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탐방 – 세계김치연구소

한국 김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까지도 수출 강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건강식품으로서의 김치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며 김치는 명실상부한 ‘K-푸드’의 대명사,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김치 수출은 일본과 미국 등 2017년 67개국에서 2022년 90개국을 넘어섰다.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전년(4만1118톤)보다 7.1% 증가해 4만4041톤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21년(4만2544톤)을 뛰어넘은 수치다.

그러나 김치는 비살균 제품으로 수출 운송과 유통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효가 진행돼 원거리 국가에 수출할 때 과도하게 시어지는 품질 저하 문제를 안고 있었고, 이는 풀지 못한 과제였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이 김치종균과 유기산의 조합을 통해 김치의 숙성을 지연시켜 품질유지 기한을 연장하는 김치 숙성도 제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박사(사진 왼쪽) 연구팀은 지난해 최대 8일까지 김치 발효를 지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청사진을 그렸다.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박사(사진 왼쪽) 연구팀은 지난해 최대 8일까지 김치 발효를 지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청사진을 그렸다.

김치, 한류·코로나에 K-푸드 대표로 부상

파이토케미칼·식이섬유 함유 건강식품

품질유지 기한 최대 8일까지 지연 성공

소량 종균 넣는 발효지연기술 연구 중

수출용 김치 발효지연에 기업 애로
“문화의 힘이 크죠. 우리나라도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 대열에 서다 보니 신뢰도 생기고 코로나19 이후 유산균의 효능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전 세계인이 K-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단순히 유산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채소에 들어있는 다양한 파이토케미칼과 식이섬유 등이 함유돼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건강식품은 없지요.”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박사는 김치를 이같이 평가했다.

“수출용 상품 김치에 대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했을 때 발효지연에 관한 요구들이 많았어요. 국내 유통보다는 원거리로 수출할 때 작은 온도변화도 김치가 금방 시게 됩니다. 한국인들은 기호에 맞게 익혀 먹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은 약간 부패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거든요.”

김치 숙성도 제어 기술을 개발한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2018년도 수출전략기술개발사업을 통해 1억8천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김치의 발효를 늦추는 발효조절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당시 뜨레찬 김치제조업체와 공동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김치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김치종균을 활용한 김치 제조기술과 이번 김치 발효지연 기술 등을 이전해 해외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용 김치를 컨테이너에 싣고 운송하는데, 영하 1℃까지 내려가도 염분 때문에 얼지 않아요. 보통 가정용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보관할 때와 같은 온도입니다. 그래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문제는 김치를 하역하고 매장으로 옮겨 최고 10℃ 오픈형 진열냉장고에 보관하면 금방 시게 된다는 겁니다.”

김치는 0~10℃ 냉장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김치를 수출할 때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는 3~4일, 미국이나 유럽은 한 달 정도 걸린다. 기존의 발효지연 기술은 10℃ 저장했을 때 3~4일 연장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최대 8일까지 품질유지 기한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담근 초기에는 김치 1g당 약 1만마리의 유산균이 있는데 잘 익힌 김치는 1억마리 이상 증식하죠. 유산균이 늘어나 몸에는 좋지만 외국인 소비자에게 너무 신 김치는 거부감을 줄 수 있고 상품성도 떨어지니 김치 유산균의 성장을 억제해 김치 발효를 늦추는 거지요.”

최고의 김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김태운 박사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최고의 김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김태운 박사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두 가지 우수 종균으로 김치맛 오래 유지
김 박사 연구팀은 항균 종균을 활용해 김치 원·부재료에 있던 유산균의 생육을 억제시켜 김치의 품질유지 기한을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김치 종균을 단순히 첨가해 발효를 조절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종균을 젖산과 함께 김치 양념에 가공하면서 양념 내 초기균수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만니톨을 생산하는 종균은 김치에 상큼한 단맛을 부여해요. 발효를 지연시키는 항균 종균과 함께 김치에 쓰이는 종균이죠. 고품질의 김치를 만들기 위해 두 균을 어떤 비율로 할 것인가가 기술력입니다.”

김 박사는 “따로 배양한 두 종균을 김치 전체 무게에서 5% 정도 액체 상태에서 바로 사용해야 효과가 크다”면서, 분말 형태로 종균을 가공하는 것에 대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이점이 있지만 두 배 이상 투입되는 제조 비용은 김치 생산원가를 높이게 되고 그로 인해 기업들도 부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소량의 종균으로도 20~30일까지 품질유지 기한을 늘리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김치를 만들 때 실내 온도는 낮추고 원·부재료도 미리 냉장고에 예냉처리를 하면 발효가 천천히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수출 전문 김치 업체들은 제조 환경 온도가 굉장히 낮고 식재료 관리 온도에도 엄청 신경을 씁니다.”

끝으로 김 박사는 공기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골마지 억제를 위한 연구 계획도 밝히며 이를 위한 간단한 팁도 전했다.

“골마지는 유산균은 아니고 효모의 일종이에요. 김치가 발효될 때는 유산균에 밀려 잠재돼 있다가 발효가 다 된 김치에 효모가 서서히 활동하게 되는 거죠. 마늘과 계피에서 골마지 균주를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연구 중입니다.”

김 박사는 가정에서 김치를 담글 때 김치를 통에 담고, 뚜껑을 닫기 전 김치 윗부분에 식초를 분무하면 골마지를 일부 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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