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말하다 - 김기영 농촌진흥청 작물육종과장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가속으로 작물 생육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물육종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는 상황이다. 가루쌀을 비롯한 다양한 작물의 육종 실태와 해결과제를 비롯해 저탄소 작물의 개발, 식량산업의 미래 전망 등을 김기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장을 통해 들어봤다.

김기영 농촌진흥청 작물육종과장
김기영 농촌진흥청 작물육종과장

쌀 수급불균형 해소에 ‘전략작물직불제’ ‘가루쌀’ 기여
‘흑보찰’ 등 기능성 증진 색깔보리 12품종 개발
 기상이변과 잦은 강우 대응 품종 개발 눈앞

Q. 작물육종의 목표는 무엇인지.
A. 유전적 형질과 특성을 개량해 종전의 것보다 실용 가치가 더 높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증식해 농가에 보급하는 기술이 육종이다. 육종의 목표는 크게 품질과 재배안정성 향상, 수량성을 높이는 것으로, 사회적·시대적 가치와 요구에 따라 목표 형질의 우선순위는 변한다.

식량자급 이전 시대에서는 수량성 향상이 육종의 가장 큰 목표였으나,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맛있는 식량작물을 제공하기 위한 품질 향상, 용도 다양화, 쌀 수급 조절을 위한 가루쌀 품종 다양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배안정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Q. 수요자 맞춤형 벼 품종개발 현황과 계획은.
A. 우리가 먹는 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개발된 신품종이 시대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연구자 중심의 일방향성 품종개발은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작물육종과에서는 대표적으로 충남 당진시와 협업을 통해 2022년 ‘당찬진미’ 등을 개발했고, 현재 경기도 여주시, 충북 충주시, 전북 정읍시, 경북 구미시, 경남 고성군 등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에 맞는 품종 또한 개발 중이다. 

수요자 참여형 신품종 개발은 지금까지 육종전문가만의 품종 개발에서 민간의 참여와 협력의 육종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상생이라는 정책실행의 한 모델이며, 차별화된 지역명품브랜드 구축을 위한 해답이 될 것이다.

Q. 가루쌀 보급 배경과 연구 방향은.
A.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44.4%(2021년)로 낮은 상황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쌀만은 예외다. 최근 정부는 쌀 수급의 불균형 해소와 논 타작물 재배 시 농업인 소득 보전을 위한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도입 운영 중이다. 쌀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쌀 수급조절을 위해 가루쌀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하고 있다. 가루쌀은 전분 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돼 있어 작은 힘으로도 쉽게 빻을 수 있는 품종이다. 제과·제빵 등 가공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 쌀 수급조절 대안으로 떠오른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확대해 20만톤을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수입밀가루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할 계획이다.

특히, 가루쌀 ‘바로미2’는 생육기간이 짧아 밀과 함께 2모작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산밀 자급률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Q. 보리 품종 개발 현황과 활용 사례는.
A. 보리는 쌀, 밀, 콩,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5대 곡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2의 주곡이며, 현재는 우수한 영양과 기능성으로 웰빙식품의 소재로 주목받는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1.7% 성장한 것과 맞물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유색(안토시아닌, 폴리페놀), 베타글루칸(수용성 식이섬유로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며,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 등 기능성이 증진된 ‘흑보찰’ 등 12개의 색깔보리를 개발했다. 특히 ‘베타헬스’는 일반 보리의 베타글루칸 함량보다 3배 이상 높은 14%의 함량을 보이며 기능성 보리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취반용(백수정찰, 누리찰), 보리차용(다향, 흑다향), 엿기름용(혜미, 혜맑은), 유색(강호청, 흑누리, 보석찰), 맥주용(강맥, 호단, 호품), 새싹용(싹이랑, 싹누리) 등 용도별 품종도 개발했다. 현재 맥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맥아 품질은 유지하면서 흰가루병에 저항성인 ‘전주199호’를 육성 중이며, 2024년에 품종을 출원할 계획이다.

Q. 기후변화에 대응한 작물육종은 갈수록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A.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벼 병해충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전북도 벼 재배면적의 약 43%에서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이 발생, 자연재해로 인정될 정도로 큰 피해를 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삭도열병과 벼흰잎마름병에 강한 ‘참동진’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신속히 보급 중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벼 등숙기 고온과 잦은 강우는 쌀 수량 감소와 품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쌀이 익는 가을날 낮에는 온도가 적당히 높고 밤에는 온도가 낮아야 전분 축적이 잘 돼 쌀의 품질이 좋아지는데, 잦은 강우에서 수발아가 잘 안 된다. 이에, 벼가 익어가는 동안 고온에 견디는 힘이 강한 품종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