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55

경남 함안과 의령 등 남쪽의 수박단지는 2월부터 아주 맛있는 수박을 출하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수박을 생산해 왔음으로 기술도 대단해 자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때론 2월 출하기에 갑자기 수박 잎이 맥없이 시들어 낭패를 본다.
겨울 동안 수박뿐만 아니라, 하우스 작물의 잎이 시드는 현상은 자주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염류축적에 의한 장해, 피에취(pH)의 변화에 따른 가스피해, 그리고 흙의 저온 때문에 오는 생리장해 등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가스피해이다. 흙의 피에취가 변함에 따라 질소 성분이 가스로 변한다. 산성으로 기울면 아질산가스(NO2)가, 알칼리성으로 기울면 암모니아가스(NH3)가 급격하게 발생하면서 뿌리를 해치기 때문이다(본지 2009년 12월21일자 참조). 염류장해는 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 생긴다(본보 2009년 12월7일자 참조). 흔히들 화학비료만이 노숙자를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유기물은 너무 걸어서 염류장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함안과 의령 지역의 시들음증은 앞의 원인과는 전혀 다르다. 무가온 밀폐환경에서 흔히 일어난다. 하우스 안의 기온이 낮에는 40℃ 고온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12℃까지 떨어져 주야온도 격차가 30℃나 되는 소위 ‘사막기후’가 된다. 이 때 지온은 16~17℃에 그치고 있다(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금방 지온이 따라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사고는 2월 한참 익어갈 무렵, 물이 최대로 소모되는 시기에 뿌리에서 발생한다. 뿌리의 적온은 20~25℃인데 그 이하에서는 물의 흡수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비해 지상부는 고온이라 수분의 요구가 크기 때문에 수박은 시들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온에 약한 박대목보다 강한 호박토좌(내병토좌)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이중터널 안의 지온을 덜 떨어뜨리는 보온성이 높은 부직포를 사용하고, 냉기가 들어오는 하우스 출입문 흙속에 짚을 묻어서 냉기가 흙을 통해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 지역은 대부분 수박-수박-벼 순서로 이어짓기 때문에 염류장해에는 자유로울 것 같지만 아니다. 안심하고 가축분뇨 같은 걸은 유기물을 주거나 화학비료를 함께 많이 주어서 염류피해를 받는 농가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도움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동금 박사 031-240-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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