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리듬 ‘땐사의 순정’
서구식 향락문화와 시대상
여성의 현실…직설적 표현
스물셋, 젊은 나이에 요절
가수 주현미의 큰어머니
​​​​​​​“기억에 없어 안타까운 마음” 

■ 박해문 음악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디바’

빼어난 미모의 요절 가수 박신자의 히트곡인 데다 금지곡이라는 아픔이 더해져 ‘땐사의 순정’이 수록된 유성기 음반과 1961년 발매된 10인치 LP(신세기레코드)는 한국 대중가요사에 희귀 앨범으로 꼽힌다. 
빼어난 미모의 요절 가수 박신자의 히트곡인 데다 금지곡이라는 아픔이 더해져 ‘땐사의 순정’이 수록된 유성기 음반과 1961년 발매된 10인치 LP(신세기레코드)는 한국 대중가요사에 희귀 앨범으로 꼽힌다. 

짙은 눈썹에 갸름한 얼굴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네온사인 아래 오색등불 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정… 새빨간 드레스 걸쳐 입고 넘치는 그라스에 눈물지며 비 내리는 밤도 눈 내리는 밤도 춤추는 댄서의 순정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색소폰아.’

‘댄서의 순정’ 노랫말이다. 원곡은 ‘땐사의 순정’, 가수 ‘박신자’가 불렀다. 1959년 신세기레코드가 유성기 앨범으로 발매했다. 

유성기 앨범은 SP(Standard Playing)라고도 하는데, 한 면당 약 3분 정도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 1950년대 LP(Long Playing) 앨범이 보급되기 전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박신자의 미모는 상당했다. ‘땐사의 순정’이 수록된 LP 앨범 재킷 사진은 단발머리에 짙은 눈썹, 갸름한 얼굴, 부드러운 인상에 더해 민소매 블라우스에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땐사의 순정’ 외에도 ‘어느 여교사’ ‘당신의 이름’ ‘정말 딱해요’ ‘무운을 비옵니다’ 등을 불렀다. 

하지만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까움을 줬다. 박신자는 가수 주현미의 큰어머니였다. 

“박신자라는 가수를 기억하시나요? 1950년대 단아하고 고운 이미지로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스물세 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분이시지요… 내가 태어나던 해, 1961년에 소천하셨으니 큰어머니의 생전 모습은 내 기억에도 남아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주현미는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에서 이 같은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땐사의 순정’은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젊은 여성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술집 여급이나 댄서로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노래다. 서구식 향락문화가 사회 곳곳으로 번지면서 ‘댄스’ 혹은 ‘춤바람’이 사람들의 일탈을 부추겼다. 

‘땐사의 순정’은 춤추는 댄서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 듯한 감정을 표현한 곡이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여성들의 현실 등 시대상을 직설적으로 꼬집은 노랫말로 인해서 당국의 미움을 샀다. 

‘퇴폐적’ 이유로 금지곡 지정 
1968년 공연윤리위원회는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이후 김추자의 리메이크 곡도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1974년 가수 김추자가 리메이크를 하면서 ‘댄서의 순정’으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면서 한국 대중가요의 고전으로 불린다. 

1950대 후반 해외에서는 로큰롤의 황제라고 불리는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영국에서는 전설의 밴드 비틀즈가 등장한다. 비틀즈의 음악은 로큰롤에 뿌리를 뒀지만 전통 미국 스탠더드 팝의 요소들을 접목하면서 로큰롤 브리티시 음악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개척했다. 

1950년대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대였다면, 1960년대 들어서는 판세가 비틀즈로 바뀌고 있었다. 

로큰롤은 1950년대에 미국에서 발생한 대중음악으로 흑인 특유의 리듬 앤 블루스(R&B)에 백인의 컨트리 음악 요소를 곁들인 강한 비트의 열광적인 음악이다.1950~1960년대 미국 대중음악은, 노예제도에 대항하는 흑인들의 음악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음악 장르를 파생시키는 등 흑인 음악이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군정기(1945. 9.8~1948. 8.15)를 지나 전쟁을 겪으면서 미8군이 주둔하게 된 한국에선 이 같은 음악적 사조가 미8군 클럽 무대를 통해 확산됐다. 서울 용산 미8군 캠프를 비롯해 이태원과 여의도, 부산, 대구, 목포 등지에 미8군 클럽이 성업하면서 미8군 무대가 수많은 가수의 데뷔 무대로 자리를 잡았다. 

전쟁으로 인한 피폐된 삶과 전후 재건, 개방화 등 사회적인 분위기를 담은 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블루스 리듬(두 박자 또는 네 박자의 12마디로 진행하는 블루스가 일반적)인 ‘땐사의 순정’ 역시 이 같은 음악적 흐름의 영향 아래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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