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멋·건강 담긴 지역 향토음식 활성화 방안은…(전문가 제언)

지역에서 나는 농·수·특산물과 조리기구, 식예절을 총망라하는 향토음식은 농가맛집 지원사업을 통해 그 가치를 높였다. 김대균 한식진흥원 사무총장은 농가맛집이 농촌경제 활성화에 충분히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론 새로운 시즌2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옥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약용산업팀장은 지역 특색을 살린 안동의 농가맛집이 향토음식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자신한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과 인근의 관광명소와 연계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균 한식진흥원 사무총장

농촌경제 활성화 충분히 기여…시즌2 준비할 때
여성농업인이 향토음식 전승자 역할 할 수 있어야

-지역음식 기록화 사업은.
올해 처음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지역음식의 기록과 관련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국비사업으로 기획됐다. 올해는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의 음식을 조사하며 조리법과 조리기구 등에 대한 기록을 사진과 영상, 음원으로 보존하게 된다. 지방소멸·인구소멸 등에 처해 있는 농촌에 고령 어르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기록한다는 게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후대를 위해 반드시 진행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기록이 있다면 지역음식은 언제든 복원될 수 있다. 그런 기록을 많이 가진 지역일수록 식문화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음식을 매개로 한 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도 유용하다.

-국비 농가맛집 지원사업이 종료됐는데.
농가맛집과 지역음식, 즉 향토음식의 계승은 연관성이 높다. 농촌진흥청이 추진한 농가맛집 지원사업은 농촌형 외식 사업장으로 향토음식 보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별화된 식재료를 활용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체험프로그램 운영과 정겨운 농촌만의 특색 있는 공간 조성 지원, 브랜드화 등을 통해 농촌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향토음식을 농촌 고유의 어메니티 자원으로서 6차 산업화와 로컬푸드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도 컸다.

국비사업이 종료된 건 당초 목적한 바를 이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젠 새로운 농가맛집을 선보여야 할 때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인 농가맛집 지원사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농가맛집과 이와 관련된 여성농업인은 향토음식의 민간기록 보고(寶庫)이자 전승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향토음식의 보존 가치는.
경제적 가치를 논외하고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무형유산인 향토음식은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와 전해 내려오는 조리기구, 먹고 마시고 나누는 예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한식 진흥에도 향토음식은 중요한 존재다.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건 원재료 훼손과 인공의 맛은 최소화하면서 은은한 향과 양념의 조화가 어필하고 있어서다. 농가맛집의 메뉴들도 마찬가지다. 직접 텃밭에서 기르거나 이웃들의 식재료를 바로 가져다 손맛으로 만들어낸 향토음식은 진정한 한식이라 할 수 있다. 예전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놓치지 않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 장재옥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약용산업팀장

밭작물·유교의례음식 메뉴화한 안동 농가맛집
식사공간 넘어 체험·관광 겸한 복합공간으로 거듭나야

-안동 향토음식의 특색은.
향토음식은 대개 지형과 위치, 기후, 토질에 따라 발전하게 된다. 안동은 산악이 많고 평야가 적으면서 건조한 지대로 밭농사 위주다. 기후는 비교적 따뜻해 채식이 많고 맵고 짜며, 소박한 게 특징이다. 거기에 유교문화의 중심지로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집성촌이 다수 있어 안동 향토음식은 양반음식, 선비음식, 유교적 의례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특산물인 콩과 마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농가맛집도 이를 반영해 콩가루 채소찜과 마불고기를 내놓고 있다. 의례음식은 헛제삿밥과 안동소주·송화주 등 가양주가 있다. 바다와 먼 내륙지방에서 보관을 용이하게 위해 건조와 절임기법이 들어간 간고등어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 농가맛집을 소개한다면.
지역특색을 살린 메뉴와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동화련’은 단순한 식사공간의 음식점이 아닌 농촌체험과 관광을 겸한 복합공간이다. 운영하는 농촌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곁들이고, 자연주의 건강식을 지향한다. 주메뉴는 직접 기른 연잎에 오곡과 연자, 대추, 은행 등을 무쇠솥에서 쪄낸 연잎밥과 간고등어찜이다. 체험으로 연잎밥과 연잎수제비 만들기, 제철마다 달라지는 천연효소와 과실청 만들기도 인기가 많다.

인근에 ‘고운사’와 ‘몽실언니’ 저자 권정생 선생의 어린이문학관도 위치해 있다. 농가맛집 ‘이당’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어 계절마다 색다른 볼거리를 주는 공간이다. 안동특산물 한우와 마를 활용한 음식과 곶감단지와 흑임자다식 등 한식디저트를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가 추천한다.

-농가맛집의 지속성을 보장하려면.
맛으로만 승부를 봐선 농가맛집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걸 넘어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체험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그 지역의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 인프라로서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안동 권씨 종가 며느리가 직접 집안의 비법으로 만든 종가음식이 대표메뉴인 농가맛집 ‘뜰’은 유교문화 중심지인 안동의 역사성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안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산서원’과 ‘월영교’가 있어 식사 후 이곳까지 둘러보면 환상적인 관광코스다.

맛에 반했다고 해서 한 번 온 고객이 다시 멀리 떨어져 있는 안동의 농가맛집을 또 찾게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향토음식에 체험, 그리고 관광명소까지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농가맛집이 복합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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