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준 근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홍 준 근 회장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우선되지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서 자기 이익에만
골돌해 있거나 고정관념에
도취되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농정은
현 수준에서 그저
쳇바퀴만 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쌀 문제발생의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보면 크게 다섯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과잉재고 관리에 있다. 그리고 작년까지 특별한 흉작 없이 지속된 풍작, 외식증가 등으로 인한 국민1인당 쌀소비량이 점점 크게 감소한 점과, WTO·DDA로 인한 의무수입량의 외국쌀 확대 수입이 불가피하였고 수도작외 다른 소득작물로 전환하기 어려운 농촌현실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시각이 그 근본 원인을 국민 소비량 대비 과잉생산으로 보고 있는 데 있다. 정부 재고 관리의 오류를 기준으로 볼 때 과잉 생산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공공비축미 보유를 기본으로 하면 수입쌀을 포함하여도 분명 부족한 생산량이다.   
신임 장관이 오자마자 쌀 관련 8.31 정부대책을 발표했다. 현 재고량 약 150만톤을 일부 특수 처리하는 방안과 소비 촉진, 대체작목 지원으로 경작면적 감소계획 등과, 사료화에 대북지원까지 검토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소개하였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만 있었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농촌이 살아 날 수 있도록 접근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가 과잉재고 관리의 잘못을 덮고 정책을 출발하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양곡관리 정책은 잘못될 수밖에 없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는 것이다. 당장 추위가 걱정되어 임시방편으로 풀지 않을 거라면 잠깐이어야 하며 과감한 재고관리 방안이 시행되어야 한다. 재고관리를 위해 생산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면 신곡 생산을 줄일 것인지 재고를 줄일 것인지 견주어 보고 시행해야 한다.
과감한 재고관리는 최소 90만톤을 국내에서 들어내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하늘의 조화로 예상치 못한 생산 감소가 일어나 이제 재고관리의 걱정을 오히려 덜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정부 재고관리 오류가 덮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재고관리에 있어서 종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고관리를 위해 대체작목 예산을 기획할 것이 아니라 신곡으로 재고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창고 보관비용을 들여가며 재고관리를 하고 생산 감소를 위한 대체작목 예산때문에 다른 용도로 쓸 예산을 제약하는 것보다는 재고관리의 방법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제 재고관리 예방차원의 생산감소를 위한 대체작목 예산은 오히려 진정 필요로 하는 곳으로 쓰여져야 한다.
모든 농산물 생산에서의 원가절감은 영원한 숙제이다. 최근 시험된 들녘별 최적화 단지 조성 예산은 원가절감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나 예산을 조정하는 정부와 국회가 외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의 총량적 한계와 복수 예산의 존재를 이유로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의 예산 편성에만 눈이 멀어 있다.
결국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우선되지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서 자기 이익에만 골돌해 있거나 고정관념에 도취되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농정은 현 수준에서 그저 쳇바퀴만 돌릴 수 밖에 없다. 여기 언급된 재고관리를 위한 대체작목 유도 농정이라는 고정관념과 들녘최적화로 원가절감 관련 예산 축소에 관한한 안타까운 결정이다. 만약 대체작목 예산의 농가 소득증대 효과는 투입된 예산액 그대로라면 원가절감에 의한 들녘 예산 지원은 수십배로 증가되어 나타나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정부 농정의 실수는 쌀생산 농가의 엄청난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예산 편성의 오류는 농가들이 얻을 수 있는 소득을 놓치게 한다. 이러한 일이 현재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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