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683년 봄, 신라 31대 신문왕이 왕족여인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왕은 청혼의 예로 여러가지 예물을 보냈는데, 그중 음식예물이 135수레나 되었다. 품목은 쌀, 술, 기름, 꿀, 간장, 된장, 말린고기, 젓갈 등이었다.’-<삼국사기>
‘1596년 2월11일. 보성의 군량 보급책임자가 소금 50섬을 실어갔다. 1597년 10월20일. 소음도 등 13군데 섬에 염전 감독관을 정해 보냈다.’
-<난중일기>
신문왕의 혼인예물 중 간장, 된장, 젓갈이 있었던 것으로 보면 신라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쑤고 소금 간을 했음은 물론 생선을 소금에 절이어 저장하는 염장업이 성행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있으면서 염전을 경영했다는 것을 <난중일기>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주·군마다 염장(鹽場)을 설치하여 관가에서 소금을 구워 백성들로 하여금 쌀이나 무명베와 물물교환식으로 바꿔가게 했다. 그후 1907년 일제에 의해 인천 주안에 대규모 염전이 만들어져 천일염을 만들었으니, 바닷물을 가두어 바람과 햇볕에 말려 만드는 천일염의 역사는 고작해서 100년을 조금 넘는다.
사실 소금이란 광물질이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상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도 하지만, 특히 장류와 김치류가 식생활의 근간을 이뤄왔던 우리 한민족에게 소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귀한 식품이었다.
소금의 화학명은 염화나트륨(NaCl)으로 나트륨(Na)과 염소(Cl)의 화합물이다. 유황·석회암·석탄·석유와 함께 화학공업 5대 원료 중 하나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서는 체내 삼투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물질이다. 화학물질로서의 쓰임새만도 무려 1만4000가지나 된다.
인간의 혈액 속에는 0.9%의 염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 정도를 넘어서면 고혈압이 온다. 보통 성인의 하루 필요량은 12~ 13g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소금의 한 성분인 나트륨. 나트륨 섭취량이 곧 국민의 혈압·혈관건강과 직결돼 있어 여기저기서 저나트륨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건강한 100세 시대를 살자’면서. 그렇긴 해도 몸갗보다 맘갗을 살찌우자던 옛 선인들의 소금 속담도 한번쯤 마음에 담아보는건 어떨까.-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밀가루 장사하면 바람 불고, 소금 장사하면 비가 온다/소금 먹은 푸성귀/평양감사보다야 소금장수/소금도 없이 간 내먹는다/소금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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