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결혼식 참석차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서울역에 내려 택시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식장에 도착하니 소규모 야외 웨딩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인 MZ세대 신랑·신부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듯했다. 크지 않은 홀에서 혼주와 신랑이 하객들의 직업 등 연결고리를 찾아 이리저리 자리까지 직접 잡아주면서 소개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식장을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붉은색 물결이다. 맑게 갠 하늘 아래 낙엽 거리의 정취가 느껴졌다. 지인과 함께 걷는, 주말의 이태원 거리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기분 탓인지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곧 있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도 모를 터였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이 저 멀리 보였다. 

10월29일은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 1주기다. TV를 통해 본 그날의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역 인근 대로변에는 구급차 등 긴급차량 비상 통행로가 설치됐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도 현장에서 인파를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잘 통제할 수 있는데, 왜 작년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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