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33

<마사토에 유기물을 많이 주고 녹비를 재배해서 계속 넣어주면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충북 제천과 강원 영월은 바로 이웃한 군이다. ‘제천에서 농사짓듯이 영월에서 하면 망한다’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
필자는 지난주에 영월군농업기술센터에서 ‘영월희망농업대학’ 수강생을 대상으로 토양비료 강의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어떤 농업인 한 분이 한 말이다.
‘제천은 바위가 주로 화강암이라 흙이 거친 마사토인데 반해, 영월은 석회암 지대라 흙이 매우 곱고 차지다. 제천에서는 비료를 많이 줘야 농사가 되는 반면에, 영월에서는 많이 주면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영월에서 비료를 적게 주던 사람이 제천에 가서도 적게 주면 농사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을 곰곰이 씹어보니 토양과 비료에 대한 아주 깊은 진리가 숨어 있음을 알았다. 우선 제천의 마사토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마사토는 화강암이 그 자리에서 풍화돼 만들어진 흙인데, 우리가 아는 것처럼 거칠고 양분이 별로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분재를 할 때 주로 이 흙(모래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음)을 쓰는 이유는 원래 양분도 거의 없는데다 물과 양분을 많이 지니지 않아서 나무를 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영월의 석회암은 풍화되면 아주 고운 찰흙이 된다. 석회암에는 원래부터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좋은 양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비옥하다.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 즉, 양이온교환용량(CEC)도 마사토는 5(cmolc/kg)인데 비해 영월의 흙은 4배나 높은 20(cmolc/kg)이나 된다. 따라서 제천에서는 흙이 양분을 지니는 능력이 작아 비료가 빗물에 많이 씻겨 내려가고, 영월에서는 비료를 흙이 많이 지닐 수 있어 손실이 적기 때문에 적게 줘도 농사가 잘 된다.
그럼 마사토에서는 어떤 농법이 좋을까? 유기물을 많이 주고 녹비를 재배해서 계속 넣어주어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흙을 개량해야 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