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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정등(岸樹井藤)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박광희 기자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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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4  10: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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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佛家)에서 전해져 오는 설화 가운데 ‘안수정등(岸樹井藤)’ 설화가 있다. 글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강 기슭의 나무와 우물안의 등나무란 말이다. 이 성어(成語)에 얽힌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들판을 지나던 한 사내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코끼리를 피하기 위해 죽을둥 살둥 모르고 허겁지겁 도망을 가다가 강기슭에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 나무에는 등나무 줄기가 얽혀 있었는데 그 등나무 줄기는 나무 옆 우물로 연결돼 있었다.

사내는 옳다구나! 하고 그 등나무 줄기를 타고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젠 살았구나`’하고 길게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고는 정신을 가다듬고 등나무 줄기를 부여잡은 채로 발 아래 우물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물 바닥엔 커다란 뱀들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혀를 날름대고 있는 게 아닌가. 사내는 오싹하니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등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겨우겨우 코끼리를 피해 살았구나 했는데 이젠 독사라니… 사내는 숨을 몰아쉬면서 우물 입구쪽을 올려다 봤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흰쥐와 검은쥐 한쌍이 사내가 죽을 힘을 다해 부여잡고 있는 등나무 줄기를 잘근잘근 갉아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래지 않아 등나무 줄기가 끊어질 것이고, 자신은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우물 밑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사내는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그렇게 사내가 넋이 나간 채로 쥐가 갉아먹고 있는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는데, 웬 꿀방울이 똑똑 사내의 입으로 떨어져 내렸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우물가 큰나무에 벌집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자신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도 잠시 잊고 달콤한 꿀맛에 취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 설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우물 안은 곧 우리 인간세계다. 등나무 줄기를 타고 우물안으로 내려가는 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고, 우물안이라는 세상에서 언제 등나무 줄기가 끊어져 독사에게 물려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한방울의 달콤한 꿀맛을 탐닉하는 인간을 경계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설화다. 곧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철리(哲理)를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요즘 온 나라 안이 ‘안수정등’ 꼴로 어수선 하다. 명색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리더라는 사람들의 거짓과 위선, 그리고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 곧 죽을 줄 모르고 꿀만을 탐닉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왜 가슴아파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 이 시대의 진정한 ‘선(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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