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생활개선회, 다문화여성과 농작업안전 공감대

# 지난 봄에 블루베리 묘목을 전지하다가 전동가위가 갑자기 멈췄어요.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왜 이러지? 왜 안 되지?’하던 찰나에 가윗날이 왼쪽 집게손가락을 스쳤습니다. 손가락을 잃고 불쑥불쑥 화날 때가 많아졌어요. 잊으려고 해도 후회되고 아픈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요. 손가락 한 마디만 없어도 생활이 불편해지는데 소이씨는 37살에 오른손을 잃고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어요. (이영숙 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 사무국장)

한국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는 지난 15일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고 의수를 착용한 이소이 회원의 자택을 방문해 성금 250만원과 쌀국수 4상자, 수확용 앞치마를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숙 사무국장, 김미 중구생활개선회장, 이소이 회원, 김정순 연합회장, 전소현 대전광역시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과장, 안미자 연합회 직전 회장, 김기자 감사)
한국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는 지난 15일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고 의수를 착용한 이소이 회원의 자택을 방문해 성금 250만원과 쌀국수 4상자, 수확용 앞치마를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숙 사무국장, 김미 중구생활개선회장, 이소이 회원, 김정순 연합회장, 전소현 대전광역시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과장, 안미자 연합회 직전 회장, 김기자 감사)

회원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쌀국수 등 전달하며 위로

다함께 다문화여성 돕자
지난해 지역에서 농작업사고가 거듭 발생했다. 사고 소식은 마을에서 농업인단체로 알려졌고, 한국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회장 김정순)는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한쪽 손을 잃은 이소이(중구생활개선회 회원, 다문화여성)씨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임원 5명은 중구 어남동 이씨 자택을 방문해 성금 250만원과 쌀국수 4상자, 수확용 앞치마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전소현 대전광역시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과장과 차선혜 농촌자원팀장도 함께하며 산재보험 절차와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연금 정보를 나누는 등 이씨의 재기를 도왔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이씨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와 작은어머니를 부양하며 아들 둘을 양육했다고 한다. 3300㎡(1천평)에서 배추와 고추를 재배하고 있지만, 농업소득만으로 여섯 식솔을 챙기려면 부족했다. 이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다문화센터 사무직, 요양보호사, 통역 등 여러 부업을 했고, 지난해 12월 이동식 문서 파쇄기에 종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이 딸려 들어가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이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 손목 위 7㎝부분을 절단하면서 손을 잃었다.

“구급차에서 수술이 무사히 되길 기도했어요. 오른손을 잃고 앞으로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지난해 농작업사고로 아픔을 겪은 이영숙 사무국장(사진 왼쪽)이 이소이 회원의 마음을 십분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농작업사고로 아픔을 겪은 이영숙 사무국장(사진 왼쪽)이 이소이 회원의 마음을 십분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농작업 사고, 예방만이 살길
이씨의 소식을 들은 김미 중구생활개선회장은 회원들과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소이씨는 향토음식연구회 총무이고, 보리 등겨장을 담그는 솜씨가 뛰어나 장류사업을 추천할 만큼 생활개선회 활동에 열정적이다”며 “사고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위로할지 막막했는데 오히려 나를 다독여줬다. 내가 다쳤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에 거주하는 김기자 대전광역시연합회 감사는 “영농 현장에서는 넘어짐 사고가 빈번한데, 여성농업인들에게 이를 예방할 교육의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며 “과학영농으로 농기계가 개발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촌은 농작업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안미자 대전광역시연합회 직전 회장은 “떡가공사업을 하는데 장갑을 끼지 않고 팔토시만 한다”며 “가공기계에 옷깃이 딸려 들어가지 않게 몸에 붙는 위생복을 입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어 “농기계를 사용하면 전날 밤에 미리 머릿속으로 작업과정을 그려보면서 농기계 작동 스위치를 파악하고 조심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소이씨는 “그나마 한국에서 다쳐서 다행이었다”며 “베트남보다 의료기술이 좋고 신속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혼자서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오른손잡이였는데 왼손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마음의 병도 찾아왔다. 한 쪽 손목이 없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걸 기피하게 됐고, 의수를 제작하면서 사고 이후 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성금 전달식도 이뤄질 수 있었다.

전동가위 사고를 겪은 이영숙 대전광역시연합회 사무국장은 “사후에도 삶에 용기를 되찾을 수 있게 주변사람들이 보듬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정순 회장은 “우리 농업을 이끌어가는 여성농업인이 안전한 일터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농촌 현실에 맞는 농작업 안전대책이 실행돼야 한다”며 “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는 여성농업인 선도단체로서 작은 일에도 공감하고 연대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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