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나이 들수록 가족과 친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노령의 삶의 질을 좌우할 것...

이제 우리 사회와 정부도 

농촌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지원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얼마 전 한 TV 예능프로에 노 여배우 둘이 나와 MC와 대담하는 것을 재미있게 봤다. 고령의 배우에도 불구하고 입담이 좋고 활동적이고 무엇보다 지적이고 재치도 있어 이들의 연세가 도대체 얼마나 되나 싶어 검색해봤다. 두 분의 연세는 각각 84세, 88세였다. 고령에도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2년 전 이맘때쯤, 그러니까 설날을 꼭 1주일 앞두고 쓰러지셨다. 설을 준비하기 위해 구부정한 걸음으로 시골 장에 가서 이러저런 물건을 사 오신 다음날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지셨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2년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에 갇혀 지내신다. 어머니는 1943년생. 옛날 나이로 치면 83세이시다. 80세가 훨씬 넘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여배우와 비교해 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보험개발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성 86.3세, 여성 90.7세로 5년보다 각각 2.8세, 2.2세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평균수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강수명은 더 짧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추산 결과 2022년 건강 수명은 65.8세로 2년 전인 2020년 66.3세보다 0.5년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0년 건강수명인 70.9년에 비하면 5.1년 감소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평균수명은 증가하나 질병기간도 증가해 노년이 더욱 힘들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께서 처음 뇌경색 진단을 받고 재활치료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만 해도 곧 회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한 번 손상된 뇌와 신경은 회복되기 어려웠다. 2년간 꾸준한 치료를 받고 운동도 했으나 회복될 기미는 없었다. 더 나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장기간 지속될 것 같은 어머니의 병환을 마주하는 자식들의 마음은 복잡했다. 한 가족의 지주이자 농부이셨던 어머니께서 그 활동을 종료하고 이제 병자의 모습으로 노쇠해 가는 모습을 어떻게 지켜드려야 할지 좀 난감했다.

어머니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셨고 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지 않으시기에 병실에 계실 때는 TV시청 외에는 거의 하시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손을 많이 움직여야 신경도 회복되고 걸을 수 있다는 강압 아닌 강압에 최근 자식들이 사다준 공책에 글씨 따라쓰기 연습을 시작하셨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진전이었다.

고령화시대에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 들면 들수록 가족과 친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노령의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영국은 2018년에 세계 최초로 정부 내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하기도 했다. 농업인들에게는 농사가 전부이지만 농사일을 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나갈 일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나가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정부 산하 한 재단에서 지원하는 농촌교육문화복지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할 때 농촌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이 사업에 열정적이며 애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로움도 극복하고 취미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1인 가구 고독사 위험도가 78.8%라고 한다. 아마 농촌만 놓고 보면 그 위험도는 더 높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와 정부도 농촌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지원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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