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신록이 까르르 웃는 6월입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여덟 가지 지방선거도 끝났습니다. 우리 모두 승자에게 꽃다발을, 패자에게 위로를 보낼 때입니다. 이제 너나 없이 제 자리로 돌아가 생업에 몰두해야 합니다. 혹시나 총알보다 무섭다는 나의 한 표가 ‘당선’이라는 과녁에 맞히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런 선거과정을 거치고 자란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6·2지방선거 결과도 역사입니다. 오늘이 있게 한 어제를 살피고 오늘의 형국을 돌파할 지혜를 어제의 경험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후 남북관계도 긴장상태입니다. 농업·농촌도 어렵습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쌀값 하락,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줄 정치권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편견 해소를 위해
이번 전국 곳곳에서 환경의 열세를 극복하고 여성정치인이 선전했습니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偏見)이 질벅하게 깔려있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더욱 심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편견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도 여성의 정계진출이 아니라 정치참여가 바람직한 일입니다. 지방선거는 정치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쓰레기수거문제, 상하수도, 버스노선과 교통, 환경오염, 교육문제 등을 다룹니다.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다루는 ‘친숙한 일꾼’이 필요합니다. 섬세한 문제일수록 여성이 다루기에 가장 가까운 사안들입니다.
우리는 그간 많은 선거를 경험하다보니 현명해졌습니다. 몽테스키외는 그의 유명한 <법의 정신>에서 ‘한 나라의 정치풍토와 제도는 결국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을 반영할 따름이다’고 설파했습니다. 지방자치의 밑둥치를 튼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이젠 여성의 정계참여가 용이하도록 정치권이 제도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의무적으로 여성을 시군이나 도의원으로 공천하도록 강제 규정한 것이 고작입니다. 기초나 광역단체장도 이 범주에 넣어야 마땅합니다. 비례대표의 홀수번호는 반드시 여성후보자로 공천하도록 되어 그나마 시군, 도의회에 진출하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실 지방의원의 ‘바람직한 상(像)’을 ‘살림을 잘하는 주부’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불의퇴치와 개혁을 위해
정당이 앞장서서 여성정치인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정당마다 선거 때 여성표를 의식해 시행하고 있지만 흉내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입니다. 언제나 여당은 안정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해 나가자면 안정 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야당은 여당이 독주를 하니까 독주를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도 옳습니다. 그것이 선거판입니다. 이번 선거에도 그랬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늘 현명합니다. 침묵했던 다수가 참여해 투표율도 높았습니다. 선거결과도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투표는 불의를 퇴치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투표용지는 총알보다 더 강합니다.’ 링컨대통령의 말입니다.
아주 힘이 센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아주 허약한 선량을 단상(壇上)으로 올려놓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대하기 위해 투표합니다. 냉엄합니다. 이래서 여성의 정치참여는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더 확대돼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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