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의료대란 직격탄, 농촌의료 실태를 들여다보다_ 지역 병·의원 반응(경북 포항의료원)

상급병원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경북 포항의료원은 정부의 의료공백 최소화 방침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평일 2시간, 주말·공휴일에는 4시간 연장 진료를 하고 있다.

“수도권 상급병원은 전공의나 레지던트, 인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지금의 의료공백으로 인해 의료 행위에 차질을 빚는 것은 당연하죠. 지역 수련병원에도 전공의들이 있지만 의료 공백은 크게 못 느낍니다. 그러나 정부의 비상진료 대응에 진료시간을 연장 운영하다 보니 남아있는 전문의들은 예전보다는 빡빡한 진료 일정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수도권 쏠림, 떠나는 의사부터 막아야

지방 의료진 거점 지원정책 마련 필요

공보의 차출로 지역주민 불편 가시화

“순회진료·비대면 진료로 ‘공백’ 메워”

평일 2시간·주말 4시간 연장 진료
경상북도 거점 공공의료기관인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평일 2시간, 주말·공휴일에는 4시간 연장해서 진료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상급병원의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가 거부될 경우 공공병원에서 원활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정부대응 방침 때문이다. 포항의료원은 중증환자의 경우 진료협력센터에서 계명대학교나 영남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등 상급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3년 전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던 터라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영도 정상화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공의 파업이라는 의료대란이 발생하니까 정부지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진료시간을 늘리긴 했는데 환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포항의료원은 2019년 일반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그 여파로 일반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면서 현재 병상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20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2개 진료과는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휴진 중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의사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하다.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는 의사를 3년째 모집하고 있지만 채용이 쉽지 않다”며 “보통 의사들이 자녀교육 등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생활하다 보니 의사들이 혼자 지방으로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준중증·경증 환자 지역내 1차병원 진료 권고
현재 정부에서는 환자들의 상급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준중증이나 경증 환자는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진료 시간을 연장 운영 중이지만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정부와 지자체의 비상진료는 일평균 입원 1.1명, 외래 7.3명 증가에 불과하다.

의료원 관계자는 “국가적인 의료재난 시 가장 먼저 선봉에 나서는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공공의료본부가 신설되면 관할 보건소와 연계해 의료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사들의 정원을 늘려 지방에 의료진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긍정적인 생각”이라며 지방 의사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중증환자나 암환자의 경우 지방 병원과 수도권 병원 중 열이면 열이 수도권을 택한다”며 “의료장비 수준과 의료진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보면 경험에 따른 전문성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무조건 수도권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완치된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의료원은 필수의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쏠림현상 발생 시 진료시간과 진료과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체 의료인력 확보에 있어서는 봉직의(봉급 받는 의사)나 시니어 의사 등을 공모해 계약제로 한시적 운영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의료공백 방지를 위해 관할 보건소와 소방서, 경북대병원 등 관내 종합병원 핫라인을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순회진료 통한 의료불평등 해소
포항의료원은 2012년부터 김천, 안동, 포항에 거점의료원을 지정하고, 경주, 영천, 영덕, 청도, 울진, 울릉 등 7개 시·군을 관할하며 주 2회 ‘찾아가는 행복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버스를 운행하는 무료이동진료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마을회관이나 읍·면사무소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전문 조제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찾아가는 행복병원’ 진료에서는 초음파·심전도·X선·혈액검사·소변검사 등 무료 진료와 정밀검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유소견자는 지역의료기관 연계 등 사후관리도 진행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웠던 장애인 등의 의료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적인 내과 위주로 검진하고 있다.

행복병원 관계자는 “의료취약지역(농어촌, 오·벽지) 주민들은 세 가지 이유로 병원 가기 어렵다”며 “첫째는 농사가 바빠서고, 둘째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서, 셋째는 경제적인 이유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로 직접 찾아와 주는 행복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전남도 순회·비대면 진료로 비상 대응
한편, 농촌지역은 공중보건의사 차출로 1차 의료보건 진료피해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전남도의 경우, 섬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총 638명 공중보건의 중 23명이 차출돼 도내 상급병원과 수도권 병원 등으로 파견됐다.

파견된 공보의는 보건소 공보의가 4명이고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보의가 19명이다. 지역에서 공보의가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주민 불편이 우려되는 가운데 전남도는 남아있는 보건기관에서 순회 진료를 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관련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내 5곳의 수련병원 중 4곳은 전공의의 역할이 크지 않아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다”며 “공보의 차출로 인한 의료공백이 새로운 의료 문제로 이어지거나 장기화 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해결점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보의는 각 병원에서 병원 적응 등을 위한 교육을 마치고 지난 13일부턴 의료 현장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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