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보경의 요리명가 제철&건강 레시피

동지 ‘태양의 부활’ 의미

고려시대 태양신 추앙 축제

팥의 붉은 색 액난 물리쳐 

혈압 조절하고 몸 붓기 제거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동지(冬至)는 24절기의 하나로 태양의 부활을 뜻합니다.

양력으로는 12월22일쯤 찾아오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고려시대 명절의 하나로 이날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로 ‘작은설’이라고도 불렀지요. 조상들은 ‘태양의 귀한’으로 여겨 생명과 광명의 주인인 태양신을 추앙하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동지는 음력 12월21일 또는22일로 그 날짜가 고정되어 있지만, 음력은 유동적입니다. 음력으로는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하며 애동지에는 팥죽을 해 먹지 않고 떡을 해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조선조 궁중내의원에서는 쌀을 갈아 우유를 넣고 끓인 타락죽과 전약(煎藥)을 만들어 진상하였으며 전액은 쇠머리, 쇠족, 대추고, 계피, 후추, 꿀을 넣고 푹 고아서 오색 양념을 뿌려 굳혀 편으로 썬 것으로 겨울의 보양식으로 올렸습니다. 

동지 절기에 빠지지 않고 챙겨먹는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팥은 양의 기운, 오행으로는 화(火)에 해당됩니다. 팥의 고유한 붉은 색은 액난을 물리치는 기운, 잡귀로 인한 불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놓아두면 집안의 악귀를 쫒아낸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1년 중에 가장 밤이 긴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었다지요. 팥죽을 안 먹으면 잡귀가 성행해 잔병이 생긴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겨울철에 먹을 식량이 충분치 않았고 한 해의 농사도 마무리되는 시기라 먹거리가 넉넉지 않았지요. 이 시기에 부족해진 양기를 채우고 영양을 보충해줄 수 있는 겨울 식재료로 바로 팥이 제격이었지요. 

팥죽을 쑬 때 팥 외에 주식인 쌀과 소금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팥죽 한 그릇이 체력을 보해주고 면역력을 길러주던 대표적인 겨울 절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동지팥죽에 들어있는 새알심의 동그란 모양은 태양을 상징하고 생명과 기운을 담아 뭉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생김새가 새알과 유사하여 새알심이라고 불리지요. 팥죽을 먹음으로써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1년간 안 좋은 나쁜 기운은 모두 털어버린다는 주술적 의미를 포함합니다. 

동지에는 해를 본 떠 동그랗게 빚은 새알심을 넣고 팥죽을 쑤어 즐겨왔지요. 동지가 지나면 다시 낮이 길어지는데 이로 인해 동짓날을 작은설이라고도 불렀지요. 나이 수만큼 새알심을 먹었고 동지 때 팥죽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습니다. 

주로 팥은 팥으로 앙금을 쑤거나 팥죽, 팥물 등으로 많이 즐겨 먹곤 합니다. 팥과 팥 껍질에는 칼륨, 사포닌,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있고 칼륨은 우리 몸 속에서 나트륨을 배출하는 효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칼륨이 풍부한 팥은 혈압을 조절해주고 몸의 붓기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포닌은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주고 수분을 배출하며 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담당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튼튼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예로부터 팥은 가루를 세안제로 사용하는 등 피부 미용에도 사용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팥 껍질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색소에는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가 노화하는 것을 방지해주어 중장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이지요. 

동지 절식으로 즐겨먹는 팥의 주술적인 의미와 함께 다양한 효능을 담은 팥죽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팥죽에 단호박을 넣어 영양과 색감을 보충하고 새알심 대신 조랭이떡을 넣어 간편하게 영양과 건강을 챙기는 레시피입니다.

올 동지에는 든든하고 건강에 좋은 팥죽으로 영양도 챙기고 절식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동지팥죽

▲ 재료 및 분량 
-팥 2컵, 즉석밥 300g, 단호박 200g, 조랭이떡 200g, 물 15컵, 소금 1/2컵, 
-고명: 삶은 밤 5개, 대추 5개, 잣가루 약간, 소금, 설탕 

▲ 만드는 법 
① 냄비에 팥 2컵, 물 6컵, 소금 1/2컵을 넣고 센 불에서 10분 정도 뚜껑을 열고 삶는다. 
② 첫 삶은 물을 버리고 삶은 팥은 찬물에 헹궈낸다. 
③ 삶은 팥을 냄비에 넣고 물 8컵을 부은 뒤 뚜껑을 덮고 센 불에 15분간 한 번 더 삶은 후 불을 끄고 식힌다.
④ 삶아 식힌 팥에 물 1컵을 넣고 믹서에 곱게 갈아 냄비에 넣고 5분간 저어가며 끓인 뒤 즉석밥을 물에 풀어 넣고 끓인다. 
⑤ 삶은 밤, 단호박은 잘게 썬다. 
⑥ ④에 단호박, 삶은 밤, 대추를 넣고 중불로 줄여 5분간 저어가며 끓인 뒤 조랭이떡을 넣고 저어주며 2분간 끓인다.
⑦ 조랭이떡이 떠오르면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간을 한 뒤 잣과 대추 고명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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