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농촌여성 일자리(충북 영동)
# 결혼 전에는 사무직으로 오래 근무했는데 영동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경력이 단절됐어요.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농촌은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고 아이 때문에 종일근무도 어려워 막막했는데, 새일센터에서 충북도의 여성인턴사업을 연계해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5시간 근무가 가능하고 육아휴직도 되는 영동군가족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40대 취업자 A씨)
여성, 결혼·출산·육아로 경력단절…
열악한 교통·가부장 문화가 취·창업 방해
집단상담프로그램서 여성 잠재력 발굴
농특산물 활용한 6차산업 직업교육 꾀해
농어촌형 새일센터는…
2009년 문을 연 충북 영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영동새일센터)는 전국 165곳 시·군·구 가운데 군단위에서는 최초로 농촌여성에 맞춘 취·창업을 지원해 농어촌형 새일센터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사업 방향성을 일반형에서 농어촌형으로 전환하면서, 일반 사무교육훈련뿐 아니라 지역적 특색에 맞춰 직업교육훈련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2021년, 2022년 3차례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우수기관으로 뽑혔다.
영동새일센터는 영동읍 군민회관 3층에 자리해 있다. 이곳은 민간 위탁으로 사회복지법인 레인보우영동개발원이 운영하고 있고, 취·창업팀, 사후관리지원팀, 상담교육실로 구성됐다.
“사무실이나 빈 강의실에서 상담을 진행해 조용하고 편안한 자리에서 구직자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요.”
개인상담을 마친 다음에는 심화과정인 집단상담프로그램을 권유한다고 한다. 3일 동안 진행하는 심층상담을 통해 구직자의 성향과 잠재능력을 파악해 적성에 맞을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다고.
농촌빈집·와이너리 창업 역량 높여
그동안 영동새일센터를 통해 3666명(2009~2023년)의 여성이 취·창업에 성공했다. 여성가족부 직업교육훈련 48과정이 이뤄졌고, 고용노동부 집단상담프로그램교육에 1959명이 참여했다.
직원들은 매년 사업을 기획하면서 트렌드에 발맞춘 직업교육을 진행하려고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중점사업은 농가카페 매니저 양성과정이었다고.
정부는 전국에 농촌 빈집을 6만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동새일센터는 빈집에서 카페와 숙박업 등의 경제활동을 통해 지역 활력을 높이는 주체가 될 지역 여성들을 발굴했다. 최근에는 농가카페 매니저 양성과정을 통해 역량 있는 수료생 15명을 배출했다.
“수료생들이 빈집을 농가카페로 운영하면 앞으로 정부사업을 접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영동와인’의 명성이 국내외에서 높은 만큼 지역 농특산물인 포도를 활용한 와이너리 36곳이 조성돼 있다. 와이너리는 기업형 1곳 외에는 농가형 소규모가공업체라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새일센터에서 지역 와이너리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자 2017~2018년 각 3개월 교육과정의 영동와인푸드마스터, 영동와인홍보마케터를 진행했어요.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와인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새일센터는 취·창업 성공 후에도 사후관리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업자의 기업체를 방문해 마인드교육 등 특강을 진행할 기업특강 강사진을 꾸려 기업을 상대로 여성 근로자의 쉼터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개선사업을 연계하는 등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교두보 역할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 농촌에선 취·창업 애로”
영동새일센터 관계자는 구직자가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많아 일자리 알선에 애로점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농한기에 교육을 받으려는 농촌여성이 많고,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특정시기에 가능한 단기 일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귀농·귀촌 여성들은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는데, 도시 일자리에 비해 다양하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고.
특히 면지역에 거주하는 농촌여성들은 지역 중심지에 있는 농공단지, 산업단지 등에 출근하려면 승용차로 20분가량 소요돼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영동군 인구 4만4120명 가운데 65세 노인인구는 1만6186명(지난 1월말 기준)으로 인구수가 감소하는 고령사회다. 지역에 요양원이 많아 여성 구직자들도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한다.
“농업기관에서는 농업 6차산업을 권장하는데 농촌여성들은 교육시간이 길면 참여도 어려울뿐더러 가공기계를 마련하려면 가족의 승낙도 필요해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농어촌형 새일센터 직업교육훈련이 농촌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 미니인터뷰 - 박미현 영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 행정원장
“나이 잊고 새일센터로 오세요~”
박미현 행정원장은 고용노동부 집단상담프로그램의 질적 발전에 집중해왔고 지난 2022년 행정원장으로 부임했다.
- 민간위탁 운영으로 현장의 애로점은.
민간기업이 네트워크를 개척하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다. 직업교육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등 지역민의 역량강화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새일센터에서도 왜 비슷한 업무를 하는지 궁금증을 갖기도 하고, 기업체에 구직자 알선을 위해 방문하면 잡상인 대우를 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새일센터보다 인지도 면에서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어떤 일이든 첫 걸음이 중요하다. 영동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연령을 구분해서 구직자를 받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도 최대한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있다. 나이는 잊고 새일센터에 주저하지 말고 내방해달라. 새일센터를 통해 새로운 일을 찾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성이 될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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