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증액대상에 기초원천·차세대기술 지목…농업분야는 후순위
예산삭감 수긍하는 농진청에 야당 “의지 없어 보여”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임기 내 최대한 늘리고 꼭 필요한 분야에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농업분야 증액으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이 기초 원천·차세대 기술을 꼭 필요한 분야로 지목해 농업분야 연구개발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올해보다 16.6% 줄어든 연구개발 예산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R&D 다운 R&D에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예산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임기 내 기초 원천기술, 차세대 기술 등 꼭 필요한 분야의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예산의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25조9천여억원 삭감된 가운데, 가장 큰 불똥은 농촌진흥청으로 튀었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 9022억원에서 내년도 7174억원으로 1848억원 깎이며 삭감률이 20.5%로 외청 중 1위를 기록했다. 재정당국은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미흡하고 나눠먹기식 소규모 연구개발 사업이 난립됐다는 판단으로 농진청 연구개발 예산을 그야말로 난도질했다.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해수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농진청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해 유용과 횡령 등 부정사용이 만연해 있고, 관습적으로 집행하던 사업에 경종을 울릴 기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지적사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연구개발 사업을 다시 점검하고 현장과 농업인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겠다”면서 정부의 예산삭감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농진청장이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재정당국이나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농업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정부가 깎은 예산을 국회에서 모두 늘릴 수 없다”면서 “예산삭감이 잘못됐다면 해당 기관장이나 공무원들이 농해수위든 예결위든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에 농진청은 그런 의지가 없어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감 때 지적된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한 사업이나 감액이 크게 된 사업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최대한 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늘었다는 9700여억 농업예산 ‘눈 가리고 아웅’
증액된 농업예산, 허상 드러나농림축산식품부 2024년도 예산안은 18조3330억원으로 전년보다 9756억원 증가했다. 국가 총지출 증가율 2.8%보다 2배 높은 5.6%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농식품부는 정부가 농업·농촌분야 투자 확대 필요성이 정부 내에서 공감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농업예산 증액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이상민 니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농업예산이 국가예산 증가율보다 높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내년도
-
연구개발 예산 삭감 두고 여야 온도차 극명
■2023 국정감사 - 농촌진흥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축산물품질평가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한식진흥원·축산환경관리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8일 농촌진흥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축산물품질평가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한식진흥원·축산환경관리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을 두고 여야 설전이 오갔다.여당은 농진청이 부실한 성과와 부적절한 사용이 누적된 결과라고 진단하며, 야당이 제기한 농업홀대론을 일축했다. 야당은 연구개발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농업분야가 엉뚱하게 피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