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말하다 - 고종철 농촌진흥청 중부작물과장

수확의 계절이다. 그런 만큼 농작물 수확과 저장에 적절한 대책과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벼와 옥수수, 맥류 등의 기후변화에 따른 품종 개발과 계절별 병해충 예방, 수확과 저장 등에 있어 주의할 점 등을 고종철 농촌진흥청 중부작물과장을 통해 살펴봤다. 

고종철 농촌진흥청 중부작물과장
고종철 농촌진흥청 중부작물과장

SPP 성과 ‘해들’ ‘알찬미’ ‘나들미’ ‘한가득’ 인기
품종특성 우수한 국산 사료용 옥수수 보급 과제
2030년까지 콩 자급률 45% 목표...신품종 ‘강한’ 성과

Q.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과의 주요 업무를 설명해 달라.
A. 중북부의 벼육종연구실, 옥수수육종연구실, 콩육종연구실, 사료맥류연구실 등 4개 전문연구실로 구성돼 있다. ‘밥부터 풀사료까지, 밥심은 국력’이라는 슬로건 아래 중북부 기후대에 적응하는 벼, 옥수수, 콩, 사료맥류 우량 품종 개발과 보급 확대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하계작물부터 동계작물까지 모두 다루고 있어 일 년 내내 관련 연구에 적용할 것이 많은 부서다. 

Q. 2016년부터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개발(SPP)’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연구 성과는.
A. 재배 안정성이 높은 우리 품종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생산, 유통, 판매, 가공, 소비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은 신품종에 요구하는 특성의 우선순위가 달랐다. 이에 중부작물과는 기존에 수행하던 육성자 중심의 벼 품종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농업인, 지자체, 유통업자 모두가 함께 벼 품종개발에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개발을 시작했다.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브랜드를 강화할 품종을, 농업인은 재배가 쉬운 품종을, 유통업체는 수율이 높은 품종을, 소비자는 맛있는 품종을 원하는데, 이들이 품종개발에 함께 참여하면서 품종 신뢰가 높아지고 개발 후 현장에 빠르게 신품종을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요 성과로는 이천, 김포, 강화 지역에서는 SPP로 탄생한 고품질 국산 벼 품종 ‘해들’ ‘알찬미’ ‘나들미’ ‘한가득’ 등을 지역브랜드 쌀로 대체했다. SPP는 먹거리에 진심인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브랜드 쌀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고품질 국내 품종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Q. 기후변화가 심각한데, 내냉성 벼 품종의 연구 성과는.
A. 벼 내냉성 연구로 소양댐에서 연중 제공하는 냉수를 이용한 냉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소양댐은 중북부 평야지에 속해 조생종, 중생종, 중만생종을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요건을 갖췄다.

현재까지 벼 내냉성 연구를 통해 저온에 강한 ‘진옥’ ‘진평’ 등 89품종을 개발 보급했다. 참고로 국내에서 냉해 중도저항성 이상인 벼 품종의 재배면적은 18만8천㏊(2021)로 전체 벼 재배면적의 25.6%에 이른다.

Q. 알곡풀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사료작물 개발 성과는.
A. 중부지역에 특화된 작물 연구로 사료작물의 우량 품종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수입 품종보다 종자 가격이 낮으면서 생산량과 내재해성이 높은 사료용 옥수수, 자가채종이 가능하고 추위와 도복에 강하면서 척박지 등 불량한 환경에서도 적응성이 높은 사료용 맥류인 트리티케일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료용 옥수수 종자의 약 75%가 수입산이다. 국내에서 육성된 사료용 옥수수 품종은 수입 품종에 비교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대등하고 가격은 저렴함에도 아직은 종자 유통구조나 홍보 등의 문제로 농가들의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수입 품종보다 생산량이 10% 이상 많고 습해 저항성도 우수해 논 적응성이 좋은 ‘수원240’호를 신품종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철에 재배되는 사료작물의 면적은 약 9만㏊ 정도다. 그중에서 사료용 맥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밀은 거의 수입에 의존해 국제정세와 기상이변, 검역불합격 등의 이슈로 수입 종자의 수급이 불안정한 문제가 상존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가채종이 가능하고 추위와 도복 등에 강하며, 불량환경에서도 적응성이 높은 트리티케일 품종을 개발 중이다. 최근 개발된 ‘한미소1호’와 ‘한영’은 추위와 도복에 강하고 사료가치와 조사료 수량이 높은 품종으로 호밀을 대체할 전망이며, ‘한미소1호’는 2025년부터 국립종자원 보급종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Q. 그 밖에 식용 옥수수와 콩 품종개발 현주소는.
A. 식용 옥수수는 주로 찰(풋)옥수수이고 최근 초당옥수수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식용 옥수수의 종자 자급률은 국내 육성품종이 91%, 찰옥수수는 거의 100%에 이르고 있으나 초당옥수수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찰옥수수 주요 성과로 ‘황금맛찰’을 육성(2017)해 충북 괴산군에 전용 기술이전(2018) 했고, 2022년에 국내 최초로 색소 중첩 기능성 찰옥수수인 ‘황금흑찰’을 개발했다. 

아쉽게도 국내 식가공용 초당옥수수는 매년 태국, 미국 등에서 약 4만4천톤(약 450억원)을 수입하고 재배면적은 증가하고 있으며 종자는 100% 수입한다.

콩은 2030년까지 정책목표인 자급률 45%를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량이 많고 기계 수확이 가능한 중대립 장류용 콩인 ‘강한’을 육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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