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00)

"내 모습을 통해
내 스스로에게
나를 보는 가족에게
2021년의 희망을
각인시키며 건강하길..."

패션이 숨죽이며 사라져가는 한해를 우리는 겪어왔다. 외출과 활동이 자제되는 ‘방콕’ ‘집콕’ 속에서, 꾸밀 필요나 꾸며야 할 기회나 꾸밀 능력까지 박탈당하는 듯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난 1년을, 옷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던 패션 실종시대라고도 했다. 강하게 이끈 패션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두드러진 색깔이 별로 안 보였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패션의 실종보다 ‘색깔의 침잠’을 더 주목한 것이다.

삼라만상은 색으로 돼 있고 인간은 그 색들에 의해 정신적·신체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지구상의 모든 사망자 가운데 75%가 스트레스와 관련되는 원인으로 목숨을 잃고, 특히 환경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의 경우, 색 환경만 잘 바꿔줘도 현저하게 피해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색채는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는 데 87%의 역할을 차지하고, 각각의 색들이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므로 색상은 소비심리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때문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색채전문 기업들이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하며 트렌드를 주도한다. 세계적인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e)이 2021년의 색으로 ‘노랑+회색’ 한 쌍을 뽑았다. ‘올해의 색’ 선정은 여러 전문가들이 사회현상과 대중문화 등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에 맞게 그 해의 색을 골라낸다.

세계는 2020년, 죽음에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해를 보냈다. 팬톤 측은 “견고한 회색은 평온함과 안정감, 회복, 탄력성을 의미하고, 밝은 노란색은 낙관주의와 희망, 긍정을 의미한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피는 새 희망을 이 두 가지 색으로 나타낸 것이다. 패션에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색채 전문기업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색이 반드시 유행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2021년의 회색과 노랑은 무릎을 치게 하는 적절한 선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컬러를 ‘터널 끝의 빛’이라고 표현했다. 2020년이 죽음의 한해였다면 2021년은 백신 등장과 함께 삶으로의 희망을 품게 한다. 특히 노랑과 회색의 조합은 노랑이 밝은 희망의 빛을 표현하기에 환상의 짝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일상이라면 의생활은 삶의 위로와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 의생활은 유행의 흐름과 적절히 발을 맞출 때 세련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된다. 패션에서 노랑은 결코 쉬운 색이 아니다. 자칫 노란 병아리 같은 유아적 이미지와 황색의 피부에 잘 어울리지 않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회색은 무채색이어서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 특히 노랑을 우아하게 강조해 주는 조합이 될 수 있어서, 벌써 패션계에서는 앞 다퉈 두 색의 조화가 작품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새삼 회색과 노랑색옷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회색 같은 무채색 겉옷 안에 노란 셔츠나 블라우스 또는 머플러나 가방, 신발, 벨트 등 노란 소품 중에서 하나만 걸쳐도 ‘올해의 색’을 활용한 멋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모습을 통해 내 스스로에게, 나를 보는 가족에게 2021년의 희망을 각인시키며 건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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