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인터뷰 - 정진석 수여성병원 원장

"농사짓는 의사의 환자사랑ㆍ지역사랑 이야기"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를 통해 보람과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수원에 ‘수여성병원’을 개원하고 15년간 의료활동과 지역 봉사로 주민과 함께 고락을 함께해 온 정진석 원장. 정 원장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 속에 오히려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의료활동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늘 애잔함과 아쉬움을 지닌 이웃을 생각하며 봉사에 헌신한다”는 정진석 원장의 ‘의료와 봉사’ 이야기를 들어본다.

병원 설립 후 줄곧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해 온 정진석 수여성병원 원장
병원 설립 후 줄곧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해 온 정진석 수여성병원 원장

 

따뜻한 배려와 봉사로 지역주민과 행복 나눔

산부인과ㆍ조리원ㆍ소아청소년과 연계서비스 제공

탈북ㆍ다문화가정 출산ㆍ산후조리 비용 지원

Q. 병원 원장으로서 진료만으로도 바쁜 일정일 텐데 다양하고 폭넓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우리 사회에는 늘 애잔함과 아쉬움을 짊어지고 사는 이웃들이 분명히 있다. 나 또한 의사면허를 달고도 초기에는 아기 분윳값이 아쉬울 정도로 여유는 없었다. 당시 마음껏 먹이지 못했다는 애잔함이 늘 맘속에 남아있었다. 이제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게 되면서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평생 봉사하리라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다. 
   초보 의사시절 우리 아이가 좋아하던 분유가 ‘아기사랑 수(秀)’라는 제품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병원 이름도 ‘秀’(빼어날 수)를 넣어 짓게 됐나 보다.(웃음)

Q. 수여성병원은 수원에서 개원한지 15년이 지났다.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A. 주변 환경과 의료 여건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원 당시 이 지역은 수원 남서지역의 농지가 많았던 서민 위주의 주거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단지, 아파트단지 등이 주변에 들어섰고, 행정기관과 전철역도 생겨나면서 인구가 집중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시 1.1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15년 만에 거의 반토막 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15년 전에도 국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지금처럼 참담하다. 통계청이 예측한 올해 출산율 0.68명은 재난 같은 숫자다.

Q. 지역사회를 넘어선 다양한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A.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만큼 꼭 환원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수원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을 농사짓고 있는데 함께 하는 봉사자 수도 많다. 이분들과 농사지은 작물을 지역 어르신들께 나눠드리면서 병원에 찾아오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의료 상담도 해드리고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병원에 오면 얻어간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다.
   우리병원은 일찌감치 의료 재능기부를 실천해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봉사, 장학금 수여, 자율방범순찰대원 활동까지 나눔을 통한 지역사회 안정에 힘써왔다. 다둥이 가정의 제왕절개 수술비와 산모 입원비용도 전액 지원한다. 이밖에 ‘수원 서호복지관’, ‘수원 권선구여자축구단’,  ‘수원자혜직업재활센터’,  ‘화성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국민생활문화혁신센터’,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 사회단체나 정부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업무상 재해, 질병에 대한 무상 의료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년 전부터 다문화가정에 중점적으로 지원한 결과 법무부 지정 외국인 채용 신체검사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와 협약을 맺고 위기의 학교 밖 학생들과 가족의 치유, 대안교육, 의료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고색동에 자리 잡은 수여성병원 전경. 산부인과, 조리원, 소아청소년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등 지역주민과 여성ㆍ아동에게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고색동에 자리 잡은 수여성병원 전경. 산부인과, 조리원, 소아청소년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등 지역주민과 여성ㆍ아동에게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우 낮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이 사라지고 있다.

A. 2013~2023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산부인과는 78개가 줄어들었고(-5.6%), 소아청소년과는 53개가 감소(-2.4%)했다. 저출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료 소외 당사자들에겐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병원은 오히려 산부인과와 조리원, 소아청소년과를 하나의 묶음 서비스로 생각하고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Q. 탈북자 가정의 출산과 산후조리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출산율을 생각해 볼 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는 가정에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다문화 결혼이주여성과 탈북자 중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이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은 환경이 어려운 탈북 가정의 출산과 산후조리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새내기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여성병원의 지역사회 기여와 봉사 규모는 웬만한 사회단체·NGO 기관 못지않다. 지난해 11월 병원 정문 앞에는 김장 김치(6㎏) 346상자가 쌓였다.(사진출처: 수여성병원)
수여성병원의 지역사회 기여와 봉사 규모는 웬만한 사회단체·NGO 기관 못지않다. 지난해 11월 병원 정문 앞에는 김장 김치(6㎏) 346상자가 쌓였다.(사진출처: 수여성병원)

Q. 농촌여성신문 독자들은 주로 중장년층 여성이다. 여성들은 평생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데, 체질 변화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A. 호르몬 약을 먹으면 암이 생긴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 시기에 맞는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이나 체질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여성들은 폐경을 겪기 전 신체의 변화를 먼저 느낀다. 예를 들어 생리주기가 3주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등 불규칙한 경우 몸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때 생리가 끝난 후 호르몬 검사를 통해 약을 먹는 것을 권한다.
   또 갱년기를 중년 여성들만 겪는다고 하지만 남성들도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갱년기를 겪는다. 부부가 함께 치료받는 가정도 있으니, 가족 중 누구라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 갱년기 아내와 사춘기 자녀가 함께 지내고 있는 가정에 한 말씀.

A. 우리 병원에서도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학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지만 엄마와 딸이 함께 요가나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건강도 챙기면서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노력을 더 한다면 가족 간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다.

Q. 중년 여성들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돌봐야 하는 위치다. 항상 챙겨드려도 부족한 마음이 든다면.

A. 여자들은 80이 넘어도 여자다. 나이가 들었다고, 농촌에 산다고 자신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병원은 수원농협과 제휴를 맺고 있다. 농협마다 지원이 다르겠지만 수원농협은 조합원들에게 경로 조합원 의료비를 지원하는데,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우리 병원에서 평소에 받고 싶었던 마사지 등을 농협 지원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연세가 있으신 노년 세대들은 미용 정보를 스스로 알아보기 힘들기에 딸들이 함께 챙기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해하신다. 다른 지역 농협에서도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어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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