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이 발탁, 1969년 데뷔
‘거짓말이야·무인도’ 등 히트 
2년 동안 12장 앨범 발매 
당당한 기품에 미운털 박혀 
​​​​​​​간첩설에 전 곡 금지곡 아픔도

■ 박해문 음악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디바’

1969년, ‘신중현 작곡집’으로 발매한 김추자의 데뷔 앨범은 독집 앨범이 아니다. 모두 10곡이 수록, 이 중 앞면 6곡만 김추자의 노래다. 이 앨범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늦기 전에’ ‘나뭇잎이 떨어져서’ 등 무려 3곡이나 크게 히트했다. 
1969년, ‘신중현 작곡집’으로 발매한 김추자의 데뷔 앨범은 독집 앨범이 아니다. 모두 10곡이 수록, 이 중 앞면 6곡만 김추자의 노래다. 이 앨범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늦기 전에’ ‘나뭇잎이 떨어져서’ 등 무려 3곡이나 크게 히트했다. 

패티김·임희숙이 거절한 ‘님은 먼곳에’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전설로 꼽히는 음악인이 있다. 바로 ‘신중현’이다. 그 전설의 눈에 들어 데뷔한 가수 중 데뷔와 동시에 하루아침에 가요계 신데렐라가 된 가수가 있었으니, ‘김추자’다. 데뷔 앨범에서만 3곡이나 히트했다. 

김추자 인기에 쐐기를 박은 건 ‘님은 먼곳에’다. TBC TV의 주말드라마 ‘님은 먼곳에’는 196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인기리에 방영됐는데,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김추자가 부른 주제가도 큰 사랑을 받았다.

‘님은 먼곳에’는 당시 사랑에 빠진 젊은 영혼들을 위로한 명곡이자, 김추자를 스타덤에 올린 출세작이다. 드라마 종영 뒤 주제가를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이 나왔다. 

하지만 ‘님은 먼곳에’ 취입을 앞두고 신중현은 골치를 썩고 있었다. 패티김과 임희숙이 이러저런 이유로 거절하면서 취입 막판에 막 데뷔한 김추자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춘천 향토제서 판소리 ‘수심가’로 3위
김추자는 1951년 강원 춘천에서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판소리에 소질이 있었다고 알려진다. 그뿐만 아니라 응원단장, 배드민턴, 기계체조 선수로도 활동했다. 타고난 외모와 활달한 성격에 학창 시절 남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춘천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춘천 향토제에서 전통 창인 ‘수심가’를 불러 3위에 입상하는 등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미술 입시를 준비하다 1969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신중현의 매니저와 김추자의 형부가 친한 사이였는데, 형부의 소개로 김추자가 신중현의 사무실에 찾아가면서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노래를 들어본 신중현이 준 곡이 데뷔곡인 ‘늦기 전에’였다. 

신중현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스타 가수였던 김상희의 녹음을 봐주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김추자가 며칠을 하루 종일 와서 기다렸다. 

김추자는 데뷔와 동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몸에 쫙 달라붙는 무대 의상을 입고 공연을 펼쳤다. 

비음이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에 툭툭 내뱉듯이 노래를 부르는 그만의 독특한 음색과 가창력, 무대 전체를 활용할 줄 아는 화려한 무대 매너로 그 인기가 1970년대로 이어지면서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말도 생겼다. 

데뷔 당시 2년간 낸 음반만 12장이다. 2년 동안 그 많은 음반을 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활동 중단 33년 만인 2014년 새 앨범 
김추자는 데뷔 이후 KBS, MBC, TBC 방송 3사에 출연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이미 스타로서 자리매김한 김상희, 정훈희, 최희준, 배호, 나훈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그 인기만큼 가수 활동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방송사 출연정지에, 간첩설에 휘말리는가 하면, 매니저가 휘두른 소주병에 맞아 얼굴 성형수술만 6번을 받아야 했다. 

1975년, 긴급조치 9호 가요규제조치가 발표되면서 대마초 소지 혐의로 김추자의 모든 노래가 금지곡으로 묶이게 된다. 

1978년 리사이틀을 열면서 재기를 노리기도 했으나, 1981년 결혼한 뒤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언제나 당당했던 김추자가 방송사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고, 청와대 등의 부름에 응하지도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가요계에 굳어진 정설이다. 

‘거짓말이야’ ‘무인도’ ‘그럴 수가 있나요’ ‘왜 아니 울어’, 리메이크곡인 ‘봄비’ ‘꽃잎’ 등이 히트곡이다. 

김추자는 2014년 6월 33년 만에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를 선보였다. 당시 김추자는 새 앨범 발매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컴백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노래하는데 왜 엄마는 음악을 하지 않느냐는 딸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가수 김추자가 요즘 시대에 데뷔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을 것이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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