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시계의 본래 기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게 그자리를 내어주고 장식물정도로 패션화 되었지만.
예전 시계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사람들처럼 분(分) 초(秒)를 다퉈가며 헉헉대면서 바삐 살지 않았으니 굳이 시간을 세세히 따질 일이 별반 없었다. 그저 해가 뜨고 지는 일, 절기가 흐르는 이치를 가늠하는 것 만으로도 생활하는데 커다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관공서에서 하루 24시간을 열두토막으로 나누어 십이지(十二支), 즉 자(子)부터 해(亥)까지 각각의 이름을 붙이고 한 토막 당 두시간씩 배정한 것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자시(子時)는 밤11시부터 새벽1시를 지칭한다.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마을에서 또르륵 또르륵 태엽을 감아주어야 돌아가는 불알(추)달린 괘종시계가 있던 집은 불과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형편을 안타깝게 생각해서인지 고향마을 언저리에 있는 미군부대에서는 낮 12시가 되면 1분간 긴 사이렌을 왜앵~하고 울려줬다. 우리들은 그 사이렌소리를 ‘오정(午正, 정오) 분다’고 했다. 당시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합격하면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어 했던 선물이 첫째가 손목시계였고, 그 다음이 ‘빠이롯드’나 ‘파카’ 만년필이었다.
그런데 최근 두가지 시계얘기가 세간에 화제가 됐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계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올림픽 참가선수단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한 뒤 하사품으로 손목시계를 내려주었다. 봉황무늬가 새겨진 시계판 아래에 ‘박근혜’라는 친필사인이 들어가 있는데, 이 시계의 짝퉁을 만들어 고가로 팔려고 했던 사람이 경찰에 적발됐다.
교황의 시계는 지난달 바티칸 성 베드로성당에서 있었던 신임 추기경 서임식 때 예복 사이로 드러나 ‘대체 무슨 시계일까’ 궁금증을 더해줬다. 특파원에 의해 밝혀진 바로는 스위스 대중 브랜드 ‘스와치’가 2000년에 출시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가격은 50달러 라는 것. 3000달러(약 320만원)짜리 스위스 명품시계 ‘롤렉스’를 애용한 요한 바오로2세 전 교황이나 1만유로(약 1470만원)짜리 스위스 ‘파텍 필립’제품을 애호한 ‘명품족(族)’ 베네딕트 16세 전임 교황에 비하면 예상 밖이라며 그의 겉치레 없는 소탈한 모습에 많은 세계인들이 진하게 감동했다. 그 자신이 ‘가난이라는 부인과 결혼했다’고 했던 저 아씨시의 성자 성 프란치스코를 닮겠다며 교황명도 프란치스코로 한, 그 교황이 오는 8월 우리나라에 온다. 이땅에 따뜻한 평화와 자비의 기운이 가득 내리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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