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농촌여성들
(강원 횡성 신우숙 농업회사법인 예향 대표)

신우숙 대표는 한입 떡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신우숙 대표는 한입 떡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일상에서 즐기는 한입 떡 선봬

짧은 유통기한 극복한 ‘굳지 않는 떡’

강원특화작목 ‘자색옥수수’ 신제품 각광

마을가공장 협업 “더불어 잘살고 싶어요”

고향에서 성공길 연다
신우숙 농업회사법인 예향 대표는 떡의 무궁무진한 변신으로 기발한 떡 제품을 선보이며 고향인 횡성에서 성공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사업가다. 어머니의 손맛을 밑거름 삼아 어엿한 떡 전문가로 성장한 그는 횡성에서 ‘세자매’로 유명하다.

“둘째 동생이 시장에서 떡집을 하고 있고, 막냇동생와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세자매가 어머니가 시작한 가업을 승계하고 있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때문에 이익을 떠나 재료 대부분은 국산을 고집하고 있다. 고생길이 뻔하다며 자매들의 승계를 원치 않았던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라 과정 하나하나를 허투루 할 수 없었다. 결국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만 기업이 존립할 수 있다는 믿음도 한몫했다.

2년 전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새벽 5시, 가장 먼저 출근에 모든 준비를 마칠 정도로 그의 머릿속은 온통 떡뿐이었다. 그런 부지런함이 있어 연매출 10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의 가능성에 확신한 횡성군은 2억5천만원 군비를 지원해 더 큰 발전을 도왔다. 가내수공업 수준의 공장은 HACCP 인증을 충족하는 위생시설과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 팩토리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겹쳐 자재비와 인건비가 치솟아 공장 건립에 예상치를 웃도는 10억원 넘게 들어가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함께하는 직원만 10명이나 될 정도로 지금은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우숙 대표.

이젠 여러 유통채널뿐만 아니라 자사몰이 있어 온라인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예향은 여러 위기를 넘어 함께하는 직원이 10명이나 될 정도로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예향은 여러 위기를 넘어 함께하는 직원이 10명이나 될 정도로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세계시장에 도전장
한민족의 쏘울 푸드는 단연 떡이다. 오랜 세월 익숙한 간식이자 잔치음식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빨리 굳어버리는 탓에 국내 유통은 고사하고 수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매출에 한계를 느낀 신우숙 대표에게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굳지 않는 떡’ 기술이전은 떡이 고부가가치 농식품으로 진화하는 발판이 됐다. 생산 직후 바로 얼려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해동해도 방금 만든 떡처럼 특유의 쫄깃함을 유지하는 이 기술의 제품화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3년간 쌀 5톤을 쓰는 실패를 반복한 끝에, 쫄깃함을 오래 유지하면서 짧은 유통기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떡은 그날 만들어서 그날 다 팔아야 했어요. 그래서 새벽 3시에 출근하는 게 보통이고, 명절 대목에는 3~4일 뜬눈으로 떡을 만들었죠. 몸은 고돼도 만드는 양은 한정적이라 매출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어요.”

굳지 않는 떡 기술을 통해 냉동 1년, 냉장 7일이 가능해져 전국 유통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길도 열 수 있었다. K-푸드가 각광을 받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일본 등 수출국도 확대하는 중이다. 내수보다 오히려 수출에서 성장세가 더 두드러진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예향 등 농가공기업이 활약하는 K-푸드는 국가경제 기여뿐만 아니라 농업소득 증대와 생산기반 강화, 국가 브랜드 제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수출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떡을 포함한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91억6천만달러로 8년 연속 성장했다.

기능성이 탁월한 자색옥수수와 추출물은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의 역작이다.
기능성이 탁월한 자색옥수수와 추출물은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의 역작이다.

“옥수수 크림떡을 아세요?”
굳지 않는 떡 기술로 성공의 기틀을 다진 신우숙 대표는 지난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바로 자색옥수수를 활용한 크림떡 출시다.

“맛뿐만 아니라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색이 정말 중요해요. 보라색 떡을 한입 베어 물면 옥수수 알갱이에 부드러운 크림이 곁들여져 젊은 층이 선호해요. 천연색소만 쓰고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게 바로 먹을 수 있어 아이들 간식으로도 제격이에요.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네요. 히트를 예감합니다.”

냉동 상태에서 자연 해동해 별다른 조리 없어 먹을 수 있어 바쁜 아침, 산행과 캠핑 등 여행 시도 안성맞춤이다. 쫀득한 떡과 부드러운 크림, 오독오독 씹히는 옥수수 알갱이 삼위일체는 다른 떡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2030의 비중이 높다는 게 고무적이다.

크림떡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 건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기능성에 특화된 자색옥수수(색소 1호) 개발에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포엽(옥수수 이삭을 둘러싸고 있는 잎)과 속대(옥수수 낟알이 붙어 있는 길고 둥근 부분)에 항산화 물질의 보고로 불리는 안토시아닌 함량을 많이 함유해 간 보호와 항당뇨의 기능성 효과를 지니고 있다. 거기다 가공화가 용이해 침출차와 만주, 찐빵 등 앞서 제품화에 성공한 점도 장점이다.

마을가공장과 콜라보 준비
신우숙 대표는 2년 전 가담마을로 터를 옮긴 이후, 마을과 상생에도 집중하고 있다. 가담마을은 횡성 남쪽에 위치해 황토가 많아 매운맛보다 단맛이 강하면서 식감이 좋은 마늘을 많이 재배해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재배된 탓에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에 횡성군농업기술센터는 4억5천만원(군비 100%) 지원으로 ‘가담마을 명품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횡성의 특화작목 가담마늘의 채종포 등 생산 기반조성과 함께 가공시설까지 갖춰 부가가치 향상을 이끌 6차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얼마나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일 수 있느냐다. 마늘즙이나 마늘칩 등은 흔한 마늘 가공제품으로는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많은 예산이 지원된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색다른 제품이 출시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대표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가담마늘은 당 함량이 높아 굉장히 달아요. 끓여서 소스로 만들면 떡에 활용할 방법이 많을 거예요.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이장님과 담당공무원과 지속적으로 의논하고 있어요. 가담마을 주민이 된 만큼, 마을가공장과 협업해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개발자 인터뷰-이기연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업소재연구팀 연구사

옥수수 고부가가치 성공모델로 기대

버려지던 포엽·속대 활용
재배농·가공기업·지역 ‘윈-윈’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는 지역특화작목 대표 연구기관으로 지난 1월 지정됐다. 명실상부한 강원도 대표작목 옥수수지만 다양한 가공제품으로의 변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기연 연구사는 신우숙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탁월한 기능성을 갖춘 가공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옥수수 농가와 가공기업, 지역사회 모두에 보탬이 성공모델로 기대하고 있다.

-자색옥수수 개발과 사업화 과정은.
자색옥수수 ‘색소 1호’는 안토시아닌 색소를 활용하고자 개발된 기능성 옥수수 품종으로 2011년 품종 등록됐다. 한시적 식품원료인 자색옥수수 포엽과 속대 혼합추출물을 식품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사업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이제 일반식품원료로 등재돼 허가받은 공정과 식품유형을 대상으로 누구나 사용가능하다.

포엽 단독 소재의 한시적 식품원료 신청과 항비만 건강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강원도 대표작물인 옥수수를 고부가가치 산업화해 농가와 지역사회 소득증가에 이바지하는 작목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던 포엽과 속대를 활용하게 돼 폐기물 절감도 기대된다.

-상생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옥수수 재배면적은 5천㏊를 조금 넘는데, 전국 비중으로 치면 32%다. 최적의 옥수수 생산지지만 고민은 식용 소비가 대부분인 찰옥수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자색옥수수 개발을 계기로 식·의약품 소재라는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다. 식용 옥수수 쏠림이 완화되면 전체 옥수수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신우숙 대표는 농업기술원에서 원료를 공급받고 있는데, 횡성에 계약재배 농가를 통하면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 판로와 공급처를 서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트상품이 되면 재배농가와 가공기업은 물론이고 일자리도 생겨 지역에도 이롭다. 신우숙 대표가 좋은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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