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서 명인이다 - 경기 여주 조옥향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축산분야)

농촌진흥청에서 인증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이하 농업기술명인)은 20년 이상의 영농경력과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지역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농업인을 의미한다. 2009년부터 매년 식량,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 등 5개 분야에서 각 1명씩 농업기술명인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최고농업기술명인은 64명이다. 경기 여주 조옥향 은아목장 대표는 올해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회장에 선출돼 전국에 분포해 있는 명인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조옥향 회장을 포함해 여성명인은 경북 문경 주신복(사과), 전남 보성 전양순(쌀, 전 한국생활개선전라남도연합회장) 등 3명이다.

조옥향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회장은 2016년 축산분야 명인으로 선정돼 은아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6차산업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조옥향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회장은 2016년 축산분야 명인으로 선정돼 은아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6차산업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여성명의 농업자본은 명인 인증에 도움
4-H와 멘토·멘티로 명인회 활성화 도모

낙농업 6차산업에 앞장
‘농업인은 먹거리를 만드는 창조적인 직업’이라는 소신을 가진 부친의 남다른 철학으로 조옥향 회장은 1982년 그의 나이 26살에 부모님의 고향 경기 여주에 귀농했다.

그는 황무지였던 7만2600㎡(2만2천평)를 목장으로 가꿔나갔다. 소젖을 짜고, 어미소에게서 송아지를 받아 젖을 먹여 키우는 낙농업은 모성을 가진 여성에게 천직 같았다고 돌이켰다.

조 회장은 1993년부터 고능력우 품평회 등에 참가하며 20여차례 수상하고, 우량젖소 품평대회인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서 그랜드챔피언을 달성하는 등 걸출한 성과를 냈다. 은아목장은 국내 최초로 주한미군에 납품 합격 판정을 받는 등 품질 좋은 원유를 생산하는 목장으로 손꼽혔다.

2006년 낙농진흥회로부터 체험목장으로 인증, 경기도 밀크스쿨로 지정돼 본격적으로 관광체험농원을 운영하게 된다. 소 젖짜기, 치즈·피자·쿠키·밀크소시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산 수제치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연유라떼 등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목장카페를 운영하면서 일찌감치 낙농업 6차산업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농촌진흥청 대한민국 최고농업 기술명인에 선정되면 생산하고 있는 농·축산물에 인증표를 부 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대한민국 최고농업 기술명인에 선정되면 생산하고 있는 농·축산물에 인증표를 부 착할 수 있다.

삶에 자부심 돼준 명인 인증
“2010년쯤 농업기술명인 인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겸손한 마음에 신청을 안 했는데, 나의 삶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 축산분야 명인으로 인증 받은 해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지금도 참 자랑스러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매년 농진청에서는 농업기술명인을 5개 분야에서 1명씩 선정하고, 각 분야에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명인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심사과정은 서류전형, 현장실사를 통해 이뤄진다. 서류 심사에서는 지원자들이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견주는데, 특히 대상을 수상한 지원자가 있으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까다로운 선발 기준과 내공 있는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농업기술명인을 준비하는 삼수생 농업인도 주변에 있다고 조 회장은 귀띔했다.

“농지원부와 젖소, 6차산업 사업장이 내 명의로 돼 있던 것이 농업기술명인 당락을 결정짓는 가산점이 된 것 같아요. 2016년 당시만 해도 자기 명의의 사업 근간을 가진 여성이 적었으니까요.”

‘가짜 명인’ 증가해도 규제 없어
조 회장은 ‘가짜 명인’이 횡행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자격 안 되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사단법인 명인조직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요. 이들은 정부기관에서 인정한 명인이 아니더라도, 가공식품에 부착할 명인 타이틀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죠.”

최근 은아목장을 찾아온 한 부부는 명인이 되면 아내의 가공식품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될 것이라며 명인이 되는 방법을 문의해왔다고 한다. 농사짓지 않고 가공업을 하는 부부였다고.

“일반적으로 남편이 농사지으면 아내가 남는 농산물로 부각, 메주 등 가공에 나서고 있어 농업기술분야는 여성이 돋보이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가공사업장 명의를 아내 앞으로 하고 농산물가공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인식이 개선돼야 해요. 그래야만 여성명인의 명맥이 이어질 겁니다.”

남편이 우리 밀을 농사짓고, 아내가 자신 명의의 칼국수집을 운영하면 그 또한 여성명인이 탄생하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것. 농산물로 떡과 술을 빚는 가공사업도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청년농에 명인 농업기술 전수
농업기술명인회에서는 2010년부터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직접 생산한 농·축산물과 성금을 기부하는 나눔 활동을 펼쳤다. 조 회장은 명인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활동 폭을 넓혀 ‘청년농 꿈을 품다’를 주제로 지난 3월 한국4-H중앙연합회와 협약을 맺고, 영농기술과 경영지식 등을 전수하기로 했다.

“명인들은 전국에 분포해있어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각자의 분야에서 뿌리 깊은 만큼, 연세도 있어서 기동력이 부족한 애로도 있죠. 그동안 이룬 업적을 잊지 않고 후배 농업인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하게 됐어요.”

오는 11월 명인회와 청년농이 만나는 심포지엄을 열고, 농업기술명인의 독보적인 노하우를 청년후계농·창업농에게 멘토-멘티로 이어주는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농업기술명인으로 선발되면 상금 500만원과 인증패, 핸드프린팅(기념손찍기) 동판 등을 받고,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신규사업과 정책 발굴을 위한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조옥향 회장은 명인회 활성화로 미래 농업·농촌에 선도농업인으로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농업기술명인으로 활동하면서 개인 삶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 자부심이 큽니다. 이를 발판으로 후배 명인 양성에 초석이 되는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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