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다문화네트워크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

 

이민여성에 대한 배려, 사회구성원의 노력…다문화통합의 지름길

대한민국이 경제적 성장을 이룬 1990년대 이후 많은 필리핀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았다. 그 중에는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한국인의 삶을 사는 이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지난10월19일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는 여느 한국인보다 더 유명한 필리핀 출신의 열혈 여성이 시민을 만났다. 1995년 19세의 나이로 한국에 시집 온 이(李)자스민(35)씨다. 자스민 씨는 필리핀 의대 3학년 재학시절 2등 항해사였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아들을 가진 뒤 한국행을 결심, 한국 며느리가 되었다. 자스민 씨는 미스 필리핀 지역예선 3위에 오르는 등 이른바 똑똑하고 얼굴까지 예쁜 ‘엄친 딸’이었다.

이씨는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방송사 패널, 다큐멘터리 번역, EBS 한국어 강사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코리안 드림을 일궈 가고 있으며, 이민여성을 위한 봉사단체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이민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자스민씨의 코리안 드림이 꽃봉오리를 터뜨릴 시점에 남편 이동호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故 이동호씨는 지난여름, 강원도 영월군의 한 지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다가 딸을 구하고, 본인은 심장마비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한민국에 시집 와 갖은 어려움과 슬픔을 겪었지만 이씨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열정이 넘쳤다. 해치마당에 모인 시민들은 억척스럽다는 ‘한국 아줌마’ 보다 더 강인하고, 더 한국적인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대중목욕탕에서 다문화사회 해법 터득해
‘다문화가 한국의 힘이다’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이자스민씨는 자신을 ‘다문화 1세대’, 한국인 남편과 낳은 자식을 ‘다문화 2세대’로 정의했다.
“다문화하면 동남아여성과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으로 이룬 가정을 대부분 떠올리시더군요. 그러나 다문화 역시 새롭고 다양한 기준으로 보면 여러분과 다르지 않은 한국인입니다.”
결혼 초 낯설었던 한국생활에 대해 그녀는 ‘음식, 한글, 시어머니, 목욕탕’ 이 네 가지가 자신을 괴롭혔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 한국음식은 매우 맵고 반찬 수 또한 매우 많았어요. 그리고 매번 비슷한 반찬이 상에 오른 것에 놀랐죠. 그 많은 반찬을 매일 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무섭더군요.(웃음) 다음은 양파-다마네기, 달걀-계란처럼 같은 뜻인데 다른 단어가 너무 많은 한글을 배웠던 것, 말을 반복할 때마다 목소리 톤을 높이시는 시어머니가 무서웠습니다.”
그녀를 가장 곤란하게 했던 한국생활은 대중목욕탕이었다. 열대지방에서 자란 자스민씨는 “한국의 목욕탕은 너무 뜨겁고 아플 때까지 때를 밀며, 남들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문화가 너무 놀라웠다.”고 말한다.
“시어머니와 처음 바구니를 들고 목욕탕에 갔을 때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목욕탕을 거니는 아주머니와 사람들을 보고 꺅-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목욕탕은 제게 문화적 쇼크였고, 이후 몇 년간 목욕탕을 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스민씨는 겨울이 되고 보니 왜 목욕탕을 가야하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점차 한국 문화에 적응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자 목욕탕을 갔는데, 한 아주머니가 ‘등 밀어줄게’하고 등을 밀더니, 등을 밀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몸보다 두 배가 되는 아주머니의 등을 밀어드렸는데,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팔뚝 살 뺄 생각으로 즐겁게 하자’ 생각해 등을 밀어드렸더니, 나중에 매실차를 함께 마시며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목욕탕은 대한민국이고, 등이 넓은 아주머니는 한국인, 저는 이주민으로 생각하면 다문화가 잘 이해될 것 같더군요.”
 
성공 이민여성 많이 보도해 주었으면…
이주여성의 어려움에 대해 자스민씨는 “저는 한국에서 핸디캡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말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죠. 남들보다 두 세배 노력하지 않으면 보통사람과 똑같이 살 수 없습니다. 이주민 여성 중에는 그 어려움에 굴복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주민 여성은 어려움에 굴복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씨는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아이들한테 전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다문화사회에 대해 ‘걸음마 단계’라 진단하며 진주를 품은 굴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굴에 이물질이 들어가 진주가 되듯 외국인을 굴속의 이물질로 생각하고 품어주면 좋겠다.”며 “굴이 자신의 환경을 바꾸는 아픔을 겪고 진주를 만들어 내듯, 외국인들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진주가 될 수 있도록 이민자를 이해해주고 배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하였다. 더불어 이민자 역시 한국 역사,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자스민씨는 마지막으로 “진정한 다문화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노력으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우리의 힘이 될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이자스민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전 필리핀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대생이었다. 현재에는 방송사가 기획한 6.25 특집 다큐멘터리 번역, EBS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사, KBS ‘러브 人 아시아’ 고정 패널, CF, 영화 ‘의형제’ 출연, 이민여성들이 만든 봉사단체 ‘물방울 나눔회’ 사무국장, 이주여성극단 샐러드 단원, 사이노슈어인터내셔널 대표, (주)에버스인터내셔널 해외무역부 과장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두 자녀를 둔 엄마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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