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단위 이장 30명 중 여성 이장 단 1명 불과
도시지역 통장 10명 중 7~8명이 여성…왜?
농촌의 오랜 가부장 문화로 여성 배제 관행
■주간Focus- 기울어진 농촌 성평등…여성 이장 현주소는?
‘남성 이장 90%, 여성 이장 10%.’ 전국 이장 성비 현황이다. 이장 10명 중 단 1명만이 여성이라는 얘기다. 반면 도시지역 통장 성비는 남성 통장 24.4%, 여성 통장 75.6%로 여성 통장 비중이 현저히 높다. 이장과 통장을 선출하는 절차와 자격 등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각 지자체 조례와 규칙으로 정해지므로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격차는 무엇 때문일까. 여성 이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농촌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성평등하게 재편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전북 순창 동계면 추동마을 60년간 남성 이장만 선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 이장은 3만7676명, 통장은 6만963명으로 이장과 통장을 합치면 모두 9만8639명에 달한다. 이 중 남성 이·통장은 4만8778명(49.5%), 여성 이·통장은 4만9861명(50.5%)으로 각각 절반 가까이 성별 대표성을 확보한 듯하다.
하지만 도시지역 통장, 농촌지역 이장의 성비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 이장 중 남성은 3만3천901명(90%), 여성은 3775명(10%)이다. 반면 전체 통장 중 남성 통장은 1만4856명(24.4%), 여성 통장은 4만6107명(75.6%)으로 여성 통장이 남성 통장보다 3배가량 많다.
농촌지역은 여성 이장의 수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고, 도시지역 여성 통장에 비해 농촌지역 여성 이장 비중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농촌사회에서 마을 리더 선출과 관련 여성을 배제하는 차별이 관행처럼 굳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0년간 남성만 이장으로 뽑아 온 전북 순창군 동계면 추동마을 이장 선출 관련 진정 제기에 대해 간접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난 4월 판단한 바 있다. 순창지역의 이장 선출과 임명 기준이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여성 주민에게 차별적 영향이나 차별적 효과가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돼서다.
인권위는 추동마을 인구 중 여성이 절반을 상회하고 이장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성 이장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데 주목했다.
‘이장 선출 여성 배제’ 명백한 차별…인권위 진정
이 사건은 추동마을에 사는 주민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가 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추동마을 여성을 피해자로 해 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인권위 조사결과, 추동마을에선 개발위원회 위원 등 소수 남성의 주도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뤄졌으며, 관행적으로 여성은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 총회는 마을회관에서 진행됐는데, 남성과 여성이 별도의 방에 모인 상태에서 남성만으로 구성된 방에서 피추천인이 호명되고, 남성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출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한 관행이 파악됐다.
그러나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진정은 각하됐다. 참고인 중 피해 사실을 진술한 마을 여성이 연령, 주민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사건 진정의 피해자로 특정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두규 교수는 “농촌사회에서 이장은 완장을 찬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장이 휘두르는 크고 작은 권력 행사에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피해를 본 마을 여성이 피해자 특정을 거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차별 등 사회구조적 차별 여성 개인의 자력 해결 어려워”
인권위는 가부장적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돼 온 농촌사회에서 성차별과 같은 사회구조적 차별은 여성 개인의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차별 시정에는 지역사회의 전반적 인식과 관행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각 지자체 하부조직의 운영 현황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점검할 것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순창군수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이장을 추천하는 마을 개발위원회 위원 구성 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할 것과 이장 추천과 선출 시 여성 주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각 마을의 이장 추천이나 선출 과정을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특정 성별 60% 이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가이드라인이다.
인식과 관행 따른 차별…“제도적 조치할 사항 거의 없어”
읍 지역 여성 이장 비율 28.6% 마을 의사결정 성비 균형 불가능
2020년 기준 전북 순창군 여성 인구는 1만4509명으로 전체 인구 중 51.6%를 차지해 절반을 넘는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전체 이장 312명 중 여성이 33명(10.6%)으로 남성 279명(89.4%)에 비해 현저히 적다. 최근 5년간 여성 이장 비율은 10% 미만이며, 특히 동계면 이장 30명 중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순창군 읍·면 지역의 이장을 성별로 비교해 보면 최근 5년간 읍 지역의 여성 이장 비율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지난해 28.6%까지 증가한 것에 반해, 면 지역의 경우 여성 이장 비율이 10개 면 중 7개 면이 10% 미만이고 여성 이장이 없거나 5% 미만은 3개 면이었다.
행정안전부와 순창군은 “제도적으로 조치할 사항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가이드라인은 국가나 지자체 사무에 한하고, 적극적으로 적용한다 해도 농촌사회 마을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개발위원회 여성 위원 비중을 40~60%로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순창군 관계자는 “성비 기준에 맞춰 제도를 개선하면 아마 마을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농촌사회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효율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소관 부서 등을 두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각종 이권 개입…연봉 420만원에 지자체별 통신비·자녀 장학금 지급
이장의 신분은 1963년 제정된 지방공무원법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규정됐으나, 1981년 개정되면서 별정직 공무원에서 제외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장 선출은 대개 1년 이상 해당 마을에 거주하고,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각 지자체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읍·면장이 임명한다.
이·통장은 관련 법률에 명시된 주민등록 전입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부터 민방위대 지휘, 세금납부 통지서 교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와 함께 시·군정 홍보, 행정과 주민 간의 가교 역할, 소외계층 보호 등도 직접 챙긴다. 여기에 더해 마을발전기금 징수나 보상금 배분, 도로 확·포장 선정, 농업인경영체 등록 시 경작 확인 등 마을의 대소사를 도맡는다.
이 같은 업무 수행의 대가로 모든 이·통장들은 월급(30만원), 연간 상여금 200%(60만원), 회의 수당(회당 2만원) 등을 받는데 연봉으로 치면 420만원 수준이다. 지자체별로 통신비, 상해보험, 자녀 장학금, 명절 상여금, 해외연수, 건강검진비 등을 지급하기도 해 실제 수익은 더 늘어난다.
이·통장 월급 등을 두고 업무 수행 소요 시간에 견줘 터무니없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여러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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