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원예특작환경과 최 국 선 연구관

<최국선 연구관>

 

원예작물을 키우는 농업인에게 나타나는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식물바이러스병이다. 우리나라엔 약 80종의 식물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약 20종이 연간 2천500억원의 피해를 주고 있다. 따라서 식물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는 일은 영농성패에 직결된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환경과 최국선 박사는 농업현장에서 2분 이내 식물바이러스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농가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식물바이러스 퇴치를 필생의 연구과제로 삼고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는 최국선 박사의 연구실을 노크했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1998년 중국에서 채종한 수박 대목용 박 종자로부터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CGMMV)가 전국 463ha에 발생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힌 적이 있다. 당시 충남 논산에서 수박을 재배하던 여성농업인이 수원까지 택시를 대절해 찾아와 진단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전자현미경으로 진단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재배하세요”라고 전하는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 그 여성농업인의 모습이 우리 연구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후 우리는 그 아주머니의 눈물을 그리며 현장에서 바로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이 진단키트를 활용할 수 있는 작물은 몇 종류인지? 바이러스 진단시 오류가능성은 없나?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쥬키니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큐리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의 진단키트는 수박, 오이, 참외, 고추 등 박과작물 7종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진단키트는 고추, 오이, 호박 등 800여종의 식물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장용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오류 가능성에 대비, 상단 부위에 2줄의 붉은 선이 형성되도록 제작했다. 아랫선의 반응은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판단하고 윗선은 정상작동을 검토하는 선으로서 오류 가능성은 없다.

지난해 식물바이러스병 진단키트를 농가에 보급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단키트 보급 필요성과 의의는?
현장에서 식물체의 병을 곧바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은 병의 전염을 막고 품질 좋은 농산물의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현장진단키트는 농가경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농민 스스로 과학영농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큰 계기가 되고 있다. 2008~2009년까지 3종류 8천5백여 점의 진단키트가 농가에 보급돼 바이러스병 예방에 활용됐다. 이를 통해 약 50~60억원의 농가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최근 기후 온난화와 시설하우스 재배 확대로 농업환경이 급변하면서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곤충의 밀도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확산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물바이러스의 출현도 예상된다. 감시체계와 예방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현장진단키트 개발로 기대되는 파급효과는?
우선 식물바이러스병의 정확한 진단으로 농약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친환경농업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함으로서 우리나라가 진단키트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될 수 있다. 식물바이러스 진단키트 추정 수입액은 20억원 이상인데 앞으로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 종자 채종지역에서 임상진단으로 바이러스가 없는 우량종자를 생산, 세계종자 300억불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계획과 포부는?
2012년까지 11종의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영농현장에 보급해 나갈 것이다. 올해 안으로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와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에 대한 진단키트를 만들어 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식물바이러스 진단뿐만이 아니라 확실히 퇴치하는 기술도 연구·개발해 나가겠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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