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명함은 순간에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어느 댁’ ‘누구 엄마’로 불리기 일쑤라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기 쉽다. 그래선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꿈을 키우는 일 또한 남들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통계청이 지난 9월25일 발표한 ‘2022년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대표자의 비중은 36.8%로 1년 전과 동일했다. 여성 대표자 비중이 전체 산업 비중(36.8%)보다 높은 산업은 교육서비스업 61.2%, 숙박·음식점업 57.4%, 협회·기타서비스업 48.7% 등 순이었다.

농촌에서는 농업인이라는 직업이 있지만, 여성이 농업을 경영하는 대표자라는 인식은 낮다. 한 여성농업인은 다른 단체장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그의 명함을 받고, 자신은 명함이 없어 손이 무안해졌다고 한다. 민망했던 기억은 가슴에 깊이 남아 마을에 교류하는 여성농업인들과 명함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명함을 공짜로 만들어주면 집안에 방치하고 먼지만 쌓인다”며 “자비를 투자해서 ‘내 물건’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에는 아직 명함이 없는 여성이 많다. 취재차 농촌을 찾았을 때, 여성농업인이 명함을 주면 그 명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성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할수록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수단마저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고 자긍심을 가져보자. 그 첫 단추는 명함을 지니고 행동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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