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추락일로 한국의 저출생 : 출생률 1위 지역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아이돌보는 아빠장려금’으로 성평등 육아문화 확산
아이 생명 지키는 ‘24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개원
평균연령 37.7세… 생동감 넘치는 세종
정부세종청사가 조성되면서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가 출범했다. 충남 연기군에 공주시, 충북 청주시 일부가 통합됐고, 인구 8만명의 농촌에서 현재 39만명의 도·농복합도시로 팽창했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세종시는 2022년 합계 출생률이 전국 특·광역시 중 1위로 꼽힌다. 전국 합계 출생률 0.78명보다 높은 1.12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세종시만 유일하게 1명 이상을 기록했다. 게다가 인구는 평균 연령이 37.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다.
이희수 세종시 여성가족과 인구가족팀 주무관은 “아이돌보는 아빠장려금, 출산축하금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올해 신규사업인 직장맘지원센터를 지난달 27일 개소했다”고 소개했다.
돌봄시설 확충으로 워킹맘 부담 경감
세종시는 ‘아이 낳기 좋은 세종시’ 만들기를 모토로 출생 순서에 상관없이 신생아 1인당 12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원하고, 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더 나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도서관을 2012년 1곳에서 2021년 13곳으로 확대했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지속 설치해 지난 6월말 기준 127곳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신청을 접수할 때 워킹맘 가구를 우선 선발하는 등 여성이 시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내실화했다.
세종시 한솔동에 거주하는 워킹맘 박모씨는 “국·공립 어린이집 돌봄을 신청했는데, 일하는 여성이어서 바로 선정됐다”며 “다른 도시지역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원하는 가정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데, 너무 다행이었고 아이도 프로그램을 재밌어한다”고 전했다.
‘아빠장려금’으로 성평등 육아문화 확대
아빠육아휴직 수당 제도가 여성가족과 내부에서 집중 논의됐고, 지난 2022년 ‘아이돌보는 아빠장려금’이 처음 도입됐다.
세종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아빠장려금은 월 30만원 최대 6개월 동안 육아휴직 남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지난해 2억8천만원으로 시작해 예산이 전액 집행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며 “올해는 4억5천만원으로 추경을 편성하고 6월 말 기준 2억900만원이 집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인구가 많아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는 긍정적 인식이 형성돼 올해 예산을 증액하게 됐다”며 “지원사업 신청이 활발하고 예산이 소요되는 현황을 보면, 예전보다는 일반회사에서 육아휴직제도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4시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호응
세종시 소아 인구(0~만18세)는 23.7%로 전국 평균 15.9%보다 높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25곳(4월 기준)이 지역 내 운영되고 있지만, 소아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시민 요구가 높다.
이에 최민호 세종시장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의료 골든타임을 지키겠다고 나섰으며, 지난 5월 세종충남대학교병원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 24시간 소아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응급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세종시 보람동에 거주하는 진나리(43·생활개선세종특별자치시연합회 회원)씨는 “최근 12살 아들이 머리를 다쳐서 응급실을 갔는데, 일반적인 외상치료는 가능해도 내상은 소아전문의가 없어서 환자를 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이동해서 간신히 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외갓집이 충남 연기군이었다는 진나리씨는 세종시로 발전해 온 과정을 들려줬다.
“대형병원이 없는 농촌이었는데 지금은 몰라보게 달라졌죠. 이비인후과가 하나 둘 동네마다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의원급 병원은 전문의 숙련도를 자체 평가하는 시민들 입소문에 좌우되다보니 특정 병원에만 발길이 몰리곤 해요. 응급상황의 아이들을 치료해줄 병원은 턱없이 부족했는데, 24시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대학병원에 구축된 점은 세종시가 확실히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울러 올해 신규사업으로 새롬동 세종여성플라자 내에 문을 연 직장맘지원센터는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공인노무사가 직접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에 따른 전문적 법률 상담과 직장 내 부당 대우 발생 시 법적 구제도 지원한다. 이달부터 근로자 권리, 일·가정 양립제도 교육으로 성평등 인식을 높이고, 일하는 여성을 위한 원데이클래스 등 토요 힐링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
지역이 나선 돌봄문화…아이도 엄마도 ‘영광’
출생률 4년간 전국 부동의 1위…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호응국공립 아이돌봄서비스, 본인부담금 군비 지원으로 부담 경감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합계출생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합계출생률 2.1명 이하는 저출산 사회, 합계출생률 1.3명 이하는 초저출산 사회다. 영광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출생아 수가 2018년부터 반등세를 보이며 2019년 2.54명, 2020년 2.46명을 기록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2명대를 넘어섰다.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혼인건수와 출생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해 2021년 1.87명,
-
‘건강한 출산·행복한 육아’ 국가가 책임
백화점식 과제 탈피해 ‘워킹맘’ 등 실수요자 요구 반영아이와 시간 보낼 수 있게 근무형태 다양화 유도보편화된 만혼 맞춤 난임지원사업 등 대폭 확대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돼야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위원장 자격으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직접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존 저출생 정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실패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혁신해야 한다”면서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사회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
‘0.78’ OECD 중 1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
■주간Focus- 추락일로 한국의 저출생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나 그 결과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며 그동안 접했던 저출산 혹은 저출생, 그리고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시켜줬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생률(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70년 4.53, 1975년 3.43, 1983년 2.06, 1987년 1.53, 2000년 1.48, 2010년 1.23으로 계속 낮아졌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