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여성 3명 중 1명 신체적 폭력 당해
여성 39%·남성 22.6%…스토킹 피해 경험
​​​​​​​여가부, 성인남녀 9천여명 대상 가정폭력 실태조사

이혼, 별거, 동거종료 경험이 있는 사람 2명 중 1명은 당시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별한 여성 3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을, 5명 중 1명은 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남녀 9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 조사다.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에게서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당한 비율은 7.6%(여성 9.4%·남성 5.8%)로 2019년 조사 결과(전체 8.8%, 여성 10.9%·남성 6.6%)보다 낮아졌다.

폭력피해자 92.3% “외부에 도움 청한 경험 없어”

노인 폭력피해 경험 4.1%...3년 전 3.8%보다 증가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 ‘교제폭력 피해자’까지 확대

여성은 정서적 폭력 6.6%, 성적 폭력 3.7%, 신체적 폭력 1.3%, 경제적 폭력 0.7% 순(중복 응답)으로 피해 경험이 있었다. 남성은 정서적 폭력 4.7%, 신체적 폭력 1.0%, 성적 폭력 0.8%, 경제적 폭력 0.2% 순(중복 응답)으로 피해 경험 비중이 컸다.

성별에 관계없이 폭력의 첫 피해 시기는 결혼이나 동거 후 5년 이후에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여성 37.4%, 남성 57.3%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결혼·동거 후 1년 이상 5년 미만(여성 36.0%·남성24.7%)으로 나타났다.

폭력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이 53.3%로 나타나, 2019년 조사 결과(45.6%)보다 증가했다.

지난 1년간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 추이(여성가족부 제공자료)​​​​​​​※2022년 피해율은 2019년과 같이 법률혼 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 의한 폭력피해 경험만을 산출한 것임
지난 1년간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 추이(여성가족부 제공자료)※2022년 피해율은 2019년과 같이 법률혼 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 의한 폭력피해 경험만을 산출한 것임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없는 이유 1순위로 응답자들은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25.6%)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14.2%) ▲배우자·파트너이기 때문에(14.0%)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12.9%) 순으로 응답했다. 

폭력을 입은 사람 중 가족이나 경찰 등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가 대다수(92.3%)를 차지했는데, 이는 3년 전 조사 결과(85.7%)보다 증가한 수치다.

한편 이별 경험이 있는 사람의 폭력(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피해 경험률은 50.8%(여성 54.5%, 남성 47.4%)로, 혼인 또는 동거 중인 응답자의 폭력 피해 경험(14.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이혼, 별거, 동거종료 경험이 있는 여성 3명 중 1명(34.8%)은 신체적 폭력을, 5명 중 1명(21.4%)은 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별 후 이전 배우자나 파트너에 의한 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9.3%(여성 11.2%, 남성 7.5%)로, 2019년 조사 결과(20.1%)보다 감소했다. 여성의 경우 가족이나 함께 지내는 사람(4.5%), 친구 등 지인(4.7%)에 대한 접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의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평균값은 1.6점(4점 척도, 여성 1.7점·남성 1.5점)으로 ‘심각하지 않은 편’에 가까웠다. ‘심각한 편이다’와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을 살펴보면, 여성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 무력감과 자존감의 하락, 피해의 재현, 우울, 불안 등의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 

반면 남성은 무력감과 자존감 하락의 형태로 배우자나 파트너의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고통 경험이 있는 여성의 2.7%, 남성의 2.5%가 의약품 구입을, 여성의 1.8%가 병원 치료를 경험했다.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의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으로 인해 여성 9.4%, 남성 7.5%가 ‘경제활동에 지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신체적 폭력 피해 경험 여부에 따른 경제활동 지장 경험은, 피해 경험이 없는 여성(7.8%)보다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20.0%)에서 부정적 영향을 추정할 수 있었다. 

아동폭력 가해 경험 응답률 
3년 전 27.6%→11.7%로 ‘뚝’

아동폭력 가해 경험 응답률은 크게 줄었다. 지난 1년간 만 18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응답자의 11.7%가 아동에게 폭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2019년(27.6%)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폭력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 10.2%, 신체적 폭력 4.0%, 방임 0.5%였다.배우자나 파트너에 의한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의 아동폭력 가해 경험은 25.7%로, 피해 경험이 없는 사람의 가해 경험(10.5%)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노인 폭력 피해 경험은 3년 전보다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 응답자의 지난 1년간 자녀, 사위, 며느리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은 4.1%로, 2019년 조사 결과(3.8%)보다 증가했다. 주된 가해자는 아들(66.1%), 며느리(31.3%), 딸(2.6%)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피해를 입은 노인 응답자 중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없었다. 

만 65세 미만 응답자의 폭력 피해 경험은 3.3%로, 3년 전(4.7%)보다 감소했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질문에 대한 부정 응답은 10명 중 8명꼴(79.5%)로 나타났으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대부분의 문항에서 2019년에 비해 가정폭력 허용도가 다소 높아졌으며, 가정폭력 지속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인식이 드러났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가정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가정폭력·스토킹 예방 캠페인 홍보를 통해 피해자 지원 기관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에 스토킹 피해자에게 지원하고 있는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을 교제폭력 피해자까지 확대해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전문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추가 지원 정책을 발굴해나갈 예정”이라며 “여성폭력 실태조사와 같이 조사 항목이 유사한 통계를 통합·연계해 표본 확대와 통계 품질 개선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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