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공관(公館)이란 정부의 고위관리가 공적으로 사용하는 저택을 말한다. 옛날 왕조시대에는 조정의 고위 벼슬아치라 하더라도 따로 공관이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왕이 직접 하사한 집에서 기거를 한다든지, 개인의 형편에 따라 별서(別墅)라 하여 산 좋고 물 좋은 한적한 산촌이나 고향마을에 별장 같은 휴식과 교유를 위한 누정(樓亭)공간을 만들어 놓고 정치를 논하고 세상얘기를 나누며 유유자적 했다.

특히 조선시대 나라의 심장부인 수도(首都)의 행정과 방위를 책임지고 있었던 한성부(漢城府)의 경우, 지금의 시장(市長)이랄 수 있는 정2품 판윤(判尹)이 건국시조 이성계가 임명한 초대 판윤 성석린(1338~1423)에서부터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들어서기 직전 마지막 판윤을 지낸 박의병까지 511년간 수십명이 1,370번 교체되는 가운데서도 따로 판윤공관이 주어진 적이 없었다.

집무실 이외에 공관이 행정부 각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와 해외주재관, 각 시도 지자체 장들에게 마련된 건 현대에 들어서다. 물론 예외로 대통령들에겐 휴식공간으로서의 별장이 세워졌다. 초대 이승만 대통의 별장은 충남 성환에 처음 조성된 성환목장(현 축산과학원 자원개발부)에 아흡아홉칸 짜리 한옥 저택이 지어졌는데, ‘국민학교’적 소풍을 가 살펴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게 떠오른다.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 있는 청남대(靑南臺)도 그와 맥락이 같은 대통령들의 별장이다.
그런 호화스러운 별장도 아닌데 최근 이사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의 28억짜리 북촌 가회동 한옥마을 전세 공관이 ‘황제공관’이네 어쩌네 해서 말이 많다. 소시민적인 소탈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박시장이 대권(大權) 도전을 염두에 두고 풍수지리상으로 양택(陽宅)의 기운이 서린 곳으로 이사한 것이라는 둥, 28억 전세가가 일반 서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준다, 시민혈세를 시장이 그렇게 써도 되느냐는 둥의 얘기들이 아직도 서슬퍼런 날을 세우고 날아다닌다.

본래 1981년부터 33년간 역대 서울시장들이 사용해 오던 현 싯가 140억원짜리 혜화동 공관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서울 옛 도성 복원과 함께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처로 은평 뉴타운 공관으로 2013년 이전 했다가 2년 계약 만료로 가회동 한옥마을에 28억 전세로 공관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대지가 199평이니 총리공관 4542평, 서병수 부산시장 공관 5,444평에 비하면 호화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번쯤 시민정서를 헤아렸으면 적어도 ‘황제공관’이라는 비난의 화살은 피해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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