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78)

"코로나19와 사투 벌이는
의료인들을 감싼 방호복에
희생과 헌신하는 마음이..."

인류가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할 때 승무원들이 입었던 아폴로11호의 우주복은 14겹의 다양한 소재들이 결합돼 만들어진 ‘방호복’이었다. 달에서는 –122℃에서 165℃까지 290℃의 극한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머리 부분은 작은 유성체로부터 충격을 받지 않도록 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로 하고, 강한 자외선과 적외선을 막는 금도금 차양이 붙어 있는 헬멧을 쓴다.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면서 생명을 유지토록 하며, 온습도를 조절하고,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주는 장치에, 우주인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등의 별도 기능도 필요하다. 우주복 무게가 100㎏내외이고 한 벌의 가격이 100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 무수한 기능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라는 이름의 별에서 공동의 적이 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들 역시 온몸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고 있다.

코로나19 방호복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우주복과 대동소이하다. 지원·보조인력들은 얼굴까지 가리지는 않지만 그 방호복들은 이만저만 불편한 옷이 아니다. 입고 있으면 덥고 답답하다. 속옷까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움직이기 힘들어 쉽게 피곤해진다. 전염이 두려워 가족도 마음 놓고 만나지 못한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안 된다.
그런 인류의 ‘전쟁터’ 곳곳에서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번뜩이는 재치와 비장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며 들려오고 있다.

중국 광저우 중의학대학에서 우한으로 지원을 간 간호사 청핑(曾萍)은 2월8일,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 ‘후거(胡歌) 마누라’라고 쓴 방호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후거는 지금 중국에서 인기가 최고인 37세의 미남 배우 이름이다. 물론 청핑은 후거와 아무 관계도 없다.
그로부터 8일 뒤인 16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후거가 웨이보를 통해 직접 답장을 보냈다. “당신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전우이며, 당신을 비롯한 의료인들의 헌신이 없다면 모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없다. 이 전염병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대하며, 하루빨리 당신의 면사포를 열어주기를 기대 한다”고 했다. 청핑이 후거의 마누라가 될지 어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방호복을 입기 전에 걸리적거린다며 삭발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슴 뜨거운 이야기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간호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임관식을 앞당기면서까지 대구지역 ‘전선’으로 투입됐다. 새로이 공중보건의로 임용되는 750여 명이 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채 코로나19 전투현장으로 달려갔다.
전국의 여러 병원에서 피곤에 지친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잇달아 SNS에 올라오는 안타까운 국면이다. 불편한 숙식은 물론 의료진 감염보도도 나오고 있다. 개업의 등 생업에 종사하는 의사들과 전직 간호사들까지 자원해서 의료현장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사랑이 없으면 되지 않는 일이다. 희생과 헌신하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생겨날 수 없는 일이다. 방호복은 잊어서는 안 될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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