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한다 –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농촌여성들(충남 당진 박미연 둥근마연구회장)
서해안 해풍이 드는 충남 당진의 황토밭에서 농업인들에게 고소득을 안겨주는 틈새작목으로 둥근마가 각광받고 있다. 송악읍, 면천면에서 감자, 쌈채류 등 복합농을 하는 농가에서 3월에 씨감자를 심은 뒤 4월 중순에 둥근마를 심을 준비에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박미연(한국생활개선당진시연합회 회원) 둥근마연구회장은 2012년부터 지역농업인에게 둥근마를 알리고 재배 안정화에 기여한 산증인이다.
박 회장은 “둥근마는 기능성 작물로 가치가 높다”며 “식품 트렌드에 맞는 가공식품 개발과 판로 등 뭐라도 만들어놔야 회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영농철에 앞서 ‘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박미연 회장을 만나봤다.
아삭한 식감에 뮤신 4배 많은 ‘건강마’
비품둥근마 분말로 가공해 판로 확대
업체와 업무협약 맺고 둥근마 소비 촉진
고령여성 “둥근마 수확작업 기계화돼야”
“둥근마는 나에게 물어보세요”
2010년 둥근마연구회는 40여농가가 활동하며 둥근마 재배의 기틀을 잡았다고 한다. 12년째 둥근마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박미연 회장은 회원농가에 둥근마 재배 노하우를 나누는데 앞장서고 있다.
“회원들은 종자를 심고 싹이 돋으면 땅속에 있는 마가 얼마나 컸는지 문의해요. 두 달 일찍 조생종을 수확하면서 둥근마의 시기별 생장속도를 공유하고 있어요.”
박 회장은 종자 200㎏을 저장고에서 꺼내 보였다.
“지난해 극심한 호우로 1650㎡(500평) 둥근마 작황 부진을 겪었어요. 보통 2톤을 수확하는데 반토막 났죠. 지난달 19일 열린 둥근마연구회 연시총회에서 회원들을 다독이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충남 부여, 경북 안동에서 구입한 종자로 둥근마 시범재배가 있었지만 당진의 황토에서 재배한 둥근마에 비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회원들에게 4월 중순이 둥근마 식재 적기로 냉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둑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줄기를 튼튼하게 재배해야 구근까지 영양분이 고루 전달돼 고품질의 둥근마를 수확할 수 있다고.
둥근마는 7~8월에 잎이 우거지고 10월초부터 잎이 져서 줄기의 양분이 뿌리로 간다.
박 회장은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랐다가 노랗게 지면서 태양의 기운까지 둥근마가 흡수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소득 틈새작목 ‘둥근마’
둥근마에는 위를 보호하는 뮤신 성분이 장마보다 4배 이상 높다. 아삭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10월말 수확하는데 3.3㎡(1평)당 둥근마 5㎏를 수확할 수 있더라고요. 5㎏를 나누면 15쪽이 나옵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둥근마연구회원들은 당진에서 3만3060㎡(1만평) 규모에 둥근마를 재배하고 있다. 둥근마는 시장에서 3㎏ 3만5천원, 5㎏ 5만5천원 10㎏ 11만원으로 소비자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둥근마연구회에서는 종자를 1㎏당 회원가 7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둥근마 종자는 비회원가 1만2천원으로 올랐다.
“황금대마, 장마, 하늘마 등 몸에 좋은 마가 전국에서 다양하게 재배되고 있는데, 둥근마는 안 먹어본 고객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고객은 없을 정도로 재주문이 꾸준합니다. 다른 마를 먹어봤다가 ‘둥근마가 맛있다’는 호평을 들어요.”
둥근마연구회는 2021년 충청남도품목농업인연구회 전진대회에서 ‘충남우수농산물 품평회’ 농산물 대상을 거머쥐며 농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듬해 농업회사법인 인섹트라온과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탄탄한 판로를 확보했다.
“업체에 둥근마 분말을 납품하면서 더 좋은 둥근마를 재배해야겠다고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어요. 지난해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납품물량이 저조했어요. 확실한 판로를 확보했으니 올해 더 많은 농업인들이 둥근마를 재배해주면 좋겠어요.”
고령화에 재배 부담되기도…
둥근마 재배에 주의점도 알아둬야 한다. 수분을 따라 마가 크다보니 폭염이면 마의 모양이 둥글지 않게 자랄 수 있다는 것. 수확한 뒤 모양이 나쁜 둥근마는 흙을 파내 분말로 가공해야 한다.
“냉해를 입으면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물컹해지기도 해 수확하면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기 전에 저온고에 저장해야 해요. 태풍피해에 지지대가 쓰러지기도 해서 보완작업도 수반됩니다.”
박 회장은 둥근마연구회 연시총회에서 신규회원 17명을 만나 둥근마 재배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초심자들은 1650㎡(500평) 이상 둥근마를 심겠다고 생각하는데, 종자 5㎏를 보급할테니 심어보라고 권유했어요. 한 남성농업인에게 ‘판로가 되는겨?’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도 했죠.”
권영선 연구회원은 면천면에서 둥근마를 2만3100㎡(7천평) 재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해를 거듭하면서 농사일에 힘이 들어 재배면적을 6600㎡(2천평)으로 줄일 수밖에 없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둥근마는 수익성이 좋아서 귀농인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고령화되는 농업인들이 쪼그려 앉아 밭에서 선별해야 해 어려움도 있어요. 무게도 많이 나가서 수확기에 들고 나르다가 허리를 삐끗한 적도 있습니다. 둥근마 재배가 조금이라도 수월해지려면 농기계가 개발돼야 합니다.”
박미연 회장은 둥근마 가공식품 활성화를 위해 올해 당진시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센터에서 창업교육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둥근마와 꿀이 영양학적으로 궁합이 맞아서 여기에 계피를 배합한 환을 만들어 둥근마 소비를 촉진하고 싶어요. 또한 둥근마 종자도 자체적으로 새싹을 채취해서 배양과정을 통해 좋은품질의 둥근마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재배에서 판로, 가공식품 개발까지. 당진에 기획작목으로 자리잡은 둥근마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려면 농업인들의 주름살이 펴질 수 있도록 농작업 환경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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