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과일값 폭등...정부, 공급확대·할인지원 나서
사과수입 검토에 생산자 반발 “근본대책 세워야”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발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유럽 전역에 확산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프랑스 농민들이 유럽연합의 환경규제정책, 저렴한 수입농산물 유입으로 농사짓기 힘들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농민들은 트랙터 수십대로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가두시위를 벌이며 대통령이 있는 파리의 엘리제궁까지 행진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주요 교역 허브인 벨기에 항구도 시위대에 봉쇄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이 유럽연합의 환경규제정책과 농산물 수입계획에 항의하며, 생산비 상승에 따른 정부의 대책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우리나라 상황도 심상치 않다. 설 대목을 앞둔 최근 과일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사과 등 주요 과일의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냉해와 폭염·폭우로 작황이 부진해 사과 등 주요 과일의 출하량이 대폭 감소해 최근 과일값이 급등했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재배면적도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설 명절 기간에 사과·배 계약재배물량을 대폭 확대 공급하고 성수품에 대한 할인지원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급등한 과일값에 놀란 소비자들은 지갑을 선뜻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자 정부가 사과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사과, 배, 복숭아, 오이, 고추, 수박, 대추 등 8개 작물에 대해 신선·냉장 상태로의 수입을 모든 국가로부터 금지하고 있다. 이들 작물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려면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직 이를 통과한 나라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과일 물가 급등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위험분석 절차 개시를 요청한 11개국에 대해 과학적인 절차에 따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실상 사과와 배 등 주요 농산물의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6년 펴낸 연구논문을 보면, 2018년 사과 수입이 허가됐을 때 사과 피해액이 40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사과생산액의 1/3 정도가 타격을 받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사과수입 방안 검토에 사과재배 농가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사과값 폭등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사과값이 급등해도 생산농가들은 팔 사과가 없어 수입은 전년과 동일하다”면서 사과 수입을 위한 모든 협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사과생산자들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핑계로 수입 위주의 수급대책을 펼칠 게 아니라 자연재해로 인한 냉해와 지속된 강우 대책, 탄저병·갈반병·과수화상병 등 병해 확산방지 대책, 사과꽃 수정률 증대 방안, 유통구조 개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과일 재배지도가 계속 북상 중이고, 이상기후로 생산량도 들쑥날쑥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정부가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 수급을 조절한다면 국내 농업인들은 무엇을 믿고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관련 국내농업 안정화를 위한 재배환경 관리와 유통개선 등에 더 주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설밑 농심이 흉흉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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