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도서가 유해? 
​​​​​​​열람제한에 “도서검열·인권침해” 비판 거세

지난 7월 충남지역 공공도서관 서가에서 성교육·성평등 어린이책들이 사라지면서 반발이 인 가운데 비판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열람 제한은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다양성·성인지 등을 근거로 동성애, 성전환, 조기성애화, 낙태 등을 정당화하거나 이를 반대하지 못하는 도서는 마땅히 폐기처분돼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나서 “7종 도서에 대해 도내 36개 도서관에서 열람을 제한했다”며 사실상 ‘도서 검열’ 대열에 합류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단체가 퇴출을 요구한 110여종은 주로 성교육·성평등 관련 아동도서들이다. 

이 가운데 김 지사가 열람을 제한한 7종은 지난 2019~2020년 여성가족부에서 ‘나다움 어리인책’으로 지정됐다가 보수·종교단체 항의로 회수 조치된 것들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도서관 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해 충남지사, 충남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진정인으로 공동진정을 제기한다고 알리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도서관 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해 충남지사, 충남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진정인으로 공동진정을 제기한다고 알리고 있다.

회수된 7종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진실한 이야기 ▲걸스토크 ▲엄마는 토끼 아빠는 펭귄 나는 토펭이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우리가족 인권선언(엄마·아빠·딸·아들 4권)’ 등 총 10권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도서관 내 도서 현황자료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충남 학부모들의 민원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도서 검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서’ 지정은 도서 검열·민주주의 적”

세계 최고 권위 수상작 등 2020년 회수…복사판

충남發 ‘금서운동’에 시민단체·학부모 ‘금서 읽기 운동’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앞서 여가부가 어린이들이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다움을 배우도록 사회단체, 민간기업과 3자 협약을 통해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도서 보급 사업이다. 

당시 여가부도 설명했듯이 책 7종은 덴마크·스웨덴·프랑스·호주·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1970년대부터 출간돼 아동인권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거나, 세계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도서다. 

회수 검토는 당시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책 내용을 언급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동성애, 동성혼 자체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충남지역 사태는 3년 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2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성명을 통해 “성평등·성교육 책 ‘금서’ 지정은 도서 검열이며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편협한 사고와 현장에 대한 무지로 ‘무분별하고 선정적인 도서’라고 낙인찍기 이전에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보편적인 독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적절한 도서’라는 것은 없고 유해 도서로 지정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학생들은 어려서 판단력이 없으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오만함일 뿐이고 도서관에 도서 검열의 기제가 작동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사서와 교사의 자율성에 대한 무시”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6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이인애 국민의힘 의원이 “일부 성교육 도서가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유해하다”고 5분 자유발언에서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금서 운동’에 반발한 시민단체들과 해당 도서 작가는 “도서 열람 제한은 인권 침해”라며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앞서 출판·도서관협회도 “권력을 이용한 도서 검열은 출판계와 문화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도서관은 권력 눈치를 보는 획일주의와 문화 빈곤에 빠질 것이다.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도서 검열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금서 운동’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금서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 수원지역 한 학부모는 “논란이 될 가치도 없는 행태”라며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초등 1학년만 돼도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또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는다”라며 “제2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중 12살도 있다는데, 숨기고 덮으면 그들끼리 왜곡된 궁금증만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초등 고학년만 돼도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정보 내용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기가 쉽지 않고 어떤 정보를 접하는지 역시 일일이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성교육 도서 등을 통해 평등한 관계를 맺고 존중하는 방법, 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교육적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목적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도서군이 있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통해서 책을 접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관련 도서가 공공 도서관을 통해 제공되지 않는다면 타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역량,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역량에 대한 교육적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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