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

세계 무역환경은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를 넘어 RCEP, CPTTP 등과 같은 다수 협상국 간 규범을 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명 ‘메가 FTA’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무역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청년농업인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청년 여성농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여성, 특히 청년 여성농업인을 찾아 미래 한국농업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⑦경기 화성 ‘송산포도 완판의 여왕’ 김나영 호골재농원 대표

화성송산포도축제 첫날 1천500만원 완판 신화
공동선별로 ‘화성송산포도’ 품질관리체계 확립

외래종 샤인머스캣(청), 국산품종 소평홍(적)·충랑(흑) 
삼색포도 2㎏들이 베트남·대만·싱가포르 수출길 올라

김나영 호골재농원 대표는 한 송이에 34~35알, 한 알의 무게는 35g, 1㎏이 넘지 않는 고품격·고품질의 샤인머스캣과 소평홍 등을 생산한다. 그는 알솎기 과정을 영화 ‘가위손’에 빗대 “마치 가위로 조각을 하는 듯이 정성을 들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나영 호골재농원 대표는 한 송이에 34~35알, 한 알의 무게는 35g, 1㎏이 넘지 않는 고품격·고품질의 샤인머스캣과 소평홍 등을 생산한다. 그는 알솎기 과정을 영화 ‘가위손’에 빗대 “마치 가위로 조각을 하는 듯이 정성을 들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산포도’로 유명한 경기 화성 송산면 일대. 면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3~4㎞ 더 들어가니 포도밭 천지다. 이리 굽고 저리 굽은 농로를 달리길 10여분, 김나영(45) 호골재농원 대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서울이 고향인 김 대표는 이곳 송산포도농가에 16년 전 시집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포도농사만 지었다고. 시설하우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6월 중순, 낮 기온이 30℃를 넘나들자 환풍기들이 손을 흔들며 반긴다. “포도밭 그 며느리, 송산포도 완판의 여왕, 삼색포도 수출농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양에서 시집온 ‘포도밭 며느리’
경기 안양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결혼 얘기가 오갈쯤 시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남편이 먼저 고향으로 귀농했다. 1~2년 뒤 결혼과 동시에 김 대표도 이곳으로 귀농한 셈이 됐다. 

송산포도는 대개 ‘캠벨얼리’를 말한다. 김 대표의 시부모님 역시 송산포도농가로서 캠벨얼리를 재배했다. 비록 겁 없이 시작한 포도농사였지만 김 대표는 잘하고 싶었다. ‘호골재농원’은 시부모님의 농원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시부모님의 기력이 날로 쇠해 가면서 수년 전부터 김 대표가 시부모님의 농원까지 도맡았다. 약 3300여㎡(1천평) 규모다. 남편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사업을 하는 터라 쉬는 날에만 포도밭 일을 거든다. 

10여년 전, ‘샤인머스캣’이라는 청포도가 각광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이웃 선도농가에서 막 시작한 터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7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샤인머스캣 재배에 나섰다. 공부를 충분히 했다고 여겼지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건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았다.

‘코리요협동조합’ 통해 판로 확장 
지난 2018년부터 호골재농원 샤인머스캣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캠벨얼리와 달리 판로 등이 막막했다. 김 대표는 ‘코리요송산포도협동조합’에 가입,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공동선별 과정을 거쳐 백화점 명품관과 대형유통업체 등에 납품하고, 포도즙 가공 등도 함께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첫 수출 길에 올랐다.

“화성시 ‘신품종 육성 지원사업’으로 신품종 삼색포도 1.5톤을 수출했죠. 코리요송산포도협동조합에 소속된 2040 청년농 7개 농가가 샤인머스캣(청색), 충랑(흑색), 소평홍(적색)을 모았어요.”

화성시는 지난 2019년부터 화성송산포도의 경쟁력 향상을 돕고자 묘목, 장비, 시설, 글로벌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 등을 지원해 왔다. 

호골재농원이 소속된 코리요송산포도협동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샤인머스캣(청색), 소평홍(적색), 충랑(흑색) 등 삼색포도 세트를 수출한다.
호골재농원이 소속된 코리요송산포도협동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샤인머스캣(청색), 소평홍(적색), 충랑(흑색) 등 삼색포도 세트를 수출한다.

“송산포도는 스마트ICT(정보통신기술)가 접목되면서 엄격한 품질관리가 가능하거든요. 일본에서 지중해가 원산지인 품종을 중심으로 교배한 품종인 샤인머스캣과 국산 품종인 소평홍과 충랑, 이 세 가지 품종이 하나로 묶인 세트가 수출된 건 국내 처음이라고 합니다.”

백화점 판매가는 한 송이에 5만~8만원이다. 백화점 명품관 납품은 까다롭지만, ‘고품격·고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자부심이 넘쳐 난다. 탁월한 맛으로 지난해 궁평항(경기 화성 서신면 소재)에서 열린 화성송산포도축제에서 ‘완판의 여왕’에 등극했다. 축제 첫날, 폐장을 4~5시간 앞두고 출고한 포도를 모두 판매, 하루 1천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성시는 포도 수확이 한창인 9월 첫째 주 주말, 궁평항과 동부권 지역에서 포도축제를 연다. 올해 9회째를 맞는 화성송산포도축제 기간은 9월2~3일이다. 

수출보다 유통마진 없는 직거래 우선 
“수출에 앞서 1년 동안 교육과 컨설팅을 받으면서 품질을 높였어요. 삼색포도 한 상자는 2㎏들이죠. 지난해 수출 판매액은 농가 모두 합쳐 4천만원 정도예요. 올해는 4억원어치 계약을 따 놓은 상태입니다. 베트남을 포함해 대만, 싱가포르로 나갑니다.”

수출도 업체를 통하는 탓에 유통 수수료가 붙는다. 그래서 직거래가 우선이다. 

샤인머스캣 등 신품종 포도는 주의할 점만 지킨다면 재배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가온 시설하우스를 설치한 뒤 샤인머스캣을 재배했어요. 신품종, 특히 지중해가 원산지인 품종은 냉해에 취약합니다. 겨울에는 기름을 때서 영하 15℃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했어요. 그러면 숙성도 빨리 되고, 당도도 높아지더라고요. 고품질의 포도를 남들보다 더 빨리 생산하니 납품도, 수출도 잘됩니다. 다른 포도농가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셈이죠.” 

포도(신선) 수출동향 (단위 : 톤, 천불, %) 농식품수출정보(KATI) 제공자료※ 3개년 월평균 수출물량은 179톤이다. 샤인머스캣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9월부터 12월까지 집중되며, 이후 상품성이 유지된 저장물량에 한해 일부 수출이 진행된다.
포도(신선) 수출동향 (단위 : 톤, 천불, %) 농식품수출정보(KATI) 제공자료※ 3개년 월평균 수출물량은 179톤이다. 샤인머스캣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9월부터 12월까지 집중되며, 이후 상품성이 유지된 저장물량에 한해 일부 수출이 진행된다.

개폐가 가능한 천장, 솜이 촘촘히 들어찬 커튼, 비가림막 등 설치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었다. 신품종은 새싹이 나올 때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그때 가온 하우스가 이름값을 한다. 샤인머스캣 등 신품종의 일반적인 완숙기는 10월이다. 호골재농원을 비롯해 송산포도는 9월부터 수확기에 접어든다. 

김나영 대표는 “숙성이 빨리 됐다고 해도 노지 포도는 가온 하우스 포도의 당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호골재농원 샤인머스캣은 9월에도 18~22브릭스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이 해마다 호골재농원을 찾는 까닭이다. 김 대표는 품종이 다른 포도의 이해를 돕고자 품종마다 각각의 특징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붙여놨다. 

“배움만이 성공 농사의 지름길”
한 해의 시작은 수세를 잡는 작업이다. 새싹이 올라오는 2~3월이 되기 전 순이 올라오는 대로 솎아주고, 관수한다. 스마트제어로 관수가 이뤄지지만, 농사의 기틀을 닦을 때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4월이 되면 순이 열매를 물고 나온다. 열매가 보이면 곧 무핵과 생장조정제 처리 시기다. 식물호르몬 지베렐린(Gibberellin)을 사용하는데, 잔류허용기준도 없는 안전한 약제다. 

“1차는 꽃이 피었을 때, 2차는 송이가 조그맣게 달렸을 때 용액에 잠깐 담갔다가 두면 씨가 생기지 않습니다. 껍질째 먹는 샤인머스캣을 생산하는 데 거쳐야 하는 과정이죠. 장미향과 망고향이 섞인 듯한 상큼한 과일 아로마향과 청포도의 청량감을 품은 식감을 얻습니다.”

첫 번째 알솎기는 지베렐린 1차에 앞서 진행하고, 모두 5번 반복한다. 최근 3번째 알솎기를 진행한 김 대표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8월이면 봉지 씌우기에 나선다. 

다음은, 열과 방지다. 30℃ 이상 올라가면 열기를 식혀줘야 한다. 호골재농원은 스마트제어 시스템 온도 기준값을 30℃로 설정했다. 30℃에 맞춰 시설하우스 개폐, 환풍기, 커텐 등이 자동 가동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곳곳에 폐쇄회로(CC) TV도 설치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김 대표는 영농일지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휴대폰이 곧 영농일기장이다. 시설하우스 한쪽에 놓인 테이블 위에는 손때가 묻은 포도 영농기술 관련 책자들이 수북하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같은 지역이더라도 토양이랑 토질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검사를 진행하면서 재배 방법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나영 호골재농원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배움만이 성공 농사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응원합니다- 김미견 화성시 농식품유통과 브랜드마케팅팀장

“공동선별장 5곳서 물량 규모화·품질 균일화”

-김나영 호골재농원 대표는.
지난해 열린 화성송산포도축제에서 ‘완판 신화’를 기록한 주인공이다. 코로나 시기인데도 14만명이 다녀갔고, 포도 판매액만 18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성황리에 포도축제가 열려 화성송산포도가 더 많이 알려지고, 송산포도농가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화성송산포도 품질특성은.
화성시 송산포도농가는 1477농가다. 전국 2만3301농가의 약 6%를 차지한다. 송산포도의 특징은 기후조건이다. 서해안과 직접적으로 인접해 연중 불어오는 해풍은 겨울에 온화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특히 포도 생육기의 큰 일교차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 등이 타 지역과 구별되면서 과피가 진하고 알이 굵고 당도가 높으며 과육이 치밀한 품질특성을 지닌다. 

-화성시의 화성송산포도 지원사업은.
올해 포도재배 기술교육, 햇살드리 포장재, 햇살드리 과수봉지, 과수고품질 시설 현대화 등 지원사업에 14억원이 투입된다. 대부분 자부담 50% 지원사업이다. 송산포도는 캠벨얼리로 이름났는데, 신품종인 샤인머스캣도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신품종 묘목부터, 기본적으로 시설에서 공동선별에 이르기까지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공동선별 과정을 거침으로써 생산물량의 규모화와 품질 균일화 등 품질관리 체계를 확립하게 됐다. 현재 코리요송산포도협동조합을 비롯해 송산지역 등 5곳에서 공동선별장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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