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대학생 농촌봉사활동

 

대학생과 농촌이 문화로 만나는 자원 활동 ‘문화배달부’

‘농촌일손돕기’가 끼·열정 담은 재능 나눔 봉사로 
전공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농업인 문화 멘토로 활약

한국외대 4학년 류희진(23)씨는 지난 19~20일 경기 여주군 금사면에 위치한 상호리마을에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농활’처럼 밭 매고 고추 따러 간 것이 아니다. 10명의 봉사단은 성호리 노인회관에 마을어르신들을 모시고 깜짝 연주회는 물론 트로트에 맞춰 준비한 댄스를 선보이며, 노래자랑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준비해간 재료로 파전은 물론 장어도 직접 구워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봉사단은 마을어르신들의 손녀·손자가 되어 말벗이 되어드리며 살뜰한 ‘문화멘토’가 되어주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생들로 구성된 나눔의 리더십 동아리 ‘다정다감(多情多感)’팀. 지난 5월 문화자원활동단 ‘문화배달부 1기’로 선발된 다정다감팀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색다른 농활, ‘문활’로 뜻 깊은 방학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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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마음의 소통으로 변화하다
농활, 빈활(빈민촌봉사활동)로 대표되던 대학생 단체봉사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1970,80년대 대학가에서 ‘필수 활동’으로 여겨지던 농활이 시들해진 지는 오래다. 명맥만 유지되던 농활이 최근 들어 농촌학습캠프, 문화봉사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문화봉사활동을 실천하는 ‘문활’이 농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배달부는 기존 농활의 개념을 ‘문활’(문화활동)로 새롭게 전환해 농촌에는 젊은 활력을, 대학생들에게는 농촌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어르신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에서 기획한 대학생 문화자원활동단이다.
대학생들은 가까운 농촌마을을 찾아 일손을 돕고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손주·손녀가 되어드리며, 문화적 재능을 살려 마을 다큐멘터리 제작,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등의 문화활동을 전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 이혜림 사무관은 “예전엔 농촌 일손을 거드는 것이 대학의 봉사활동이었다면, 이제는 대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담아 문화소외지역인 농촌에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 대학생들의 역할이다.”면서 “대학생들이 농촌에 문화배달부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부는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여름방학을 집중 활동기간으로 정하고 올해 10개 마을에 대학생들과 지역연고 문화 멘토를 함께 파견해 문화 공연과 영화상영, 문맹퇴치를 위한 언어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회성 아닌 체계적 단계별 봉사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인 ‘농활’은 한때 의도와 내용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에게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바쁜 농번기 학생들이 부족한 일손을 도와줘 도움은 됐지만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빈번히 일어나며 마을에 따라서는 농활 방문을 거부하는 일도 빚어지곤 했다. 하지만 침체에 빠졌던 대학생들의 농활이 문활이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며 다시금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류희진씨는 “기존 농활은 방학 때 일회성으로 농촌에 놀러갔다 온다는 개념이 컸었지만 문활은 6개월간 매달 마을을 방문해 우리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열정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며, “일손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드리며 마음의 소통을 열어가는 것이 진정한 농촌봉사활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봉사단은 저소득층 농촌어린이들을 위해 영어·과학 등의 캠프를 운영하고, 농촌의 삶을 동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며, 주민인터뷰를 통해 마을지도와 계절신문을 만드는 등 소소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으로 농촌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 일손돕기에만 머물렀던 대학생 ‘농활’이 자신의 능력을 나누는 ‘재능기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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