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말하다 - 이상훈 농촌진흥청 초지사료과장

사료원료 곡물의 높은 해외의존도는 축산농가의 경영에 늘 불안요소다. 이에 국내 사료작물 재배 확대는 가축 생산성은 물론 농가 경영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국내 초지와 사료작물의 재배 현황과 사료작물의 종류와 특성, 신품종 개발, 풀사료 가공기술, 여름철 사료작물 관리요령 등에 대해 이상훈 농촌진흥청 초지사료과장에게 들어봤다.

 

필요 건초량 17% 수입...FTA 앞두고 경쟁력 총력
농진청, 생산성․기후적응성 우수한 신품종 개발
열풍건조시스템 개발로 수입산보다 가격 44% 낮춰

 

이상훈 농촌진흥청 초지사료과장

Q. 국내 풀사료 생산·공급 현황은. 
A.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 풀사료 소요량 약 522만톤 중 국내 공급량은 약 431만톤으로 자급률이 82.7% 정도다. 하지만 국내산 풀사료 중 상대적으로 사료가치가 낮은 볏짚의 비율이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양질 풀사료는 30%에 불과해 매년 90만톤 이상의 건초(약 17%)를 미국과 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2024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2026년), 호주(2028년) 등과의 다자간 FTA 체결을 통한 풀사료 시장 전면개방이 예고돼 있어 국내산 풀사료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농진청 초지사료과에서는 풀사료의 연중 안정공급과 국내 풀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목초 사료작물 신품종 개발과 종자 보급, 풀사료 생산환경 변화에 따른 안정재배기술 보급 등으로 재배면적 확대, 국내 유통 풀사료 품질평가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수입 건초 대체효과가 있는 국내 개발 알팔파 품종의 특성과 재배 기술은.
A. 국내에서 개발된 알팔파 품종 자체가 없는 현실을 감안해 농진청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기후환경 적응성이 뛰어난 품종 개발을 시작해 올해 최종 ‘알파킹’과 ‘알파원’ 등 두 품종 개발을 완료했다. 두 품종 모두 ㏊당 첫 회에 7.6톤을 수확해 대비품종인 미국산 ‘버널’ 품종(7.2톤)보다 5%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알파킹’은 초기 생육속도가 빠르고 재생력이 좋아, 지역적응시험을 추진한 4개 지역에서 연 4회 수확 시 ㏊당 평균 22.5톤의 건초를 생산해 대표 비교품종으로 알려진 ‘버널’ 품종(20.2톤)보다 11%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또한 ‘알파원’은 강원도 평창지역 시험재배에서도 월동이 확인된 내한성 품종이다. 평창지역에서의 4회 수확 시 생산량은 ㏊당 19.9톤으로 ‘버널’ 품종(17.7톤)보다 생산성이 12% 높았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품종의 사료가치를 평가한 결과, 조단백질 함량이 20% 이상으로 ‘버널’ 품종(18%)보다 높고, 소화율 또한 ‘알파킹’과 ‘알파원’이 각각 79.5%, 85.6%로, ‘버널’ 품종(71.5%)보다 우수했다.

 

Q. 국내 사료종자 자급률과 향상 방안은.
A. 국내에서 재배되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는 전체 사료작물 중 약 62%를 점유하며, 동계 사료작물 재배기준으로는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농가 선호도도 높아 재배면적이 2015년 3만3천㏊에서 2021년 약 7만3천㏊로 크게 증가하는 등 국내 풀사료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종자 소요량도 2015년 3753톤에서 2022년 약 7313톤 이상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채종시기가 장마철과 겹쳐 채종에 불리하고, 건조·정선 시설이 부족해 종자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농가에 공급되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종자의 대부분은 국내 개발 품종을 미국 오리건주에서 생산한다. 

현재 국내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종자 총 소요량은 연간 약 7300톤으로 국산 품종 점유율은 약 30.5%를 차지한다. 국내 채종기반을 활용한 대규모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종자 생산단지와 종자 건조·정선 시스템 마련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구축이 곧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풀사료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는.
A. 저장 풀사료는 수분함량에 따라 사일리지, 헤일리지, 건초로 나뉜다. 사일리지와 헤일리지는 저장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젖산균 첨가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건초는 국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열풍건조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건초수입에 대응해 국내 자급 기반 구축 노력을 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에서는 수분 40~50%의 풀사료를 열풍으로 말려 시간당 400~500㎏의 건초를 생산할 수 있는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열풍건조시스템을 현장에서 활용하면 국내산 풀사료 품질 향상과 수입건초 대비 44% 낮은 가격으로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건초 대체와 조사료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산 유통 풀사료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NIRS(근적외선분광기)를 활용해 5분 이내에 국내산 풀사료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Q. 여름철 수분 과잉으로 습해가 빈번한데 대응법은.
A. 대부분 논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논은 여름철 장마기와 장기간 호우 시에 습해 피해가 크다. 습해의 초기 증상은 잎 시들음 증상으로 주로 뿌리의 수분흡수력 저하에 의해 일어난다. 특히 고온일 때 증산량이 증가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배수관리가 중요하다. 논 끄트머리까지 배수로를 연결해 배수구로 물이 잘 빠지도록 해야 습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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