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쓰고, 향유하는
일상의, 일반인의 문학 
손재주 좋은 농촌여성들 
삶의 현장 무삭제 완역
‘디카시 생활권’의 주역 
​​​​​​​삶을 노래하고 누리길… 

■ 만나봅시다- 김왕노 시인의 ‘디카시’ 예찬

“지금 문학의 새바람, 생활의 새바람이 분다면 그것이 바로 ‘디카시’의 바람일 겁니다. 일반시를 쓰다가 디카시의 매력에 빠졌지요.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디카시를 씁니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자연의 모습이 내 디카시의 주 모티브를 이룹니다. 농촌과 도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호한 시대, 휴대폰이 있는 한 어디나 시의 모티브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김왕노 시인의 디카시 예찬 중 일부다. 그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단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시인이면서 디카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詩)의 줄임말이지요. 디카시는 휴대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사진)과 짧게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하지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요.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왕노 시인의 디카시 예찬은 계속된다.

김왕노 시인은 ‘다음 카페(cafe.daum.net/dicapoetry)’에서 2천명 이상의 회원이 창작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한다. 자신이 사는 농촌과 도시를 디카시로 담아내는 뜨거운 현장이라고. 시인은 이곳에 들러 마니아들의 디카시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디카시를 쓰게 된다고 장담한다. 
김왕노 시인은 ‘다음 카페(cafe.daum.net/dicapoetry)’에서 2천명 이상의 회원이 창작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한다. 자신이 사는 농촌과 도시를 디카시로 담아내는 뜨거운 현장이라고. 시인은 이곳에 들러 마니아들의 디카시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디카시를 쓰게 된다고 장담한다. 

디카시의 매력, 쉽게 다가가 쉽게 쓰다
시인은 지난해 한국디카시학회에서 제정한 1천만원 고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제1회 수상자다. 전국 유명 시인 수십 명이 도전한 이 대회에 그는 ‘독작(獨酌)’을 포함해 84편을 응모했다. 

“디카시의 매력은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또 쉽게 쓸 수 있지요.”

시인은 2014년경 처음 디카시를 접하고 반대했다. 당시 계간 시전문지 ‘시와경계’ 주간을 맡았는데, 부주간이 디카시를 열심히 썼다. 옆에서 도와주면서도 일반시만 시라고 여겼다. 접하다 보니 매력이 많아 디카시가 자리 잡아가는 데 도리어 앞장서고 있다. 

“일본 ‘하이쿠’와 비교해 볼 수 있어요. 5·7·5음의 단시인 하이쿠는 세계적입니다. 디카시는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지요. 언어에만 의존하는 하이쿠보다 시각적인 효과가 높잖아요. 더 실생활에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디카시를 ‘일상의 문학’이라고도 합니다. 디카시를 씀으로 인해 일상이 더 즐거워집니다.”

시인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이름 모를, 말라비틀어진 잡초의 굽은 줄기 끝에 매달린 손톱만 한 크기의 얼음이다. 하트 모양을 한 얼음의 둘레에 녹아 흐르다가 다시 얼어버린 작은 고드름이 여러 개 매달려 있다. 

“아침에 운동을 다니는 경기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만난 ‘물의 심장’이지요. 시를 쓰는 것도 삶과 마찬가지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정년퇴직한 시인은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가량 시를 쓰고, 아내와 딸의 기상을 돕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마라톤을 한다고. 그는 관절 류머티즘을 앓는 아내와 어릴 적 의료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딸을 돌보며 시를 쓴다. 

“내가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돌보면 상태가 좋아집니다. 좋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다 괜찮고, 행복합니다. 그것이 삶 아닙니까.” 

김왕노 시인은 디카시를 말하며 ‘포토시’와 선을 긋는다. 포토시는 사진을 설명하는 측면이 강하고, 디카시는 사진에 감정을 이입해 시로 나타낸다고. 

“좋다 나쁘다, 또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영역의 문제입니다.” 

독작(獨酌)

상처라도 끓여 혼자 홀짝이니

미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다.

교편을 잡고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
경북 포항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포항고등학교 재학 시절 큰 싸움에 휘말리면서 군대를 제대하고 7년 만에 고교를 졸업했다. 공주교대로 진학해 초등교사를 준비하다 소설을 습작했다. 4년간 교직 의무복무를 마친 뒤 우연히 시를 접하고 시의 매력에 빠져 시를 썼고,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인은 수십 년간 교편을 잡고, 시를 쓰고, 마라톤, 테니스, 축구, 배드민턴 등 좋아하는 운동을 했다. 현재 시인축구단 ‘글발’의 단장을 맡고 있다.

“디카시 창시자 이상옥 시인, 김종회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이어산 한국디카시학회 회장과 디카시 발전의 축인 최광임 시인, 이기영 시인, 박우담 시인으로 인해 디카시는 오늘도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왕노 시인은 지난달부터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으로 활동한다. 18년의 역사와 6만5천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시인광장’은 엄격한 심사 기준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올해의좋은시상’을 선정한다. 그 역시 2018년 제11회 수상자다. 

“디카시의 열풍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으로도 불고 있습니다. 농촌여성이 가진 고유한 손맛을 내는 손재주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요. 농촌과 어우러져 살면서 디카시로 농촌의 애환과 농촌의 일상을 세밀하게 집중하고, 삶의 현장을 무삭제 완역으로 디카시로 담아내기에 디카시의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시인은 디카시가 훗날 역사를 고증하는 귀중한 자료, 우리나라 여성이 살아온 발자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학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의 문학, 일반인의 문학으로 모두가 쓰고 모두가 향유하는 ‘디카시 생활권’으로 들어섰지요. 다카시 시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노래하고, 온전히 누리기를 바랍니다.” 

김왕노 시인은 ‘한국해양문학대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시인이다. ‘말달리자 아버지(문화체육관광부 지정도서)’ ‘백석과 보낸 며칠간(아르크 창작지원시집)’ 등 일반시집 15권과 ‘기억의 폭력’ 등 디카시집 5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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