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여성에게 새로운 기회 ‘사회적경제’ : 사회적경제 참여 여성 사례(선인협동조합)

오정연 대표가 지역에서 수확한 약초로 만든 한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정연 대표가 지역에서 수확한 약초와 농산물로 만든 한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4050 농촌여성들 마을기업으로 인생2막
한방약초 활용한 한과·도라지·쌀빵 개발
“지원사업에 앞서 체계적 교육 선행돼야”

열혈 여성기업인 5인방
충북 제천 금성면 선인협동조합에서는 가공에 들어가는 통깨 한 톨마저 100% 우리농산물을 고집한다. 예로부터 충북 제천은 강원 태백과 정선에서 채취한 약초가 모이는 집산지로 황기와 당귀가 가장 많이 생산·유통되는 약초의 고장이다.

선인협동조합은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된 제천에서 수확한 울금, 황기를 활용해 수제 한과를 생산하고 들기름, 흑도라지정과 선물세트도 속속 선보였다. 40대 후반~50대 중반의 농촌여성 5명이 모여 2017년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충청북도 여성경영인 인증 업체로도 등재됐다.

“나이 들수록 기력이 달려 쌀 포대도 같이 들어야 하고, 함께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겠더라고요.”

오정연 대표(금성면생활개선회 총무)는 농촌에서의 노후를 걱정하다가 협동조합 설립의 물꼬를 텄다. 오 대표는 육아를 위해 귀촌했다가 농사를 짓고 있다. 1차 농산물만으로는 소득이 불안정할 뿐더러 고된 농사일에 여성농업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여성들만의 사업을 만들어보자’며 조합원들을 찾아 나섰죠. 식품회사라서 엄마들만의 공감대가 있었고, 각자 레시피 개발 아이디어를 내며 의욕을 불태웠어요.”

지역농산물의 부가가치 높여
마을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최대 3년간 1억원의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오 대표와 조합원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농업기술센터의 가공식품교육에 참여하며 식품개발과 연구에 매진했고, 우수 농식품 업체를 견학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지원금 한도 내에서 경영계획을 세우면 안 되고, 도움닫기 개념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업 1년차에는 3천만원을 대출 받아 선인협동조합을 홍보하러 다녔습니다.”

면소재지 가공사업장에 ‘선인의 향기’ 카페를 증축한 것은 로컬푸드판매장으로 한과의 판로를 넓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깨끗한 백색의 외관과 멋스러운 간판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모임 장소를 찾던 주민들이 커피와 차를 마시는 사랑방이 됐다. 진열대에는 조합원들이 생산한 소포장 한과와 선물세트를 홍보·판매하고 있다.

“농산물 조달은 1순위가 조합원, 2순위 금성면, 3순위 제천시, 4순위 충북도 순서로 수매하는 규칙을 정했어요. 이번에 대농인 조합원에게서 처치곤란이던 못난이오이를 수매해 피클로 가공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했습니다.”

오 대표는 조합원들과 버터와 발효균 없이 무농약 쌀가루로 만든 ‘속편한빵’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조합원들과 버터와 발효균 없이 무농약 쌀가루로 만든 ‘속편한빵’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조합원들과 버터와 발효균 없이 ‘속편한빵’을 개발해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 빵은 무농약 쌀가루에 황기를 우린 물로 반죽해 조합에서 자랑하는 약초 특화식품이다.

“주변에 카페 4곳이 연달아 생기는 바람에 위기였어요. 조합원들이 제과·제빵교육을 받고 떡제조기능사교육에 도전했죠. 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관심을 갖고 가루쌀(바로미2)로도 빵을 개발해보라고 조언해줬습니다.”

예비 여성기업인에 맞춤교육 필요
오 대표는 선망하던 한 사회적기업이 3년 전 폐업는 것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았다고 한다. 로컬푸드매장도 2곳 보유한 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었고, 세금 정산이 안 되고 빚더미에 앉아 조합원들이 퇴직금도 없이 와해됐다는 것.

“노후에 행복하려고 만들었던 협동조합이 구성원 간 불화로 폐업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어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결과적으로 상처받는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선인협동조합은 한과가 대표식품이지만 지역마다 쟁쟁한 한과생산업체가 많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흑도라지정과세트에 조합원들은 기대를 걸었지만 소비는 더딘 상황이다.

“농촌여성들은 친목은 두텁지만 남성에 비해 사회경험이 부족합니다. 남성들은 학연·지연 등 사회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동원해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들과의 경쟁에서 여성기업인들은 버티기 어려워요.”

4050대 농촌여성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있다.
4050대 농촌여성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끊임없이 교육에 참여해 자기계발에 나서는 까닭이기도 하다. 오정연 대표는 제천시에서 시행하는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경제조직에도 도약과정의 촘촘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활력플러스사업 교육에서는 설명회를 5차례 진행하고, 왜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등 준비과정이 체계적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금은 국민들이 낸 세금인데, 교육이 충분치 않으면 사회적경제가 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예비 사회적경제 구성원들에게 서로 사업파트너로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봐요. MBTI 테스트가 유행이지만 친목관계가 아닌 동업자로서 성향을 알아갈 수 있는 준비과정이 부족해요.”

오 대표는 정부사업에 선정됐을 때 간과하게 되는 부분을 조언했다. 사업계획서 작성 등 서류작업에 서툰 농업인들이 많아 장기적으로 부담이 따르고, 지원금이 많으면 계획서를 인건비, 식품개발비 등 기준에 맞추느라 본래 의도대로 사업의 꿈을 펼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욕심 없이 사업을 시작하면 안정적인데, 정부 지원에 의존하면 자부담이 10%만 들어도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조합원들과 불화를 일으킬 수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한편 가공사업장과 카페는 때때로 조합원들의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고 머무는 돌봄 품앗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올해 8년차, 선인협동조합은 다양한 교육에 나서며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11일 2호점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더 늙기 전에 파격적인 사업을 펼쳐보자고 제안했어요. 지역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음식점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오 대표는 약초칼국수를 대표메뉴로 정하고 직접 담근 김치를 제공하는 음식점을 병행하면서 소득을 높이겠단 포부를 전했다.

“음식점을 한과체험, 떡만들기체험을 하는 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더 넓은 공간에서 제천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알리겠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