한 각선미에 친근감을 내세운 파워풀한 댄스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거기에 섹시미까지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외국에 나가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는 곳마다 열광의 도가니다. 필자도 TV에서 소녀시대 공연을 보면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워 입이 벌어질 정도다. 가끔씩 마누라한테 구박도 받지만 인간의 본성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 ‘소녀시대’ 인기 배경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에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호흡 실현이 가능한 데는 잔혹할 만큼 힘든 연습 기간을 가진다고 한다. 그것도 하루 12시간 이상, 길게는 7~8년에 달하는 혹독한 노력을 한 결과로 완벽한 공연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예술의 경지인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 처절한 헝그리 정신으로 부단히 갈고 닦은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혹독한 고통의 야성이 아름답다
이처럼 인생의 향기는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발칸산맥의 장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가장 춥고 어두운 자정에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딴 장미에서 최고급 향수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식물도 혹독한 고통의 순간을 지닌 야성이 있어야만 진정 아름다운 면을 나타낼 수 있다.
지금의 농촌을 볼 때 힘든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다. 구제역이라는 대재앙으로 인해 축산 기반이 붕괴되고, 농업인들의 슬픔과 시름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식처럼 키우던 소나 돼지를 땅에 묻어야만 했던 축산농가들의 애절한 심정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무나 힘들고 참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농촌을 마음대로 오갈 수 없는 처지가 됐으니 안타까움이 그지없다.
이번 설 명절에도 가고 싶은 고향도 못가고 그냥 객지에서 쓸쓸한 마음으로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급성전염병의 무서움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정신을 가져야 하겠다.
그래, 지금은 어둠의 세월이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순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고 각오하자.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희망의 지평선으로 나아갈 것이다. 밤이 깊으면 낮은 한층 더 밝아진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보릿고개, 농심(農心)으로 이겨냈다
우리 농업인은 장구한 역사 속에 고통의 질곡을 견디며 한 민족의 맥을 이어왔다.
과거 한국은 6.25전쟁 폐허로 평생 헤어나지 못할 나라라고 지구촌 사람들이 예언을 했었다. 아프리카보다도 못살 정도로 가난이 우리의 삶을 짓눌렀다. 하지만 우리는 보릿고개의 참상 속에서도 죽 한 그릇을 이웃과 나눠먹어 가면서 모진 풍파를 이겨냈다. 그 밑바닥에는 따뜻한 민족의 혼(魂)인 농심(農心)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농경문화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걸그룹 소녀시대가 오랜 세월 피땀흘려가며 오늘날 화려하게 데뷔했듯이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아가자. 인간의 후각으로 가장 부러워하는 향수도 가장 고통의 시간을 보낸 식물임을 알았다.
이제 더욱 마음을 다잡아 고통 가운데 영근 행복이 가장 진한 행복임을 잊지 말자. 머지않아 따뜻한 봄날이 오면 그렇게도 모질게 치를 떨었던 구제역은 진정돼 사라질 것이다. 비록 오늘 하루가 힘들지만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자. 진한 인생의 향기와 아름다운 농촌의 모습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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