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해썹(HACCP), 신뢰성·효율성 의문(소규모 가공농가 해썹 관련 현장목소리)
생산 멈춰도 검사비 징수…패널티 받을까 노심초사
품목당 검사비 지출 부담에 폐업사례 줄줄이
“식약처·시청 불시점검에 밭에서 달려 나와”
해썹 의무교육, 농업환경에 맞춰 개선돼야
‘해썹 재인증’에 허리띠 졸라매
지난 4월3일 서산생강한과협의회원 임모 대표의 가공장은 식품 생산이 멈춘 상태였다. 명절에 맞춘 선물용 농식품을 대표상품으로 생산하고 있어 명절을 앞두고 소비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4월은 비수기에 해당됐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도 해썹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검사 비용은 임 대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임 대표는 ‘좋은 원재료에 정성을 더해야 좋은 식품이 나온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전통과자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블루베리(4628㎡)와 마늘·생강(3965㎡)을 직접 재배하고, 지역농산물 소비에 진심을 다하고 있어 1년 내내 생산에만 집중하기 어렵다고.
“블루베리즙이 1년 내내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처럼 식품 생산만 전적으로 하는 게 아닌 데다 해썹을 유지하면서 비용이 들다보니 허리가 휩니다. 이윤에서 수수료 뗀다고 생각해야 되는데, 우리 같은 소규모업체에선 해썹 유지하느라 검사 비용에 쫓겨요.”
그는 해썹 인증을 받고 이듬해인 2018년 진로체험학습장을 등록했다.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연계해 가공장을 한시적으로만 운영하지 않도록 소득을 다각화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간신히 학교에 출강을 다니면서 고비를 넘는 시기도 보냈다고 한다.
식품 각각에 검사비용 책정돼
임 대표는 2012~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에 선정된 5농가 중 한 곳이었다. 직접 농사지은 블루베리와 생강 등으로 전통과자를 생산한다. 떡은 지역농가의 유기농 쌀을 사용하고, 화과자는 고명까지 천연과즙이 들어간 쌀반죽을 손수 빚어 만들었다. 당시 사업비 1200만원으로 준공한 가공장은 2017년 해썹 인증을 받았다. 가공장의 작업대와 가공기계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사용감은 있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가장 큰 부담은 검사비 같아요. 농식품 종류마다 연1회 치러지는 재인증 검사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죠. 여기에 3개월마다 자가품질검사도 있고, 가공기계를 검·교정하는 검사 비용까지 추가로 들어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요.”
임 대표가 서산시에 품목제조보고한 농식품만 대여섯 가지. 그는 떡류, 과자류에 해썹 인증을 받았다. 해썹에서는 식품의 연장심사 비용에 품목별 20만원씩 납부하고 있다.
“불시점검 오면 긴장돼요”
임 대표의 가공장은 그를 포함한 2명으로 근근이 운영되고 있다.
직원 A씨는 “식품을 생산하면서 위생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불시 점검한다고 식약처 관계자가 가공장을 찾아오면 긴장된다”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지금까지 생산구역에서 패널티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식약처에서 연1회 불시 점검을 나오고, 시청 정신보건위생과에서도 식품위생을 관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썹 기준에 맞춰 해를 거듭하면서 이미 체득이 돼 있지만, 평소 위생을 잘 지켜오던 업체도 모르는 사이에 제품 뚜껑이 열려 있을 수도 있고…. 작은 실수 하나라도 책잡힐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생산을 안 하는 상황이면 먼지가 쌓일 수도 있을 터. 임 대표가 불시 점검에 기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교육으로 안전먹거리 의식 함양
임 대표는 검사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에서도 해썹 인증을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해썹 마크가 있고 없고는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기준입니다.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요. 안전 먹거리 생산자로서 당당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서로 좋은 거죠.”
그는 해썹 관련 교육을 받고서 스스로 먹거리 생산주체로서 청결과 위생의 중요성을 깨달을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한다. 또한 조청 등 부재료를 구입할 때도 해썹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을 정도다.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초콜릿 등 수입산을 구매할 때도 적법한 수입절차를 거쳤는지 원재료를 꼼꼼히 따져보게 됐다고 한다.
이는 해썹 적용업소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4조 제1항제1호에 따른 신규교육훈련을 16시간 이수해야 하는 의무교육에 임 대표도 참여하고 있어서다. ‘해썹 팀장교육’이라고도 불리는 이 교육은 연1회 실시되는데, 식품 생산자들의 안전먹거리 의식에 일조하고 있다.
해썹 현실 알고서 접근해야…
임 대표는 “전국에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영농조합도 많은데, 농업인 중심으로도 해썹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실로 해썹 팀장교육의 ‘팀장’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가공식품 생산업에 관여된 사람이라면 대기업 직원도, 시군 농업기술센터 가공지원센터 주무관도 모두 ‘팀장’에 속해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1차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맞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막상 농가에서 가공사업장을 마련하고 해썹 인증을 통해 농식품을 개발해도 유지하는 데는 철저한 준비과정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게 임 대표의 뼈 있는 말이다.
그는 “가공식품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농업인에게도 해썹 교육이 폭넓게 실시되길 바란다”며 “꿈 있는 사람이 해썹 제도를 속속들이 알고 나면 더욱 현실감 있게 꿈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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