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만나는 것은 우연이지만, 맺어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불가에서는 모든 만물은 크고 작은 인연을 가지고 생멸(生滅)한다고 했다. 이른바 ‘인연설’이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고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처럼. 모두가 인연의 끈끈한 줄로 이어져 있다.내가 십수년 째 살고 있는 흑석동의 허름한 구옥의 거실
우리나라에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뚜렷하게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국민학교’ 상급학년 적 자연시간을 통해서였다. 즉 지구가 중심축이 23.5。 기울어진 채로 스스로 24시간 동안 도는 자전(自轉)을 하고,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公轉)을 1년간 하기 때문이란 것을. 그것을 지구 중심으로 얘기하면, 태양이 뜨는 최고 높이에 따라 24절기가
어머니의 신혼(新婚)은 6·25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용케도 일제(日帝)의 정신대 공출 마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고, 꽃다운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세살 위 동네 미남총각과 결혼했으나,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난리가 터졌다.신랑은 이내 살아 돌아올 기약없는 군대에 입대해 총알이 비오듯 하는 전쟁터로 나갔다. 군입대 전 동네사람들은 커다란 태극기 바탕
옛날엔 신랑 신부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혼인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혼인은 집안간에 인연을 맺는 대사여서 집안 어른간에 일찌감치 사돈(査頓)의 인연을 맺기로 약속해 두었다가 그 자식들을 짝지우기 때문이었다. 당사자들이 서로 눈 맞아 결혼하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할 시절이었다.설혹 매파(媒婆, 중매쟁이)가 두 집안을 부리나케 오가며 혼인을
휴일 아침, 불을 켠듯 눈이 부시게 아침햇살이 거실 가득 쏟아져 들어와 반기듯 서둘러 창문을 여니, 하늘은 푸르디 푸르고 귀에 익은 뻐꾸기 울음소리가 손에 잡힐듯 들려왔다. 필경은 집 앞 달마사 숲에서 우는 소리이지 싶다.문득 어렸을 적 이맘때 쯤이면 고향마을 앞 소나무숲에서 꿈결처럼 나른하게 들려오던 뻐꾸기 울음소리가 생각났다.그놈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장 길을/ 우산 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무슨 사연 있길래 혼자 거닐까/ 저토록 비를 맞고 혼자 거닐까/ 밤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밤에’1966년 진송남이란 가수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덕수궁 돌담길’이란 노래의 가사 1절이다. 비오는 덕수궁 돌담길의 애잔한 풍경을 호소력 짙은 바리톤 풍의 미성으로 불러 잘 생긴 가수의 외모와 함께
‘1954년7월17일생, 라이프치히대에서 물리학 전공, 2005년부터 3번 연속 당선한 독일 8대 총리, 요하임 지우어 훔볼트대 화학교수와 재혼 후에도 이혼한 전 남편의 성을 사용, 러시아어와 영어 유창하게 구사, 2011년 미국 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人) 중 한명, 2011년 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지난 2일 오전,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영국 런던 세인트병원의 산부인과 시설인 ‘린도 윙’ 문앞에 쏠려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종소리와 함께 “들으시오! 오늘 왕세손 저하의 둘째 아이가 태어났소~!”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병원 문앞은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영국왕실의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 부부가 이
1950년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민족적 대참화를 겪고난 뒤 국가재건의 최우선 순위로 내걸었던 정책의 하나가 가족계획정책에 의거한 산아제한이었다. 물론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못한 채로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했던 1960년대 초에는 실상 출산문제는 나중 문제였다. 1963년 내놓은 정부 표어가 그러한 궁핍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덮어놓고
불가(佛家)에서 전해져 오는 설화 가운데 ‘안수정등(岸樹井藤)’ 설화가 있다. 글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강 기슭의 나무와 우물안의 등나무란 말이다. 이 성어(成語)에 얽힌 이야기인즉슨 이렇다.들판을 지나던 한 사내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코끼리를 피하기 위해 죽을둥 살둥 모르고 허겁지겁 도망을 가다가 강기슭에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 나무에는 등나무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있는 곳엔 썩은 고기에 쉬 슬듯 돈이 꼬이게 마련이다. 권력과 돈이 결탁해 한통이 되는 것을 이르는 금권야합(金權野合)은, 왕권세습과 외척(外戚)의 뒤엉킴 속에서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조선조 말에도 극심했다.‘강화도령’ 철종이 죽자 흥선대원군의 12살 난 둘째아들 명복을 고종으로 즉위시킨 신정왕후 조대비는 조정의 실권을 틀어쥐고
고향의 봄은 흙냄새로부터 왔다. 사방천지가 갯논 뻘인데다 따비밭이 나 부쳐먹을 야트막한 황토야산 등성이가 마을 앞자락을 둘러치고 있는 민숭민숭한 자연부락이었던지라 들바람에 실려오는 건 겨우내 얼어붙어 있다 몸을 푼 논밭의 알싸한 흙내음이었다.농사철이 나설 무렵부터는 그 냄새는 쿰쿰한 인분(人糞)냄새로 바뀌어 갔다. 너나 없이 인분이며 재를 밭작물의 천연거름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전국민의 추앙을 받아온 리콴유 전 수상이 지난 3월29일 온 세계인들의 애도 속에 향년 91세로 영면(永眠)에 들었다. 장례방식도 대부분의 세계 지도자들이 동산만한 묘역을 만들어 안장되거나 방부처리해 미라로 안치되는 것과 달리 16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반려자 콰걱추 여사처럼 화장돼 한 줌 재로 돌아갔다.싱가포르에서 태어
1960~70년대에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의 하나가 ‘캠핑’일 것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방학 전 짬짬이 꾸려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쌩하니 바람처럼 집을 나서던 그 가슴 설레던 기억들을 어찌 쉬 잊을 수 있으랴. 송도, 천리포, 만리포, 해운대, 경포대 해수욕장은 그렇게 겁없이 집을 나선 젊은 청춘들로 밤에
‘소년(少年)’이란 풋풋한 낱말이 있으니 ‘노년(老年)’이란 말도 응당 있지만, 우리 모두 늙은이를 이를 때 ‘노인(老人)’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져 있다.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국가로부터 수령하는 나이,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나이, 정부에서 병이 났을 때 무료로 간병을 도와주는 나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소위 ‘지공선사(地空禪師)’가 되는 나이
10여년 전의 일이다. 서울 동대문 밖 용두동이란 동네의 단독 슬라브주택 3층에 살 때였다. 음력 설을 갓 지난 무렵의 주말 오후였는데, 그날따라 따사로운 햇살이 북쪽으로 난 커다란 유리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와 나른한 오수(午睡)에 시름시름 빠져들 때였다.순간 탁-하고 무엇인가가 유리창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리창을 보니 멀쩡했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입분이도 금순이도 단봇짐(單褓~)을 쌌다네~♩♪’김정애란 가수가 부른 흘러간 옛노래 ‘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이다. 옛 전통사회의 지엄한 가부장제(家父長制)와, ‘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시집 가서는 지아비를 따르며, 늙어서 남편이 죽고 난 뒤에는 아
공관(公館)이란 정부의 고위관리가 공적으로 사용하는 저택을 말한다. 옛날 왕조시대에는 조정의 고위 벼슬아치라 하더라도 따로 공관이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왕이 직접 하사한 집에서 기거를 한다든지, 개인의 형편에 따라 별서(別墅)라 하여 산 좋고 물 좋은 한적한 산촌이나 고향마을에 별장 같은 휴식과 교유를 위한 누정(樓亭)공간을 만들어 놓고 정치를 논하고 세
‘정승 유관(柳寬, 1346~1433)은 황희·허조와 함께 세종조의 청백한 정승으로 세상에 이름이 났다. 흥인문(지금의 동대문) 밖에 초가집 두어칸을 세웠는데, 비가 오면 우산을 가져야 비가 새는 것을 가릴 수 있었다. 어느 비오는 날 유정승이 부인에게 -우산이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한다오?- 하였다.뒤에 유관의 아들 판서 계문이 집을 자못 높다랗게 짓고
‘오너스(Onus)’란 말은 막중한 책임 혹은 부담을 뜻한다. ‘인구(人口) 오너스 시대’란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며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시대를 말한다.다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도 이제 저출산과 노년층(65세 이상)의 급증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전체인구 5,061만명 중 노년층이 2014년 665만명, 2016년 686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