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빅마마 이혜정 씨

빅마마라는 애칭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요리연구가 이혜정씨. 맛깔스런 요리솜씨처럼 말솜씨도 일품이다. 어찌나 속 시원하게 남편 얘기, 시댁 얘기를 하는 지 ‘맞아 맞아’ 손뼉치며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밤새 함께 수다를 늘어놓고 싶은 빅마마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여자로서의 행복한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얼마 전 ‘빅마마 꽃이 피었습니다’란 자전적 에세이 집을 내기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으면,
빛나는 인생, 가꿀 수 있어요.


# 제2의 인생 시작

“남편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걸 해 먹이는 게 유일한 낙인 전업주부로 살았죠. 어느날 남편과 대판 싸운 뒤에 눈물을 닦아내고 벌떡 일어나 앉아서 생각했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게 뭘까?”
그 당시만 해도 이혜정(54)씨는 산부인과 의사의 부인이자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만족하며 살았지만 뒤늦게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골똘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무작정 동네 이웃들을 불러 모아서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요리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바빠질 줄은 전혀 몰랐죠. 그냥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요리선생이 되었죠.”
그렇게 요리연구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었고, 대구에서 요리 잘하는 아줌마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서울 중앙무대로까지 진출하게 돼 오늘에 이르렀다. 요즘 빅마마는 방송녹화와 쿠킹클래스, 레스토랑 운영, 홈쇼핑 방송 등 하루 일과가 거의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생각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빅마마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또 자신을 칭찬하며 잘해내고 있단다.
“혜정아, 잘했어. 너 능력있어!”

# 나의 힘의 원천은 가족
“아침에 식구들을 위한 밥은 아무리 바빠도 꼬박꼬박 차립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남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이는 평범한 아내로서의 나 자신도 중요하니까요.”
사실 가족이란 게 때로는 희노애락이 교차하고, 애증이 왔다갔다 하고 때론 가족으로 인해 상처 받을 때도 있다. 빅마마의 경우는 어떨까?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보통의 여자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왔노라고 그녀는 털어놓는다.
“힘들 때도 있었고, 눈물이 찔끔찔끔 나올 때도 있었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싶을 때도 있었죠. 가족들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아픔도 갈등도 가족이 있었기에 선물 받을 수 있었던 삶의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족은 현재의 모습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였고 그러기에 더 당당 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방송에서 가끔 남편 흉이나 시댁 얘기를 신랄하게 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어찌보면 자신감이죠. 어떨 때는 제일 미운 것 같다가도 나를 세상에서 제일 먼저 알아보고 반겨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잖아요.”

# 조리가 아닌 요리를 하라
빅마마는 음식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이 제일 맛있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어디 가서도 먹을 수 있고 누구든 할 수 있으며 그냥 불켜고 끓이는 것이 조리인 반면에 마음을 담아야 요리가 된다고. 엄마가 하는 음식이 이 세상 어떤 음식보다 더 따뜻한 이유는 바로 엄마만의 감성으로 마음을 실어서 차린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어떡하면 선생님처럼 되요?”하고 빅마마에게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내하고 견디는 과정이 필요하죠. 저 역시 달걀을 700개씩 까면서 피를 흘린 과정도 있고, 당근과 양파를 씻고 다듬는 긴 과정의 시간들, 즉 중간과정이 있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런 중간과정을 즐겨야 이 세상에 따스함을 전해주는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게 빅마마 이혜정씨의 조언이다.

# 힘들게 돈 버는 이유
“아니,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세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빅마마에게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 중 하나란다. 어쩌면 “왜 이렇게 돈을 열심히 버세요?”와 같은 뜻인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든 그리고 그 일이 얼마짜리 일이든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다만 그 순간의 그 일이 ‘내자리’ 라는 생각을 하고 내게 주어진 일에 몰입할 뿐입니다.” 빅마마는 자신있게 들려준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것이 바로 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일이 된다고.
“앞으로의 목표는 요리전문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요리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래서 기술좋은 학생들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한 요리사를 만들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가꾸는 빅마마 이혜정 씨의 사는 모습이 윤기나게 잘 닦아놓은 놋그릇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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