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농촌여성들이여~ 1인1자격증에 도전하자
(광주광역시 북구 김인자 래인플라워 대표)
“꽃과 인연이 참 깊죠. 남편과 연애할 때 받았던 장미꽃을 통해 일과 사랑을 모두 만났어요. 꽃을 키우며 재능을 발견했고,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 장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국제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꽃 화분들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각양각색을 뽐내고 있는 꽃들 사이에서 김인자(64) 래인플라워 대표는 꽃에 물을 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꽃과 함께 지낸 인생만 꼽아도 40여년. 그의 삶을 더욱 빛나게 했던 화훼 관련 전문 역량은 진정한 꽃길을 선사했다.
위탁판매 위주 초창기엔 수입 적어
10년 전 시작한 강의…또 다른 재능
지역내 꽃 활용 봉사·재능기부 펼쳐
어깨너머로 꽃포장·꽃장식 배운 열정녀
전남 순천에서 농부의 딸로 자란 김 대표는 1983년 장미를 재배하던 남편을 만나 이듬해 결혼과 동시에 본격적인 장미재배에 뛰어들었다. 그 당시 사만사, 쏘냐 등 수입 장미 품종을 광주에서 이른 시기에 재배하기 시작한 화훼농가로서 650만원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받아 하우스를 지었다.
“그땐 경매가 없었어요. 위탁판매를 하다 보니 꽃을 많이 팔아도 그만큼 수익이 나질 않았죠. 그래서 일정량은 도매시장으로 넘기고 남은 꽃들은 양동이에 담아 학교 앞에서 팔기 시작했어요. 한동안 내다 팔았죠. 남들 하루 일당과도 같았으니 꽤 쏠쏠했어요.”
그렇게 직접 판매해서 얻은 수익금은 3천원(1988년 기준 일급 3690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 펼쳐놓은 양동이 앞을 지나가던 전 직장 상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단다.
꽃을 팔던 김 대표는 반가움보단 자격지심에 창피한 마음이 들어 가지고 있던 장미를 직장 상사 차에 실어주고 빈 양동이를 들고와선 내동댕이를 쳤다고. 그 이후로는 하우스에서 장미를 직접 팔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예쁘게 포장해 달라고 하니 포장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인근 꽃집을 돌며 포장 기술을 어깨너머로 살펴봤죠. 그리고 와서 직접 해보니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거예요. 예쁜 꽃을 더 아름답게. 그래서 꽃꽂이에 도전했어요.”
1980년대만 해도 민간학원에서만 이뤄지던 화훼 교육은 수강료가 꽤 비싼 편이었다. 김 대표는 무료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꽃꽂이 학원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따로 알려주지도 않았고요. 알아서 곁눈질로 배워야 했죠. 그래도 즐거웠어요. 꽃장식을 직접 해보던 순간에는 설레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서울올림픽 때 ‘래인플라워’ 꽃소매점 개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화훼시장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관련 자격증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강생도 부쩍 많아졌다. 같은 해 김 대표는 ‘래인플라워’라는 꽃 소매점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꽃과 관련된 전문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장미를 오래도록 키워왔기 때문에 경험은 많았죠. 그러나 꽃에 대한 깊은 지식과 전문 자격증이 없다 보니 꽃을 판매할 때 살짝 위축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둘씩 따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10개나 됩니다.”
김 대표는 2012년 식물관리사 민간자격증을 시작으로 10개의 화훼자격증에 도전했다. 점점 꽃에 대해 깊이 있는 배움에 매력을 느끼고 날로 향상되는 실력으로 자신감이 생겼단다. 전반적인 화훼분야를 아우르는 실력을 갖추게 되자 수강문의가 이어졌고 김 대표는 광주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강단에 서게 됐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이행숙, 조혜경 전 소장님이 다른 사람들 앞에 나를 자꾸 세워주셨어요. 처음 강단에 섰을 때 인사말 떼기도 어려웠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크더라고요.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젠 강의 체질이 됐어요. 200~300명 앞에서도 거뜬합니다.”
김 대표는 또 하나의 재능을 발견한 셈. 역량이 커질수록 준비할 것들은 점점 많아졌단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2020년 전남과학대학 화훼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은 그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화훼 전문자격, 지역사회 재능기부로
김 대표가 취득한 꽃과 관련된 국가자격증은 조경기능사를 비롯해 화훼장식산업기사, 화훼장식기능사 등 3개다. 화훼장식산업기사 자격증은 기능사보다 상위 등급으로 관련학과 2년, 4년제 졸업과 상응하는 실무경력 등을 갖춰야 하는 조건이 있어 진입이 까다로운 편이다.
김 대표는 원예심리치료사, 테라리움지도사 등 7개의 화훼민간자격증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재능을 외부로 펼쳤을 때 가치가 커진다고 믿은 그는 틈틈이 지역민과 함께한다.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경험을 선물 받았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평생 흙만 만지던 어르신들에게는 예쁜 꽃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으셨나 봐요.”
김 대표는 지역 내에 원예활동과 정원가드너 활동, 도시텃밭 활동을 돕고 있다. 특히 알록달록한 색감을 가진 생화를 선별해 경로당 어르신 대상으로 꽃꽂이 체험을 하는 날이면 하나같이 추억담을 늘어놓는다고. 지난 1월에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선정한 ‘이달의 가게상’의 영광도 안았다.
“꽃을 만지고 있으니 보는 이들도 고운 마음으로 봐줘요. 사람을 만나도 늘 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기분도 좋고, 농업의 가치를 크게 봤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물려줬어요.”
김 대표는 “꼭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는 것만이 농업이 아니다”라며 “농업은 노동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망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꽃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개인도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꽃은 시들기 때문에 아름답다”며 화려한 60대를 지나 머지않은 70대 이후 노년의 일상을 예고했다. 그땐 일선의 플로리스트가 아닌 초심으로 돌아가 농가에서 꽃을 키우는 농업인의 삶을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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