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김제‘늘봄수국농장’ 이명희 대표

전북 김제시 금산면은 동쪽의 모악산을 중심으로 해발고도 500∼600m 국사봉, 상두산 등 산지가 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산간지대다. 산지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원평천과 금산천을 젖줄로 농업이 발달했다. 모악산은 계룡산 다음의 신흥종교 근거지로서 작은 암자들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모악산 주변으로 길게 이어지는 금산로와 모악로를 이어가다 보면 금산면 쌍용리에 들어선다. 언뜻 도시의 변두리처럼 비교적 잘 갖춰진 도로가 인상적이지만, 신평마을 입구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주변은 온통 논이다. 

그 첫머리에서 만나는 1만560㎡(3200여평)에 달하는 ‘늘봄수국농장’은 수국과 작약의 푸름과 꽃향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는 낭만으로 다가온다. 이명희(51) 늘봄수국농장 대표는 곧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날 비닐하우스 1개동(100평)의 수국 화분들을 보살피느라 분주했다.

 

이명희 늘봄수국농장 대표

 

작약꽃·수국꽃 향기 속에 귀농 10년 훌쩍
연이은 실패와 도전이 탄탄한 밑거름
지역 대표하는 수국․작약 농장으로 우뚝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귀농 10년
“올해로 벌써 귀농 10여년이 됐네요. 수국과 작약을 통해 이런저런 아픔도, 많은 기쁨과 행복도 원 없이 겪고 누린 것 같아요. 그동안 고생과 경험의 세월로 얻은 수국과 작약 재배의 노하우를 주변과 함께 공유하면서 즐거운 농사꾼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명희 대표는 고향이 부산이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집안의 큰딸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의 금융기관에 다녔다. 우연히 근처 시설에서 공부하던 남편 이형기(54·공무원)씨를 만났고, 그렇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김제라는 지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그때는 김제가 어딘지도 몰랐어요. 스물세 살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하고 1년여 정도를 지금의 이곳의 옆 마을인 월평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산에 내려가 8년 정도를 살았고, 남편이 공무원으로 출발하면서 전주로 오게 됐죠.”

이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언뜻언뜻 귀농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남편이 수국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보기 좋고 예쁘다는 것인데 딱 거기까지였다.

“시댁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 농사일을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나만의 경영체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나브로 농사에 대해 자료조사도 하고, 작목도 알아보고 했었는데 쉽지는 않았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2013년쯤에 시댁에서 농지 4950㎡(1500평)를 빌리고, 수국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330㎡(100평)짜리 비닐하우스 6동을 지으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네요.”

연이은 농사 실패에 암까지...
그렇게 시작한 귀농생활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겨울에 난방기를 설치하고, 또 꽃을 저장할 저온저장고, 양액재배를 위한 양액기 등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생각지도 않은 돈이 지출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공부도 하면서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농사를 시작하고 나니까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각종 기본교육 등을 받으면서 노력했어요. 그런데 첫해는 하우스에 재배한 수국 모두를 온도 조절 실패로 죽여야 했습니다. 손해도 상당했지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실패를 한 것 같아요. 약을 잘못해서, 햇볕에, 병해충에, 키가 자라지 않아서 등등 제대로 키워내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각종 농자재 구입비용은 농작물 실패와 관계없이 다 들어갔으니까 손실은 갈수록 컸지요.”

이 대표는 설상가상으로 귀농하고 3년여 만에 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라는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농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수국과 작약과 관련된 것이라면 최선을 다했다. 더 교육받고 전문가와 멘토를 찾아다녔다. 

주변의 도움, 모두에게 나눌 터
“지금 생각하면 어려운 고비도 많았습니다. 암이 치유가 됐다는 의사의 말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수국과 작약 농사에 매달린 지도 10년이란 세월이네요. 그 사이 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많은 응원과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면서 다 함께 행복한 귀농생활을 즐기고 싶습니다.”

늘봄수국농장은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화훼농장으로 손꼽힌다. 이 대표의 방문객을 맞는 밝은 표정은 수국꽃을 닮았다. 전국에서 수국과 작약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누군가는 선물도 놓고 가고, 격려의 편지도 보낸다.

“요즘은 보람도 많습니다. 주변의 도움들로 오늘이 있겠지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농사라고 생각합니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연구하고 돕다 보면 각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생산과 소득에서도 더 향상되는 것이 농사입니다. 고생한 만큼의 노하우를 다른 농가들과 공유하면서 진짜 농사꾼으로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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