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들이여~ 1인1자격증에 도전하자 : 충북 진천 김영란 예은공방 대표
충북 진천 광혜원면에 자개공예 바람이 불고 있다. 진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1읍·면 1교육’ 사업으로 실시하는 자개공예교육이 농촌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다. 10년째 한지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란(60) 예은공방 대표(한국생활개선진천군연합회원)는 “어두운 색감이 주류인 한지에 자개를 접목하면서 공예품이 자개꽃잎과 자개나비로 화려해졌다”며 “자개공예품을 집에 전시하고 거실 분위기가 환해졌다는 호평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 봉사하는 인생3막 앞둬
자개 접목한 한지공예 농촌여성에 인기
정부·충북서 인정한 예술인으로 활약
한지에 아이디어 더한 공예품
김영란 예은공방 대표는 2000년에 남편과 함께 진천으로 귀촌했다. 직장을 다니며 경력을 이어가는 남편을 보면서 김 대표 자신도 역량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둔 지 오래됐던 터라 뭔가를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한지공예프로그램을 수강한 게 첫걸음이다. 이를 경험하고 매료돼 2014년 민간자격증인 한지공예 사범증을 취득했다. 이후 지역에서 한지공예가로 활동하며 국가자격증인 사회복지사 2급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 2021년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김 대표에게 인생 3막을 여는 열쇠와 다름없다.
“한지를 만지면서 차분하고 끈기 있는 성격이 됐어요. 60대 후반에는 사회복지사로서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그립니다.”
경대는 그의 첫 작품이다. 여성이 화장품 등을 보관하던 경대에 코팅된 특수한지를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유행이 지난 소품들은 김 대표의 손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매니큐어를 한지에 흩뿌려 통통 튀는 색감의 서랍장이 됐다. 한지를 다 쓰고 남은 종이 원통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한지를 입혀 연필꽂이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경대도 서랍장도 작은 소품에도 정성이 들어간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라서 만족감이 커요.”
생활개선회와의 소중한 인연
김 대표는 플리마켓에서 자신이 만든 공예품을 홍보하고, 초등학교 일일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공방을 운영하며 맞춤수업을 진행해 공방을 찾아오는 주민도 많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위기를 맞았다. 정체기를 보내면서도 한지공예에 변화를 꾀했다.
“서랍장에 삼베 배접지를 접목하면서 견고해지고 한지의 단점인 빛바램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자개장을 만드는 장인을 통해 구한 자개를 활용해 한지공예수업을 합니다. 한지자개작품은 각도에 따라 자개문양의 영롱함이 달라지는데, 호응도가 높습니다.”
김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강사로서 활동무대를 넓혀준 건 한국생활개선진천군연합회 회원들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생활개선회원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수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회원들이 서로 입소문을 내줘 읍·면에서 교육을 해달라는 문의를 받곤 해요.”
그는 지난 2022년 7월 충북도로부터 ‘충청북도 우수공예인 증서’를 받았다. 연 1회 도에서 주최하는 공예품대전에 입상하면서 전통공예기술을 계승하고 공예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사회복지사 꿈 이어갈 터
한지공예수업에 필요한 목재와 한지 등 주요재료들은 부피가 크다. 김 대표는 나이가 들어가면 물건을 옮겨 출강하는 일이 버거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농촌지역에 주간보호센터가 많아짐에 따라 김 대표는 노후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할 계획을 세웠다.
“집안에 안주하기보다는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사회복지사로 봉사하며 말년을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2년 동안 노인복지에 관한 17과목을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열공’했어요.”
그는 몸을 다쳐서 자격증교육을 포기할 뻔도 했다가 가족들의 격려와 배려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관문인 160시간의 실습을 위해 지역 노인복지센터와 아동센터에서 한 달 동안 봉사활동도 펼쳤다.
“육아 때문에 하루 8시간의 봉사점수를 얻지 못해 자격증 취득을 포기한 이들도 있어요. 주변에서 이해해주지 않으면 농촌여성들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고 쉽지 않아요.”
강단에 서며 이해심 넓혀
그는 강사활동을 하며 수강생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눈물, 콧물을 쏙 뺐던 날들도 있었다.
“사회복지사로서 활동하려면 마음을 내려놔야 해요. 사회복지사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 어르신들이 서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어르신들을 섬기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개공예교육이 미래 사회복지사 활동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치면 다과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고령의 생활개선회원들에게 서운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소통하고 다음 수업 때 더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됐을 때 어르신들과 마음을 나누고 대화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영란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예술인지원금제도를 알게 돼 전화위복이 됐다며 밝게 웃었다.
“예술활동증명확인서는 정부에서 예술인으로 인정해주는 증서예요. 지난해 개인전을 개최하고 연말에 신청했는데 4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증명서를 취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지난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코드공예’에도 관심을 갖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코드공예란 포장재료로 사용하던 크래프트 코드로 튼튼하고 물에 강한 가방 등을 만드는 활동이다.
“겨울이면 한지공예는 풀이 잘 마르지 않아 수업을 하기가 어려운데요.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교육을 이어가고 싶어요.”
김 대표는 “예술인들은 플리마켓과 작품 판매 수익금으로 생계를 잇는다”며 “나의 활동을 안팎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서 활기찬 삶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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